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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사업에 소니 미래 달렸다

TV 사업에 소니 미래 달렸다

4년 연속 적자다. 그것도 이번에는 사상 최대 규모다. 소니는 3월 말 끝난 2011년 회계연도에 457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1~3월에도 2550억엔 적자를 기록해 5분기 연속 순손실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4월 초 히라이 카즈오 신임 CEO가 취임했다. 동양경제가 히라이 사장을 단독 인터뷰 했다. 젊은 사장이 터놓은 소니 재생전략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야말로 폭풍우 속의 출범입니다. 일렉트로닉스 사업의 재건과 히트 상품 창출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습니다.

“소니의 리더는 주력 상품을 바탕으로 ‘소니다운 체험’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합니다. 소니다운 체험이란 소비자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건 훌륭한 음악일 수도 있고, 케이스를 여는 순간 ‘역시 소니야, 디자인이 정말 멋진걸!’하고 감탄할 만한 전자 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감동을 선사해 온 것이 바로 소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과제는 당연히 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아이튠즈(iTunes)가 있습니다. 소니는 하드와 소프트 양쪽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러한 이점을 살리지 못한 듯합니다. 전 사장인 하워드 스트링거는 ‘하드는 소프트를 즐기기 위한 틀이며, 소프트가 없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는 소프트 중시론을 주장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하드, 소프트 중 무엇이 우선인지에 관한 논의는 의미가 없습니다. ‘소니의 아티스트가 감동을 주고 싶다’, ‘엔지니어가 상품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쉬운 예로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습니다. 하드와 소프트가 한 회사에서 하나가 되어 만들어 낸 첫 번째 비즈니스입니다. 소니 그룹도 하드와 소프트가 있기에 비로소 감동을 전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회사 출신이라는 이례적인 경력을 가졌습니다. 신 경영진에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의 경영자나 엔지니어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내 인맥이 두텁지 않고 기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평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서도 네모토 쇼지 전무이사와 코노 히로시 마케팅 사장의 기용에는 어떤 목적이 있습니까?

“일부러 제가 있었던 SCE의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을 기용한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입니다. 사업의 방향성을 논의할 때 당연히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핵심 사업인 디지털이미징은 네모토 전무이사가 연구개발부문을 총괄하도록 하였습니다. 프로용 제품에서 키워온 기술을 컨슈머 제품에 활용하면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노 씨가 SCE 재팬 사장과 소니 마케팅 사장을 겸임하는 것은 대규모 시장의 마케팅이나 세일즈를 일인 지휘하에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에서였습니다. 업무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을 통합시키는 것은 무리지만 협무를 통해 두루 살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쌍방의 비즈니스 노하우 성공사례도 공유할 수 있겠지요. SCE의 경험을 소니마케팅에도 살리고 반대로 SCE에도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월 12일 경영방침 설명회에서 2012년도 1만명 인원 삭감을 발표했습니다. 축전지사업 매각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해고가 될까요?

“거침없이 인원을 삭감하기도 하고, 케미컬 사업을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매각하는 등 고용보장을 전제로 사업을 양도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룹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 때문에 핵심 사업에 필요한 리소스나 인재를 가진 회사와는 제휴하고, 타사에 양도하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구조개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8분기 연속 적자인 TV 사업은 1년 전부터 고정비용 삭감과 모델 축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의 과반을 홍하이 정밀공업에 위탁생산하고 있어 비용삭감의 여지는 제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도 TV 흑자화, 나아가 ‘영업이익률 5%’를 선언했습니다. 소니에게 5% 달성은 오래 전부터의 염원과도 같은 것일까요?

