[Investigation Publication] 부자(父子) 유착?
[Investigation Publication] 부자(父子) 유착?
평일 낮시간에 방영되는 인기 인생 상담 TV 토크쇼 ‘닥터 필(Dr. Phil)’의 녹화장. 장내를 가득 채운 방청객은 조언에 목말라했다. 2010년 추수감사절 나흘 뒤였다. 먹고 마시는(heavy feasting)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멀지 않은 시점이었다. 소탈한(folksy) 모습의 진행자 필 맥그로 박사(닥터 필)가 등장했다. 키 193cm의 건장한 체격에 잘 어울리는 연한 회색 더블브레스트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달콤한 디저트가 쌓인 식탁 뒤에 서서 먼저 경고성 발언으로 시작했다. “나쁜 소식입니다. 연말에 체중이 5㎏이나 늘 수 있습니다(You could gain 12 pounds during the holidays). 5㎏이나 말입니다!”
다행히도 맥그로는 살을 빼는 간단한 해결책을 갖고 있었다. “이번엔 좋은 소식입니다!” 곧바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4~7㎏을 빼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되는 ‘17일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단 17일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새 다이어트입니다(This is the hottest new diet out there). 오늘 그 모든 비결을 알려드립니다.” 방청객이 환호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말이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를 감안해 나중에 다시 한번 모두 ‘17일 다이어트’를 채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처럼 직설적이지 않다면 닥터 필이 아니다(Dr. Phil is nothing if not direct).
이틀 뒤인 12월 1일 닥터 필은 다시 시청자들에게 이 새 다이어트가 이미 크게 성공했다(the new diet is already going gangbusters)고 말했다. “‘17일 다이어트(The 17 Day Diet)’라는 새 책도 나왔습니다. 모두가 난리입니다(everybody is just going crazy about it).” 그는 인터넷 사이트 17daydiet.com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며 서점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웹사이트 외 다른 곳에선 팔지 않습니다(These guys aren’t making it available except on that website).”
그러면서 27달러짜리 이 양장본은 미국내 베스트셀러가 됐다. 운동 비디오, 스페인어판과 오디오북, 특별판 ‘17일 다이어트 요리책’ 등 파생상품(spinoff products)도 쏟아졌다. 그러나 닥터 필이 말한 ‘그들(these guys)’은 정확히 누구일까?
‘닥터 필’ 쇼와 필 맥그로의 아들 제이(32)가 운영하는 자매 프로그램 ‘닥터스(The Doctors)’는 재방송을 포함해 17회에 걸쳐 ‘17일 다이어트’를 주제로 한 열띤 토론을 내보냈다. 저돌적인 마케팅 작전이 펼쳐졌다(The marketing could be relentless). 2011년 1월 5일 한 회에서 닥터 필은 ‘17일 다이어트’를 무려 27차례나 언급했다.
이 책은 실제로 ‘대박’을 터뜨렸다(The book was a runaway success). 저자에 따르면 출간 첫 세 달 동안 무려 20만 부가 팔렸다.
