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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차례 대책에도 랜드마크마저 패닉

18차례 대책에도 랜드마크마저 패닉

노무현 정부 때 세운 ‘아파트 전봇대(규제)’가 대부분 뽑혔다.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를 골자로 한 6·18 대책을 내놨다. 이번 정부 들어 18번째 부양책이다.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아파트 거래를 활발하게 하겠다는 게 목적인데, 거래는 더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2008년 이후 맥을 못 추는아파트 시장이 ‘패닉’을 거쳐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더 이상 폭락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지만, 이미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볼 수 있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위기의 아파트시장을 취재했다.





대마(大馬)도 잡혔다“6월 들어 단 한 건도 거래가 안 됐다면 말 다했지. 딴 데 가서 알아봐요. 괜히 우리 부동산 이니셜 써서 난처하게 하지 말고.” 6월 19일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소 사장은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말 그대로다. 강남 부동산의 바로미터이자 랜드마크로 통하는 은마아파트는 6월 들어 단 한 건도 매매 거래가 되지 않았다. 가격은 2006년 고점 대비 30% 정도 떨어진 상태다.

전용면적 77㎡는 이미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던 8억원이 깨진 지 오래다.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소에 붙어있는 급매물 호가는 8억~8억3000만원이 많았지만,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7억원 후반대면 네고(협상)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2006년 말에 11억6000만원을 찍었던 곳이다. 84㎡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격으로 떨어졌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한 주민은 “5월에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거래가 됐다는데 지금은 9억원 이하로 내놔도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84㎡는 2006년 13억5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 10억원대가 무너졌고, 올1~5월에는 8억7000만~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경매로 나온 84㎡가 두 번 유찰돼, 다음달 중순 최저 경매가 6억7200만원으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은마아파트뿐이 아니다. 그동안 강남 집값을 받쳐온 재건축 단지인 개포 주공1단지, 송파 잠실주공 5단지 역시 고점 대비 30% 가량가격이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심각하다. 2010년 21억~27억원에 거래됐던 타워팰리스 1차 165㎡는 올 들어 가격이 급락하더니 1월 18억8500만원에 매매됐고, 3월 이후에는 17억6000만~20억원에 거래됐다.

2007년 중순 30억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40% 넘게 내렸다. 타워팰리스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도곡동 소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은 막상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다”면서도 “투자 대상으로의 매력은 이미 사라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특구 목동·중계·대치도 내리막“주변 공인중개사들에 아무리 물어봐도 올 들어 매매 거래 2~3건 이상을 성사시킨 곳을 거의 못 봤다. 목동은 요즘이 성수기 시즌인데 거래 문의가 거의 없다.”6월 20일 만난 목동 2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의 얘기다. 교육여건이 좋아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목동 1~7단지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7월, 겨울방학이 다가오는 12월이 성수기다.

매매와 전세 거래 모두 이때 활발히 일어난다. 올해는 다르다. 공인중개소마다“지금이 바닥이다”고 할 만큼 아파트 시세가 떨어졌지만, 거래는 뜸하다. 한 공인중개소가 비치해 놓은 계약서 파일을 확인했더니 가장 최근 거래된 계약서의 날짜는 2월 22일이었다. 아파트 값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공인중개소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115㎡ 아파트는 7억5000만~7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온 곳이 많았다. 부동산 버블이 심했던 2007~2008년에는 13억 안팎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에 8억~9억원 하던 89㎡ 아파트는 5억7000만원 정도에 내놔도 팔리지가 않는다.

목동 6단지 115㎡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2월에 8억4000만원에 팔 기회가 있었는데 주변에서 목동 부동산 값이 바닥이라는 말에 팔지 않았다”며 “그래도 목동인데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다 이제는 7억원 대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내셨다.목동·대치동과 함께 서울 3대 교육특구로 불리는 중계동 학원가 인근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계동 청구3차 아파트 인근에 있는 공인중개소 사장은 “25평 로열층이 4억7000만원에 나왔다”며“올 2월에 5억3000만~5억4000만원을 불렀던 곳”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조회했더니, 올 1~3월 같은 평형·층수 아파트는 5억1000만~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억 4000만~5억8000만원, 2008년에는 6억4000만원에도 거래가 됐다.

목동·대치동·중계동 등 소위 교육 특구는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 수요가 많아 집값이 오를 때는 큰 폭으로 오르고, 하락기에는 덜 떨어지는 특징이 있었지만 유례없는 부동산 장기 불황 속에 ‘신화’도막을 내리고 있었다.





