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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의 대반격 시작됐다

일본차의 대반격 시작됐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진 복구 속도가 빨라지고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는 등 경영환경이 호전된 덕분이다. 그러나 진정한 싸움은 신흥국 시장을 둘러싸고 펼쳐질 미국·한국과의 경쟁이다. 판매 대수 1억대를 목표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선전이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일본 자동차 업계는 토요타의 영업이익이 1조엔까지 갈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5월 8일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토요타의 영업이익이 5년 만에 1조엔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다음날 발표된 토요타의 2012년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2385억엔을 기록했다. 1조엔 달성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동일본 지진과 태국 홍수 등 변수로 고초를 겪었던 토요타가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과거 최고액이었던 2008년 영업이익 2조 2700억엔에는 크게 밑돌지만 그래도 뚜렷한 V자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은 틀림없다.



생산 정상화와 엔화 약세 도움토요타뿐만 아니라 일본 자동차 업계의 1분기 실적을 통틀어 보면 전체적으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이하츠 공업은 3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마츠다도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외부 환경이 호전된 덕분이다. 구체적인 상승 요소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대지진·홍수로부터의 생산 정상화, 엔화 약세, 에코카 보조금 부활 등이다.

무엇보다 생산이 정상화된 점이 반갑다. 지진 직후부터 회복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에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7%, 4월에는 60% 감소했다. 하지만 5월에 닛산 자동차의 이와키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9월에는 자동차 각 사에 마이크로 컴퓨터를 공급하는 반도체 메이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나카 공장이 생산에 들어갔다. 그 후 10월부터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업계가 그토록 바라던 에코카 보조금이 2011년 12월 부활했다. 1년 3개월 만이다. 에코카 보조금은 일정 연비기준에 도달하는 차량을 구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중형차는 10만엔, 경자동차는 7만엔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일본 자동차공업회의 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480만대로 예상된다. 이 중 보조금 혜택을 받는 차는 수십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토요타의 소형 하이브리드차(HV) ‘아쿠아’의 경우 4월에 주문해도 반년 뒤인 10월에나 차량을 수령할 수 있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 HV나 전기자동차(EV)뿐만 아니라 기존 가솔린차의 개량판이나 클린 디젤차 등 ‘제3의 에코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경차 중에는 스즈키 ‘알토 에코’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알토 에코는 공인연비가 리터당 30km에 달한다. 소비자의 수요를 자극할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회복 요소는 엔화 가치 약세다. 엔·달러 환율은 2011년 10월 한때 달러당 75엔으로 최고가를 찍었으나 올해 2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해 83엔대까지 떨어졌다. 토요타의 경우 엔달러 환율이 1엔이 상승하면 320억엔의 영업이익이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율변동은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토요타의 영업이익 추락을 부추긴 것도 엔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잠깐의 호조에 들떠있을 처지가 아니다. 지진 후 무너진 공급체제는 정상화되었지만 예산의 제약을 받는 에코카 보조금은 이번 여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종료 후의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기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엔고를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엔고 외에도 높은 법인세율, 노동규제 등 일본 자동차 기업을 둘러싼 ‘6중고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현대차가 경쟁자일본 밖으로 눈을 돌리면 전 세계 신차 판매대수는 2012년 7900만대에서 2017년 1억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견인할 곳은 당연히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신흥국이다. 2017년 신차 판매 대수 중 신흥국 비율은 60%에 달할 전망이다. 상위 3개국에 중국과 인도가 포함돼 있다.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이러한 국제시장을 확보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시장이다.

“나는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중국에서 태어난 HV를 통해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올 4월 북경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위와 같이 중국에 어필했다. 세계 최대시장에서 자신들의 무기(차)를 선전하기 위해 토요타조차도 필사적이다. 닛산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전략 차종 ‘다트선’으로 인도와 러시아,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든다.

전 세계 자동차 지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시대의 새로운 승자는 독일의 폭스바겐(VW)과 한국의 현대자동차라 할 수 있다. VW는 중국이나 브라질에 한발 빨리 진출해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현대도 인도 등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2007년 세계 판매 랭킹에서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던 양사는 2011년 2위와 5위에 올라섰다. 성장세가 무섭다.

2018년까지 연 1000만대 판매를 내다보며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는 VW는 ‘자동차의 커머디티화’라는 실험을 시작했다. 현재 각 자동차 제조사는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부품 공통화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든 차량은 찍혀 나온 상품처럼 똑같아지고 만다. 하지만 VW의 경우 차를 모듈(복합 부품과 같이 대량 개별화된 체제)화하여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공통화’와 ‘다양화’를 양립시키려는 시도다.

일본 메이커들도 같은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 기법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도전의 장에서 일본 메이커들이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토요타나 혼다나 2012년 세계 판매는 과거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지만 예전과 같은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일시적인 호조에 휩쓸리지 않고 ‘1억대 시대’에 살아남을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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