“TV 사업의 철수는 있을 수 없습니다. TV는 소니와 고객의 커다란 접점으로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때문에 액정 TV로 기술혁신을 도모하여 놀랄만한 상품을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 5%’라는 숫자도 저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회사가 한마음이 되어 노력한다면 달성 가능합니다. 핵심 비즈니스를 강화해 TV 사업을 흑자화한다면 장기적으로 소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소니가 활약했던 ‘디지털 드림 키즈’ 세대(PC나 비디오 게임기 등 디지털 기기에 전혀 저항감이 없는 세대) 사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젊고 젊지 않고는 중요치 않다. 내 강점은 백그라운드(경험)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비즈니스를 경험해 왔기 때문에 그다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발상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나 비즈니스모델, 신상품에 대해 의논할 경우, 저는 항상 소프트적 측면에서 생각합니다. ‘이거면 아티스트나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좋아하겠군’하는 시선 말입니다. 반대로 소프트 메이커와 논의할 때는 하드 입장에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니까 부디 고려해 주시길’하고 의견을 냅니다. 쌍방을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6년에 미국의 플레이스테이션 비즈니스를 맡게 된 것이 하나의 전환기가 되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현지에서 성공하기 전 규모는 작고 조직 분위기도 의욕적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앤드류 하우스(SCE 사장)와 팀을 꾸렸는데, 일이 끝나면 매일같이 회의를 하고 의견 조정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조직이 잘 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품이 팔리면 사원의 사기도 점점 올라가는 포지티브 스파이럴이 생겨납니다. 물론 상품(게임기)과 게임(소프트)이 훌륭했기 때문이지만 정말 적은 인원으로 최고 지위를 이뤄냈습니다. 회사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어 기뻤고 성취감도 컸습니다.”



세뱃돈 모아 소니 라디오 구입히라이 사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면 유난히 수다스러워졌다. 좋아하는 소니 제품 이야기에는 눈을 반짝였다.

“음, 정말 많지만 애착이 가는 제품은 디지털 일안 카메라 ‘α77’입니다. 카메라는 그렇게 좋아하면서 사진 실력은 엉망이지만요(웃음).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아크’도 애용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제품 중 가장 오래된 건 1975년 무렵 산 라디오 ‘스카이센서 5800’입니다. 용돈과 세뱃돈을 모아 아키하바라에서 구입했는데 집에 돌아와 상자를 연 순간 너무 감동했었죠. 시공을 뛰어넘어 미국의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을 넘어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그런 히라이 소년이 가장 영향을 받은 인물은 아버지와 조부라고 한다. CBS소니에 입사한 이후에는 더 개성적인 존재와의 만남이 있었다.

“저는 취직할 때 모 대기업과 CBS소니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은행원이던 아버지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교육방침을 가진 분이셨지만 그때만큼은 진지한 얼굴로 ‘물론 대기업은 멋지단다. 좋은 상품을 착착 만들어내 생활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하지. 반면 소프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요컨대, 살면서 냉장고나 차는 몇 대밖에 구입할 수 없지만, 영화나 음악은 인생에서 10곡 들으면 끝인 게 아니고 언제나 신선하고 새로운 감동이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곧바로 CBS소니에 입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우 고지식한 분으로 야학을 다녀 당시 지금의 재무성에 들어가셨습니다. 언젠가 매스컴으로부터 ‘히라이는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화내지 않고, 인터뷰에서도 뭐든 담담하게 답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누가 뭐라 하든 기본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데 할아버지로부터 그런 면을 물려받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니에 입사해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한 건 마루야마 시게루(전 소니뮤직 사장, SCE 부사장)와 쿠다라기 켄(전 SCE 사장)입니다. 마루야마에게는 ‘너무 끙끙 앓지 말라’, 실패하면 다음에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이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는 곧잘 ‘자네 너무 고지식한 거 아니냐? 조금 힘을 빼보게나’하고 말했습니다. 매사에 너무 빡빡하게 굴게 아니라, 기분전환이나 여유가 있어야 발상도 유연해지고 관점도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덕분에 좀더 긴장을 풀고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다라기에게는 철저한 신념을 배웠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비즈니스를 할 때 세세한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그 점을 바꿔갔습니다. 정말로 철두철미했죠. 고객에게 배달하는 상품을 우선 자기가 납득하고 나서 내보내는 자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타협은 일절 없었지요.”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

“회사 일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관여할 수는 없지만, 이거다 싶은 일에는 세세한 곳까지 고집스럽게 임하고 싶습니다. 네트워크 부정 침입사건이 있었을 때 스스로 설명에 나섰던 것도 그런 제 나름대로의 신념입니다. 맡은 일은 철저하게 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SCE 사장이었을 때도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지만 누가 뭐라 하든 흑자화를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해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해갈 수 있도록 전념하겠습니다. 걱정보다는 성공을 위해 ‘이젠 정말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심정입니다.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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