그러나 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이 있다. 제이 맥그로가 부친과 함께 줄기차게 홍보한 ‘17일 다이어트’와 또 다른 책 ‘핑크 메소드(P.I.N.K. Method)’ 둘 다에 금전적 이해관계(financial interest)가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핑크 메소드’는 여성을 겨냥한 체중감량 프로그램이다. 이 책 역시 맥그로 부자(父子)의 열정적인 홍보로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출간 첫 세 달 만에 15만 부가 팔렸다. ‘핑크 메소드’의 경우 닥터 필은 올해 1월 자신의 쇼에서 처음으로 아들이 이 책을 낸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뉴스위크가 맥그로 부자에게 그 다이어트 책과 가족사업의 연관성을 질문하자 변호사 L 린 우드가 그들의 서면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에 따르면 제이 맥그로는 ‘17일 다이어트’와 ‘핑크 메소드’ 둘 다의 출판과 판매를 도왔다고 인정하면서 자신은 “출판업계의 관례대로 보상받았다(compensated for my efforts in a manner that is customary in the publishing industry)”고 말했다. 필 맥그로는 다이어트 사업체로부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한 푼도 받지 않았다(never directly or indirectly received a single dime)”며, 따라서 자신의 쇼에서 “내 아들이 ‘17일 다이어트’의 출판을 도왔다는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닥터 필이 자신의 쇼에서 아들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걸린 책을 홍보했다는 사실에 왜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할까? 심리학 박사인 필 맥그로는 과거 심리 상담의로 활동했고 오프라 윈프리의 문하생(protégé)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직설적인 태도로 수많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다(a blunt tell-it-like-it-is manner has earned him the trust of millions). 닥터 필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의 조언이 전문적(professional)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의 전매특허 어구(signature phrase)인 ‘진지하라(get real)’는 솔직함(candor)을 시사한다. 그는 늘 자기 쇼의 출연자들에게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닥터 필 자신은 아들에게 금전적 이득이 되는 책을 열성적으로 홍보한 데 대한 책임을 졌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그 책임을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조지타운대 로센터의 방송통신법 교수이며 연방거래위원회(FTC) 규정에 정통한 앤절라 캠벨은 문제의 두 책 홍보와 관련된 자료를 검토한 뒤 “FTC의 광고·홍보 지침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There is a good chance that this violates the FTC guidelines on endorsements)”고 말했다. 닥터 필의 아들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가 그의 제품 추천에 얼마나 비중을 두느냐에 영향을 준다(is relevant to how much weight the consumer would put on the recommendation)”고 캠벨이 설명했다. “따라서 프로그램에서 그 책을 홍보하면서 부자 관계를 밝히지 않았다면 기만이라고 생각한다(I think it is deceptive not to disclose the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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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법률 전문가인 레베카 터시넷(조지타운대 법학교수로 허위광고 문제의 전문가)은 그런 경우는 법적고지(legal disclosure)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FTC는 홍보로 직접 대가를 받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었다. “FTC 지침은 그런 경제적 관계를 표적으로 한다(The FTC guidelines are really targeted at that kind of economic relationship).” 그러면서도 터시넷은 “어쩌면 이 문제는 법보다는 여론 재판으로 해결돼야 할지 모른다(Maybe this should be done by the court of public opinion rather than the law)”고 덧붙였다.
FTC 관리로 광고와 홍보를 감독하는 메리 잉글은 특정 프로그램에 관한 질문의 답변을 거절했다. 하지만 가상의 상황에서 토크쇼 진행자가 자기 아들에게 금전적 이득이 될지 모르는 홍보를 한 경우를 질문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의 성공을 원한다(Most parents want their kids to succeed). 따라서 편견(bias)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바로 그것이 가족 관계 고지가 필요한 이유다(That’s the sort of thing that’s behind the need for disclosure).” 잉글은 그런 가상적 상황이 불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말하지 않았지만 법적고지 의무의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 관계가 실제로 중요한가(Is that connection material)? 시청자가 가족 관계를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그 답이 나온다(That’s answered by thinking about whether the audience would reasonably expect that connection). 합리적인 예상이 불가하다면 그 관계를 밝혀야 마땅하다.”
닥터 필의 변호사인 우드는 뉴스위크에 보낸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필 맥그로 박사는 자신의 쇼가 모든 방송법과 규정에 따른다는 점을 보장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뉴스위크의 취재를 알기 오래 전에 맥그로 박사는 FTC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이 문제를 검토했다. 맥그로 박사와 그의 아들이 부정직하게 또는 위법적으로 행동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이며 이 신망 높은 전문가들의 진실성을 비난하는 일이다(To suggest that Dr. McGraw and his son have acted in bad faith or in violation of any law is blatantly false and impugns the integrity of these well-respected professionals).”
