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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실질임금 상승률 마이너스 행진 - 나라 소득 늘어도 내 월급은 줄어

[Issue] 실질임금 상승률 마이너스 행진 - 나라 소득 늘어도 내 월급은 줄어

한국 직장인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2008년 이후 세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를 감안한 월급이 직전 연도보다 줄어든 해가 세 차례 있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명목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소비자물가는 꾸준히 오른 탓이다. 실질임금 감소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간혹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처럼 몇 년 동안 계속 줄어든 적은 없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 2.9%다. 고용노동부 고용통계에 따른 지난해 명목상 1인당 월 평균 전체 임금총액은 284만3545원,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였다. 전체 임금총액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뒤 다시 100을 곱해 산출한 실질임금은 273만4178원이다. 2010년 실질임금이 281만6188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9% 줄어든 것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줄곧 플러스를 유지해왔다.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10년 동안 없던 일이다.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명목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2000년 이후 2011년이 처음이다.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로 범위를 한정하면 1980년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9년 단 한 차례 (-2.5%)를 제외하면 지난해가 처음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07년 1.5%이던 것이 2008년 마이너스 0.5%, 2009년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 2010년 들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면서 3.4%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2011년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초과·특별급여 큰 폭 줄어2008년은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유가마저 급등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7%로 급등했기 때문에 실질임금 상승률이 줄어들 만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에서 한 해 만에 플러스로 회복된 걸 감안하면 2008년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 회복세는 상당히 더디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금융당국의 물가정책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한 탓이 크다. 저금리 기조로 통화량이 늘어 물가는 오르고 돈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이나 임금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금융위기 전후 실질임금 상승률이 떨어진 것은 명목임금이 줄었기 때문이고, 지난해에는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게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크게 뛴 것은 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데 있다”며 “봉급생활자가 쓸 수 있는 돈의 가치가 떨어져 구매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정성미 책임연구원은 “2011년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경제성장률이 3.6%에 불과했던 게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1차 원인”이라며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정액급여 외에 초과급여와 특별급여가 큰 폭 하락하면서 임금 총액이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임금총액 중 정액급여는 꾸준히 올라 2011년에는 4.8% 상승했다. 정액급여 상승률은 2004년 이후 해마다 4~6% 수준으로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초과급여는 8.4% 줄었고, 특별급여는 무려 19.3%나 줄었다. 경기가 후퇴하면서 각 기업이 초과근무시간을 줄였고, 순이익이 나지 않으면서 상여금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기본급여보다 초과급여나 특별급여에 좌우된다는 의미로, 임금이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6%로 2009년 경기침체기 성장률(0.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2011년 초과급여와 특별급여는 2009년보다 더 많이 줄었다.



저소득 계층에 더 부담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을 때 더욱 고통을 받는 쪽은 저임금 봉급생활자다. 민주노총 이상호 정책국장은 “물가는 고임금을 받든 저임금을 받든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저임금을 받는 직장인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다”며 “소득계층을 10분위로 나눠보면 2~4분위 저임금 쪽 명목임금 증가폭은 작고 8~10분위 쪽 고임금의 임금 증가폭은 크다”고 말했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봉급생활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변양규 실장은 “명목임금 자체를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나 금융당국이 물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저소득층 안전망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임금 감소는 가계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곧 내수시장에 찬물을 끼얹어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킨다. 실제 브라질은 룰라3기 때 물가상승률이 크게 오르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저소득계층에 현금으로 소득지원금을 뿌리는 부양책을 썼다. 변양규 실장은 “실질임금 상승률은 0%만 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 전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9%나 실질임금이 떨어지면 실제 구매력 저하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라며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지난해 실질임금 감소로 내수가 위축돼 실질임금이 더 하락하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2.9%수준의 실질임금 감소에도 생필품 등은 계속 소비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경기를 이끌어오던 내구재, 자동차, 가전 등에 대한 소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곧 한국경제의 경쟁력 부실로 이어져 또 다시 실질임금 감소 현상이 나타나는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당장 올해 경영계와 노동계간 임금협상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지난해 감소한 실질임금을 보상받기 위해 더욱 높은 임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국노총은 생계비와 근로자간 소득격차해소 등을 감안해 임금상승 요구율을 9.1%로 정했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19.4%를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소득불균등을 줄이고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정규직 9.3%, 비정규직 19.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영계(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기둔화, 인플레 유발, 양대 선거에 따른 사회적 부담 등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임금인상률을 2.9%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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