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s] 세상의 모든 꽃이 피어난다
2012년 4월 5일부터 10월 7일까지 모든 길은 로마가 아니라 네덜란드로 통한다. 네덜란드에서 10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세계적 화훼박람회 ‘플로리아드(Floriade)’가 이번엔 벤로라는 도시에서 열린다. ‘플랜(치즈, 크림, 과일 등을 넣은 파이)과 아스파라거스, 버섯과 맥주의 고장’으로 자처하는 림부르크 지방에 위치한다. 올 박람회에는 약 200만 명(벤로 인구의 20배)의 관람객이 다녀갈 전망이다. 박람회가 열리는 장소는 얼마 전까지도 밀밭이었다. 상록수(evergreen)와 자작나무(birch), 참나무(oak trees) 등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수령이 5000년에 이른다.
현재 66만 평방 미터의 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엔 200만 점의 새로운 식물이 심어져 세계 각지의 화훼애호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작업은 5년 전 시작됐다.” 공원 조성 작업을 지휘한 조경전문가(landscape architect) 존 분의 말이다. “주변 숲에 군데군데 오솔길을 내고 벤치를 설치하는 외엔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전시장은 구역별로 독특한 주제[‘휴식과 치유(relax and heal)’ ‘녹색 엔진(green engine)’ 등]와 색상 배합 계획(color scheme)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국제 전시구역에는 파키스탄, 튀니지,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부탄 등 약 40개국이 참가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한 중국과 미얀마도 포함됐다. 플로리아드의 조직위원장 폴 벡은 “외국 참가자들은 물 때문에 문제가 많아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90개 업체가 상업용 전시에 참여했다.
다른 볼거리도 준비됐다. 곡예와 뮤지컬, 길거리 공연, 브라스 밴드, 조명쇼, 야외극장, 케이블카(공원 상공 30m까지 올라간다) 등 다양한 행사와 시설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플로리아드는 유럽(어쩌면 세계) 최대의 화훼박람회다. 벡 조직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플로리아드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2억5000만~3억 유로다. 모든 기반시설과 상설 건물 두 동의 건축 비용을 포함해서다.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화훼전시회라고 튤립만 생각해선 안 된다. “(플로리아드엔) 없는 게 없다.” 미국 화훼업자 데비 밴 버건딘의 말이다. 그녀는 버지니아주 버지니아 비치에서 가족과 함께 Dutchbulbs.com을 운영한다. 버건딘은 지난 세 번의 플로리아드를 관람했다. “원예의 최신 동향과 신품종을 보고 싶다면 거기 가면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올해는 180만 점의 구근 식물(bulb plants), 19만 점의 다년생 식물(perennials), 1만8000점의 관목(shrubs), 1만5000점의 울타리 식물(hedges), 5000점의 장미가 전시됐다. 거기에 새로 심은 나무 3000그루(250종)와 각종 과일, 채소도 볼 수 있다. 버건딘은 2002년 하를렘메르메르(암스테르담에서 16㎞ 거리)에서 열린 플로리아드에서는 신종 미니 식물들(miniatures)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요즘 집 테라스 화분에서 미니 비비추를 키운다”고 말했다.
역시 2002년 플로리아드를 관람한 코네티컷주의 리 버탤라도 이 박람회의 팬이다. 그는 “생태학적 책임감(ecological responsibility)과 자연보호(preservation)를 염두에 둔 원예 계획 등 새로운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보기 좋고 효과적인 전시를 위한 주최측의 노력도 대단하다.” 버탤라는 그 후 ‘가든 컨서번시(Garden Conservancy: 미국 공공정원의 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의 자연보호 프로그램 책임자가 됐다. “플로리아드에서는 지극히 현대적인 정원부터 로맨틱한 정원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얻기에 안성맞춤이다.”
플로리아드의 관람객 대다수가 유럽 대륙, 특히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찾아온다. 세계 최고의 원예애호가로 꼽히는 영국인들은 단체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번 플로리아드에는 아시아 관람객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으리라 전망된다. 유럽의 강들을 유람하는 호화 요트 ‘리버 클라우드 2’ 역시 올해 플로리아드를 새로운 정박지로 추가했다. 이 요트를 운항하는 시 클라우드 크루즈의 마케팅 매니저 마이클 매킨토시는 “화훼와 원예 애호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매우 반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당국은 이번 플로리아드를 개최하면서 한가지 모험을 했다(has taken a chance). 개최지를 처음으로 암스테르담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로 결정한 일을 말한다. 벤로 근처에는 호텔이 많지 않아 일부 관람객은 관람 당일 자동차를 타고 그곳까지 가야 한다.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과 마스트리히트,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남짓 걸린다(플로리아드의 평균 관람 시간은 약 7시간이다).
하지만 당국이 벤로를 개최지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네덜란드 원예협회는 벤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플로리아드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전시회가 끝난 후 이곳은 ‘친환경 비즈니스 파크(green business park)’로 또 한번 탈바꿈하게 된다. 상설 건물 두 동 중 탄소중립적인 ‘빌라 플로라’는 사무실 빌딩으로 쓰이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사무실이 될 것”이라고 벡은 말했다. 나머지 한 동 ‘이노바토렌’은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기업식 농업의 산실(incubator)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플로리아드의 성공적인 개최가 우선이다. 조경전문가 분은 이렇게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 원예애호층이 고령화하고 수가 줄어들고 있기(has been aging and shrinking) 때문에 이번 플로리아드는 아이들을 포함해 가족 전체가 즐기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했다.” 전시구역마다 놀이터와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장치를 설치했다. 예를 들면 암호와 퍼즐이 숨겨진 정글에서 암호를 풀면 정글의 왕을 만나거나 ‘기쁨의 나무(Tree of Delight)’에 도착하게 되는 식이다. 그곳에는 쌍방향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무 위 오두막이 마련돼 있어 재미와 교육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킨다. 게다가 부모들은 쇼핑도 할 수 있다. 벡의 말을 들어보자. “이곳에선 다양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고 택배도 가능하다. 심지어 50m 높이의 나무처럼 덩치가 큰 상품도 포함해서 말이다.”
[필자는 뉴욕타임스와 비즈니스위크 기자 출신으로 현재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한다.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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