아울러 우드는 이 문제와 관련된 FTC 지침은 “권고 사항이지 법적 구속력은 없다(aspirational and not binding)”고 설명했다. “그 지침은 홍보자(endorser)와 판매자(seller) 사이의 물질적 관계(material connections)를 밝히도록 요구한다.” 우드는 닥터 필이 여기서 말하는 ‘홍보자’가 아니며, 문제의 책과 “물질적 관계도 없다”고 말했다. “닥터 필은 그 책에 아무런 금전적 이해관계가 없으며 그의 아들 제이 맥그로는 맥그로 박사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다. 책을 사려는 사람이 제이 맥그로가 그 책의 출판, 제본, 배송에 관여했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는다는 전제는 완전히 터무니없다(absurd on its face).”
실은 닥터 필이 평소에 다이어트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given that he generally frowns on diets) 그 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2010년의 자기 쇼에서 한 출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그 1년 동안 더 살이 찐다는 사실을 아세요(Do you know that people that go on diets gain more weight during the year than people who don’t)?” 또 그는 자신의 체중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거론한다. “때론 음식 곁을 지나만 가도 살이 찌는 느낌이죠(I feel like sometimes I’m getting bigger just walking by food).” 오클라호마주 출신인 그는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했고 지금도 운동에 열심이다. 테니스, 스쿠버 다이빙, 골프를 자주 한다.
필 맥그로는 임상심리사(clinical psych ologist)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20여 년 전에 그 일을 그만뒀다. 그 다음 심리학적 도구를 사용해 변호사들의 승소를 돕는 코트룸 사이언스사를 공동 설립했다. 1990년대 말 오프라 윈프리가 목장업주들이 제기한 소송 때문에 그의 회사를 고용해 재판에서 이겼다. 윈프리는 카리스마 강한 맥그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두툼한 코밑수염(mustache)과 대머리(bald pate)는 보통사람이라는 매력(Everyman appeal)을 더했다. 그때부터 맥그로는 ‘오프라 쇼’에 단골(regular) 게스트가 됐다. 얼마 후 윈프리는 그에게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해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닥터 필’ 쇼가 탄생했고 이제 10년째로 접어들었다. 포브스지는 그를 TV 퍼스낼리티로선 가장 부자이고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평한다. 그의 웹사이트는 그를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정신건강 전문가(perhaps the most well-known mental-health professional in the world)일지 모른다”고 홍보한다.
맥그로가 논란에 휩쓸린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McGraw is not a newcomer to controversy). 그는 방송 경력 초기에도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He hit the headlines early on in his broadcast career). 그 역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다이어트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낮에 방송되는 토크 쇼(daytime-talk shows)의 단골 주제다. 조사업체 마켓데이터 엔터프라이즈의 추정에 따르면 요즘 다이어트 책과 테이프의 연간 매출은 약 12억 달러다. 2003년 닥터 필은 자신의 체중감량 방식을 담은 ‘최상의 체중 해법(The Ultimate Weight Solution)’이라는 책을 썼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 책에서 닥터 필은 과체중인 사람의 체형을 ‘사과 아니면 배 모양(apple- or pear-shaped)’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체형의 사람이 체중감량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비타민, 미네랄, 보조제의 특정 혼합을 처방했다.
그때쯤 닥터 필은 ‘필 맥그로 박사와 함께 멋진 몸을(Shape Up! With Dr. Phil McGraw)’이라고 이름 붙인 식품보조제(dietary supplements)를 홍보하기로 계약했다. 성분은 그가 쓴 책에 나오는 처방과 같았다. FTC는 한 달치가 약 120달러인 그 제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그 보조제의 판매사인 CSA 너트라슈티컬스가 판매를 중지하기로 합의한 뒤 취소됐다. 그 뒤 집단 소송(class-action suit)이 제기되면서 언론이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2006년 맥그로와 CSA 너트라슈티컬스, 그리고 다단계 판매사 암웨이의 모회사 알티코는 합의금(settlement)으로 1050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동의했다. 맥그로는 잘못을 부인했고 배상 책임을 면했다.
그 합의 후 4년 뒤 맥그로는 캘리포니아주의 내과의사 마이클 모레노 박사가 쓴 책 ‘17일 다이어트’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 책에서 모레노는 갑작스럽게 체중을 줄이면 효과가 없다는 다이어트에 관한 의학계의 기본적인 경고를 일축했다. “영양학자들이 오랫동안 설파한 내용과 달리 신속한 체중감량 다이어트는 제대로만 하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Despite what many nutritionists have preached for years, rapid-weight-loss diets can be healthy if done correctly).”
