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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한전산업개발 매각 논란 - 대주주 지분 매각에 노조 “파업 불사”

[Inside] 한전산업개발 매각 논란 - 대주주 지분 매각에 노조 “파업 불사”

한전산업개발 노동조합 집행부와 대의원 150여 명이 4월 26일 서울 장충동에 있는 자유총연맹에 모였다. 이들은 ‘생존권 사수’라고 쓰인 빨간 머리띠를 둘렀다. 조끼에는 ‘매각 저지 강력 투쟁 목숨 걸고 사수하자’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날 신민식 한전산업개발 노조위원장은 연맹 앞마당에서 삭발식을 했다. 신 위원장은 삭발식 후 성명서를 통해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한 후 이익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가져가더니, 이제는 기업 사냥꾼처럼 먹고 튀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잠시 후 노조 집행부 14명과 자유총연맹 이영재 사무총장 등이 비공개 회의를 했다. 회의장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노조 측은 전날 있었던 지분 매각 본입찰에 어떤 기업이 참여했고, 매입 제시액이 얼마였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연맹 측은 “입찰 의향 기업과의 신뢰와 비밀유지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 사무총장은 “의향서 제출기업과 고용 보장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매각 단계가 아니라 검토가 10% 정도 진행된 정도”라고 해명했다. 노조 측은 “본입찰이 진행되며 바로 다음날 입찰 내용을 노조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말을 뒤집는다”며 “연맹이 신뢰를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고용보장이 목적이 아니라 지분 매각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최대 보수 NGO단체인 자유총연맹이 대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 지분 매각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에서는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유총연맹 지분 전량 매각 추진노조 관계자는 “한전산업개발 직원은 원래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2003년 한전 지분을 자유총연맹에 매각할 때 정년 58세를 보장하고 급여도 한전과 동일하게 지급한다는 약속을 당시 내무부 장관으로 받았다”며 “공문과 합의문도 다 있는데, 연맹과 2대 주주인 한국전력이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4월 25일 행정안전부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자유총연맹은 2003년 4월 한전 계열사로 공기업 민영화 추진 대상이었던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한전은 지분 49%를 가진 2대 주주로 남았다. 연맹은 지분 51%를 707억원에 매입했다. 매입 대금은 은행 대출과 계열사 매각대금으로 마련했다. 이후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가 한전산업개발 대표를 맡는 등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하지만 권 총재는 2008년 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2009년 말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고 2010년 사면됐다. 이후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연맹 관계자는 이사나 감사 등으로 참여했다. 현재도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가 비상근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한전산업개발은 자유총연맹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이 회사는 전기 검침과 발전설비 운전·정비가 주력 사업인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췄다. 한전산업개발은 가정이나 공장의 전력량 검침과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등 관련 시장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3년 이후 매년 130억~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2755억원에 1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2010년 매출은 2527억원, 영업이익은 272억원이었다. 한전산업개발 노조는 “자유총연맹이 매년 엄청난 주주 배당금을 챙겨갔다”고 주장한다. 자유총연맹은 인수 첫해 40억원, 이듬해 45억원 등 매년 고배당을 챙겼다. 서울 흥인동 소재 본사 건물을 매각했던 2006년에는 26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지난 9년간 배당 총액은 약 620억원. 같은 기간 한전산업개발 누적 영업이익 1540억원의 40% 수준이다.



본입찰에 만도-한라그룹 컨소시엄 참여

그렇다면, 자유총연맹은 이런 알짜 회사를 왜 팔려고 하는 것일까. 연맹 관계자는 “연맹 예산이 부족한데 주주 배당금이 줄고, 대출 이자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배당액이 준 것이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라는 얘기를 연맹 쪽에서 들었는데, 그러면 상장 차익으로 얻은 돈은 뭐냐”고 반발했다. 한전산업개발은 2010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5500원. 연맹과 한전은 상장과 동시에 각각 지분 20%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팔았다. 연맹은 상장 차익으로 354억원을 벌었다. 신민식 노조위원장은 “비영리 NGO단체인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해 지금까지 가져간 이익금이 972억원”이라며 “여기에 나머지 지분 31%를 매각하면 엄청난 돈을 벌고 나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상장 초기 1만7000원대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에 6000원대에서 거래된다. 5월 1일 종가는 6260원이었다. 1일 기준가로 자유총연맹의 보유주식 가치는 630억원이다.

자유총연맹이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은 3월 초쯤 돌기 시작했다. 2대 주주인 한전은 이미 2010년부터 공기업 선진화 차원에서 지분 29%를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한전산업개발 노사는 3월 중순 회담을 가졌다. 당시 연맹 측은 지분 매각을 잠정 보류하고, 다시 진행하면 노조에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언론은 자유총연맹이 지분매각을 잠정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매각은 진행 중이었다. 4월 20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실시한 예비 입찰에 6개사가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월 25일에는 본입찰이 있었다. 자유총연맹 측은 “입찰 참여 기업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두산, 포스코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연맹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연맹 관계자와 노조 간부는 “25일 본입찰에는 만도와 한라그룹 컨소시엄이 가장 큰 액수를 적어냈지만 연맹이 기대하는 가격에 모자라 결정을 못 했다”고 전했다.

노조의 한 간부는 “연맹이 계속 매각을 진행할 경우 파업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산업개발이 석탄화력발전소 운전의 90%를 맡고 있다”며 “필수유지업무 계약이 체결돼 있지만 일단 준법투쟁 형식이라도 부분 파업에 나서면 국내 전력 생산에 엄청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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