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홉 난쟁이들’ - 금기를 깨며 현대사회를 풍자하다
- [Culture] ‘아홉 난쟁이들’ - 금기를 깨며 현대사회를 풍자하다

올 봄 문화계의 화두는 ‘백설공주’가 될 듯하다. 영화계에서는 고전 동화 백설공주를 각색한 영화 ‘백설공주’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사과를 먹고 잠든 백설공주가 백마 탄 왕자의 키스로 다시 깨어나게 되는 우리가 흔히 알던 백설공주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다룬다.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쫓겨난 백설공주가 도둑으로 둔갑한 일곱 난쟁이들과 힘을 합쳐 왕국을 되찾기 위해 왕비와 대결을 펼치는 판타지 어드벤처다. 반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여왕이 고용한 사냥꾼이 공주를 죽이는 대신 그녀에게 전투 기술을 가르치고, 이를 알아 챈 여왕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동화가 발표된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리메이크되고 있는 걸 보면 백설공주의 인기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사실 1812년 그림 형제의 동화집 『그림동화』에 수록된 ‘원조’ 백설공주는 아버지와의 근친상간이 탄로나 왕궁에서 쫓겨나는 인물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일곱난쟁이 또한 호색한으로 등장한다. 발표 당시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해 1857년 만들어진 것이 현재 널리 알려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다. 월트 디즈니가 1937년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며 더욱 유명해졌다.
그림동화의 초판 이야기 재현5월 개봉할 영화들이 백설공주를 재창조했다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폴 맥카시 개인전, ‘아홉 난쟁이들’은 『그림동화』의 초판 이야기를 재현한 것에 가깝다. 국제갤러리가 개관 30주년을 맞아 새로 개관한 3관에 초대된 첫 손님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미국 작가, 폴 맥카시(67)다. 그는 전후 미국 사회의 물질적 풍요 이면에 감춰진 퇴폐와 금기를 충격적인 회화·영상·사진·조각·행위예술·설치 등으로 적나라하게 표출해온 ‘문제 작가’로 불린다.
지난 40여 년 간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맥카시는 대중매체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평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그가 직접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으로 분해 엘리자베스 여왕,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흥청거리며 성적인 행위를 하는 비디오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비도덕적인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파격적인 실험 미학은 ‘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와 루치안 프로이트, 제이슨 로즈, 신디 셔먼, 조나단 메세, 채프먼 형제, 길버트 앤 조지 등에게 영향을 줬다.
그런가 하면 할리우드나 디즈니랜드와 같이 이상화된 대중문화를 그로테스크하고 폭력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백설공주 외에도 대중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피노키오나 산타클로스, 해적과 같은 캐릭터가 그의 주 ‘공격대상’이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번 ‘아홉 난쟁이들’ 또한 같은 맥락이다. 사면이 흰색으로 덮인 높이 6.1미터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홉 난쟁이 조각 9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노랑·분홍·파랑·살구색 등 형형색색의 컬러에 사로잡혀 가까이 가면 우리가 알던 난쟁이 모습이 여기저기 깨지고 뭉개져 있다. 여기에 남근을 형상화한 코와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볼, 이상야릇한 눈빛을 한 난쟁이들은 귀엽고 순수한 ‘디즈니 속 난쟁이’와는 전혀 다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이런 우스꽝스럽고 성적인 모습에는 맥카시가 1970년대부터 작업의 주요 테마로 삼고 있는 남성과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맥카시는 전시 첫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세계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서 “남성과 남근, 이를 무기로 삼는 문제는 현 시점에서 당연히 다뤄져야 할 주제”라고 밝혔다.
이 조각에서 맥카시가 차용한 백설공주 이미지는 원작에 내재한 어두운 심리적·사회적 요소다. 또한 동화책이나 장남감을 통해 상업화된 20세기적인 변형이기도 하다. 이렇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난쟁이들은 실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성격을 투영해 멍청이(Dopey), 박사(Doc), 졸림이(Sleepy), 재채기(Sneezy), 행복이(Happy) 등 대중의 강요된 사랑에 저항하는 형상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이 동화 속 캐릭터들의 그로테스크한 변형은 외설스럽기보다는 어쩐지 연민이 느껴진다.
그는 “백설공주 같은 이미지들이 대중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상 우리가 현실에 길들여지는 일종의 도구”라면서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접한 대중적 이미지들과 매체는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내는가를 보게 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맥카시는 때로 엽기적인 표현법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내 작품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통상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을 과감히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런 그가 표현한 백설공주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우리의 역사이자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번 전시는 5월 12일까지 열린다.

■ 봄나들이 길에 들를만한 전시 3
배준성 ‘움직이는 정물’

핀 율 탄생 100주년 전 ‘북유럽 가구 이야기’스칸디나비아 가구의 거장으로 불린 핀 율의 가구 디자인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구 씨의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덴마크의 왕 프레데릭 9세가 앉아 유명해진 치프테인(Chieftain) 의자를 비롯해 현대 의자 디자인 역사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No.45 등 핀 율에게 명성을 안겨준 의자뿐 아니라 책상·캐비닛·그릇·조명도 선보인다. 그의 자택을 볼 수 있는 동영상과 설계도면, 작업실 등으로 입체적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4월 26일부터 9월 23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한나 ‘일상생활의 승리’상상 속 이야기를 회화 조각 드로잉 영상 등 30여 점으로 펼쳐낸 전시다. 작가의 내면을 지탱하는 분신이자 친구인 ‘토끼’와 ‘한나’가 보내는 일상의 단편을 그린 작품들은 사회가 강요하는 목표를 좇기보다 우리 삶에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승리라고 말한다.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색채와 인물 중심의 독특한 구성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동화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지만 일명 ‘88만원 세대’라는 현 시대의 청춘 상을 꼬집는다. 4월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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