그 책은 “건강에 나쁜 쓰레기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you’ve got to stop eating unhealthy crap)” 등 상식 차원의 조언으로 가득하다. 지방, 소금,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줄이며, 채소, 과일, 기름이 없는 살코기(lean meat)를 주로 먹도록 권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장려한다. 기본 전제는 아주 낮은 칼로리 음식과 약간 높은 칼로리 음식을 번갈아 섭취해 신체의 신진대사를 혼란시킨다(confuse the body’s metabolism)는 전략이다. 이 책에 들어 있는 17가지 퀴즈 중 하나는 “아주 섹시한 사람이 될 준비가 됐는가(Are you ready to be a total hottie)?”이다.
모레노는 뉴스위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7일 다이어트’ 책이 나오게 된 경위(how the book came about)를 설명했다. 샌디에이고의 가정의인 그는 ‘닥터 필’의 파생 프로그램으로 제이 맥그로가 운영하고 전문의 4명이 진행하는 ‘닥터스’ 쇼에 게스트로 한번 출연했다. 모레노가 TV 카메라를 잘 받자(Moreno was a natural on TV) ‘닥터스’는 그를 고정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2010년 중반쯤 ‘닥터스’의 제작진과 잡담을 하다가 다이어트 책 이야기가 나왔다. 모레노는 체중감량 연구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비만으로 비롯되는 질병을 가진 환자들을 많이 돌봤다(he had a host of patients whose medical problems revolved around obesity). 모레노는 “책의 개요를 잡은 뒤 내 환자들의 이야기를 짜넣었다(I did an outline and weaved in some of my patients’ stories)”고 말했다.
그 과정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제이 맥그로가 동료들과 함께 도움을 줬다. 제이 맥그로는 모레노에게 집필 보조(writing assistance)로 매기 그린우드-로빈슨을 소개했다. 그녀의 웹사이트에는 “다양한 건강과 영양 관련 책을 쓰는 데 여러 유명인사와 막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has worked behind the scenes with several celebrities on various types of health and nutrition books)”고 소개돼 있다. 그녀가 참여한 유명인사 책 중에는 닥터 필의 2003년 베스트셀러 ‘최상의 체중 해법’도 포함된다. 사과형과 배형의 체형을 가진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다이어트를 권장한 바로 그 책 말이다.
크리스토퍼 채텀이라는 LA의 변호사(‘닥터 필’ 쇼에 두 번 게스트로 출연했다)가 법률적인 일을 맡았다. 캘리포니아주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10년 가을 ‘17일 다이어트사’와 그 책을 출판할 ‘M 프린트 출판사’를 법인으로 등록했다. 출판 에이전트는 잰 밀러였다. 그녀는 맥그로 부자의 에이전트로도 일한다.
‘17일 다이어트’ 책은 2010년 11월 말 ‘닥터 필’ 쇼와 그 웹사이트에서 처음 언급됐다. 하루 뒤 ‘닥터스’가 그 책의 집중 홍보에 합류했다. 곧 두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을 경쟁시키는 ‘체중감량 도전’을 시작했다. ‘닥터스’에 출연한 킴이라는 출연자는 “’17일 다이어트’로 16㎏을 줄였다(I’ve lost 36 pounds on The 17 Day Diet)”고 선언했다. 아만다라는 게스트는 “닥터 필, 당신이 내 삶을 바꿔놓았어요(Dr. Phil, you’ve changed my life)”라고 말했다.
‘17일 다이어트’의 홍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1년 1월 17일 닥터 필은 ‘달아난 신부, 달아난 신랑(Runaway Bride, Runaway Groom)’이라는 쇼를 진행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닥터 필은 식장에서 신랑이 도망가고 홀로 남은(who had been left at the altar) 매릴린에게 ‘17일 다이어트’를 권했다. “자신의 몸매에 불만이죠(You don’t like your body image, right)? 친한 친구가 최근 ‘17일 다이어트’라는 책을 썼는데 내 쇼에서 다뤘어요. … 그 책을 한 권 드릴게요.”
이때쯤 그 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the book is selling like mad). 하지만 그 책의 판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연방정부의 기록에 따르면 그 책은 2010년 11월 12일 저자 모레노가 아니라 ‘17일 다이어트사’가 저작권 등록을 했다. 출판을 실제로 감독한 사람은 제이 맥그로였다. “네 권의 책을 낸 경험과 지인들을 활용하고 출판에 필요한 일을 했다. 인쇄, 제본, 배본, 배달 등을 위한 업자들을 고용했다”고 제이 맥그로가 변호사를 통해 뉴스위크에 전달한 서면 답변서에 말했다. “그 책이 판매되는 웹사이트의 제작도 도왔다.” 2011년 3월 15일 그 책의 판권은 사이먼 앤 슈스터의 프리 프레스로 넘어갔다. 그 후 49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모레노에 따르면 M 프린트는 세 달 동안 약 20만 권을 팔았다. 그러나 그는 뉴스위크에 M 프린트로부터 선금(advance)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일이 잘 되면 돈을 좀 만지겠지만 잘 되지 않으면 한푼도 없다(if this went well, you would see some financial gains. If not, no)”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간단히 계산해 봐도 첫 세 달 동안의 책 판매로 수백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 모레노의 변호사 찰스 뱁콕은 나중에 뉴스위크에 그의 준비된 답변이 담긴 편지를 보내왔다. “제이 맥그로는 내가 ‘17일 다이어트’를 자가 출판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가 나에게 도움을 준 짧은 기간(사이먼 앤 슈스터에 판권이 넘어가기 전)에 아주 즐거운 경험을 했고 많이 배웠다. 내가 아는 한 그와 이 책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없다(He did not have, so far as I could see, any conflict of interest with respect to this book).”
‘17일 다이어트’가 출간될 때쯤 제이 맥그로와 동료들은 이미 다른 저자와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보디빌더 출신인 영양사 신시아 파스켈라는 2010년 말 ‘닥터스’ 쇼 녹화장에서 제이 맥그로의 사업동료인 스콧 워터베리를 만났다. 그녀는 여성을 위한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그 프로그램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고 싶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며칠 뒤 파스켈라는 제이 맥그로와 직접 만났다(she had a one-on-one meeting with Jay McGraw). 그리고 ‘핑크 메소드’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핑크(P.I.N.K)는 ‘Power(힘), Intensity(강도), Nutrition(영양), Kardio(심장강화 운동, c를 k로 고의로 틀리게 표기했다)’의 두문자다.
‘핑크 메소드’는 4단계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고섬유, 고에너지 식품, 매우 독특한 식단을 강조하며 단계적으로 강도가 높아지는 운동 비디오가 포함된다. 그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는 제3단계에서 나오는 자신의 독특한 채소-허브 ‘슈레드(잘게 채로 쓴) 수프’ 비법이라고 파스켈라가 말했다. “그 수프가 당신이 빼고 싶은 마지막 몇 ㎏을 날려보낸다(blast away the last few pounds you want to lose).”
‘17일 다이어트’를 선보인 지 몇 주 뒤인 2010년 12월, 크리스토퍼 채텀은 ‘핑크 아이언 홈 피트니스사’라는 새 회사를 법인 등록했다. 나중에 그 명칭은 ‘핑크 메소드사’로 변경됐다. 사장 겸 CEO는 스콧 워터베리였다.
‘핑크 메소드’의 체중감량 프로그램은 ‘17일 다이어트’보다 수익 창출 면에서 더 야심적이었다. 양장본 책만 주지 않고 운동 DVD 세 개, 팔찌 하나, 메뉴와 일기장이 포함된 244쪽짜리 문고판 책을 하나로 묶어 판매했다. 온라인 구매로 배송료 포함해서 한 세트에 67.99달러였다.
신시아 파스켈라의 ‘핑크 메소드’는 ‘17일 다이어트’ 출시 거의 1년 뒤 ‘닥터 필’ 쇼에서 한 시간 특집으로 방송됐다. 대본은 비슷했다. 현란한 핑크 타이 차림의 닥터 필은 “지금 미국을 휩쓰는 최신 다이어트를 소개하겠습니다(We’re going to show you a brand-new diet that is sweeping the nation)”라고 말했다. 방청객도 모두 똑같은 핑크 T셔츠를 입었다. “솔직히 저는 이 다이어트를 100% 보증합니다(And this one, I’ve got to tell you, I endorse 100 percent).”
“누군가가 아주 쉽고 단계별로 따라 할 수 있는 체중감량법을 만들어냈습니다(Somebody has put together a no-brainer, step-by-step way to lose weight). 일단 하면 반드시 성공합니다(You do it, you will succeed). 바로 ‘핑크 메소드’입니다. 모두 잘 아셨죠?” 그 다이어트가 일으키는 변화는 “정말 놀랍다(amazing)”고 그가 말했다.
이틀 뒤 ‘닥터스’ 쇼가 홍보에 합류했다. 세트 주변에 ‘핑크 메소드’라고 쓴 거대한 간판이 나붙었고 진행자 두 명이 그 다이어트와 저자, 트레이너를 격찬했다. “이제부터 핑크색이 어떻게 더 빨리 체중을 줄이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Coming up: how the color pink could help you lose weight faster than ever, and keep it off for good)”라고 훤칠하고 잘 생긴 진행자 트래비스 스톡 박사가 말했다.
또 다시 ‘닥터 필’과 ‘닥터스’는 시청자에게 이 최신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가게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상기시켰다. 두 쇼의 웹사이트에는 ‘핑크 메소드’의 홍보 자료를 싣고 pinkmethod.com 사이트를 직접 링크했다.
‘핑크 메소드’를 처음 다룬 쇼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여러 차례 재방송됐다. 그 후 내용을 약간 달리한 홍보가 2012년 1월 6일 ‘닥터 필’ 쇼에서 선보였다. 이번에는 새로운 정보(tidbits)가 포함됐다. 닥터 필은 시청자를 위해 파스켈라를 다시 소개하면서 그녀의 책을 출판한 사람이 아들 제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아주 중요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내 아들 제이가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얼마 전에 나를 찾아와서 ‘우리 책의 저자 한 분을 소개하고 싶은 데 아주 놀라운 여성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영양사로서 현재 미국 전역을 휩쓰는 최신 다이어트와 운동 프로그램의 저자입니다. ‘핑크 메소드’의 신시아 파스켈라를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
닥터 필은 M 프린트라는 출판사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파스켈라는 뉴스위크에 “M 프린트가 제이 맥그로의 출판사”라고 말했다. 제이 맥그로는 변호사를 통해 전달한 서면 답변서에서 “M 프린트는 모레노 박사가 집필한 책들을 펴내는 자가 출판사다. M 프린트의 M은 모레노(Moreno)를 뜻한다.” 제이 맥그로는 ‘핑크 메소드’와 관련해선 이렇게 답변했다. “본인은 ‘핑크 메소드’ 다이어트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책의 출판만 주선했을 뿐이다(I had no involvement in the creation of the P.I.N.K. Method diet and ... merely coordinated the publication of the book).” ‘17일 다이어트’에 관해선 “출판사 관행에 따라” 보상받았다고 말했다.
‘17일 다이어트’가 선보인 지 13개월 이상이 지난 뒤, 그리고 ‘핑크 메소드’ 홍보가 시작된 지 6주 뒤, 닥터 필은 마침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파스켈라의 책을 낸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나흘 뒤 ‘핑크 메소드’를 다룬 ‘닥터스’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그러나 ‘닥터 필’ 쇼의 녹취록을 철저히 검토한 바에 따르면 그는 ‘17일 다이어트’와 아들의 관계에 관해선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다(According to an extensive review of the show’s transcripts, he never told his audience about his son’s link to The 17-Day Diet book).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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