“떨어지거나 적어도 오르진 않을 것”서울 송파구 신천역 인근 파인애플 상가에는 30여 곳에 달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소가 밀집해 있다. 1만1000세대가 넘는 잠실 1~2단지 아파트를 주로 중개한다. 6월 19일 찾은 이곳에는 공인중개소마다 매매 정보 전단지가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급매’ ‘급전세’가 많았고, ‘초급매’ 전단지도 심심찮게 보였다.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1단지 엘스아파트는 650채, 2단지 리센츠는 850채 정도가 매물로 나와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초급매 위주로만 거래된다”고 했다. 거래가 줄면서 시세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1단지 엘스아파트 111.5㎡는 8억5000만원~9억원에 내놓은 물건이 많았다.지난해 초만 해도 10억~11억원 하던 아파트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8억원 밑이라도 팔아만 달라는 물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평형 급매물은 8억1000만~8억 2000만원에 나온 것도 있었다. 잠실 2단지 리센츠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158㎡ 매물 호가는 13억원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저층이 아닌데도 11억7000만원에 나온 물건도 있었다. 8억5000~9억2000 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 109㎡ 중에는 매도 호가가 7억9000만원인 것도 눈에 띄었다. 이 역시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같은 날 찾아간 인천 남동구 구월동 구윌힐스테이트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입주가 시작된 이 곳은 인천 시내에서 가장 인기 좋은 아파트 단지로 통한다. 4900세대가 거주하는 대형 단지인 이곳의 114㎡는 2억6000만~2억7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올초에는 3억2000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팔려고 하지만 사려는 문의가 아예 없는 상황이 몇 달째”라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 “현재 호가에서 10~15% 낮춰도 거래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인천에서도 학군이 좋다는 평을 받는 부평구 경남3차 아파트 109㎡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던 2억5000만원이 깨지고 최근에는 2억1000만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인근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올해 들어 생긴 현상으로 최근 7~8년 동안 이런 가격으로 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섭 연구원은 “부동산 매수세가 실종된 원인은 향후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굳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부녀회도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주부 박모(39)씨는 2005년 6월 베란다 확장비와 세금, 고층 프리미엄 등을 합해 4억5000만원을 주고 경기도 동판교 109㎡ 아파트를 샀다. 3억5000만원은 현금으로, 1억원은 대출을 받았다. 분양가는 6차례에 걸쳐 지급했는데, 마지막 한 차례를 대출로 해결했다. 박씨는 “당시는 다들 2억~3억원씩 대출을 받아 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요즘 집을 팔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금융비용을 포함해도 현재까지는 2억원 정도 이익을 봤지만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것 같아서다.

그는 “요즘 판교 주민들이 매우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그는 “10년간 금지됐던 전매제한이 지난해 풀렸지만, 이미 몇 해 전부터 자신의 명의를 그대로 두고 실제 아파트를 시세보다 다소 싸게 팔아 전매금지 규정을 어긴 사람들도 여럿 있다”며 “강남 아파트 가격이 불안해지면서 3억원 내외를 대출받은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났다”고 말했다. 높은 금융비용에 비해 향후 기대 가격이 낮다는 얘기다.

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요즘은 억 단위 뒤에 9000만원이 붙는 매물이 많다”며 “예전처럼 몇 억 이하로는 팔 수 없다는 심리적 저항선이 깨지고 어떻게든 싸게 보이게 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급매물이 지나치게 싸게 나오면 부녀회에서 들고 일어났을텐데 요즈음 다들 포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올 3월 3·3㎡ 당 평균 2000만원대가 무너진 서울 강남,서초, 송파, 양천구, 경기 분당, 평촌 신도시, 용인시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은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얘기다.빚에 몰린 아파트도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아파트를 비롯한 경매물건 수는 1만1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고 시세의 절반값에도 낙찰이 되지 않아 대출 원금도 갚을 수 없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수요도 없고 공급도 얼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침체 국면이 최소한 2~3년, 그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수퍼리치도 아파트 관심 끊은 지 오래“고급 정보에 빠른 수퍼 리치들은 이미 2008년부터 아파트에 관심을 끊었다고 보면 된다. 강남 3구나 버블 세븐 지역뿐 아니라 도·노·강(도봉, 노원, 강북) 지역 중소형 아파트도 2009년 이전에 처분한 고객이 많다. 부동산 선호가 높은 강남권 부자들 일부가 지난해 지방 부동산이나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에 관심을 갖는 것 외에는 아파트는 포트폴리오 비중이 크게 줄었다.

” 압구정동에 있는 모 은행 프라이빗뱅커(PB) 팀장의 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얘기다. PB센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부자들이 아파트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말부터 조짐이 있었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비중이 줄었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2007년 중반 이후 주택시장이 이미 나빠진데다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쉽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인식이 생겼다“며 “여기에 인구·가구 구조변화가 연일 이슈화되면서 중대형은 아예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PB 고객들은 자녀 독립 등 실수요 목적이 아니면 아파트를 살 일이 없다”며 “투자 목적으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는 관심이 큰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PB 팀장은 “2007~2008년 만해도 재건축 투자한다고 몇 채씩 갖고 있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자본 차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지 않는다”며 “그 돈이 요즘은 근린상가나 빌딩으로 들어간다”고 전했다.

그는 “자산 30억원 정도라면 강남까지는 못 가고 강북이나 강동, 강서 쪽 근린상가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토지에 대해선 “토지는 임대 수익이 없어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토지 쪽에 묶여 있던 돈도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많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도 다시 침체 국면지난 2년 간 지방 부동산 시장은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서울·수도권에는 전혀 약발이 안 받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 통하는 듯 했다. 활로를 찾지 못하는 유동 자금도 지방 아파트 값을 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돌풍의 핵은 부산이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부산 아파트 값은 28% 올랐다.

2010년 5월 3.3㎡당 평균 557만원이던 부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올 5월 712만원으로 상승했다. 경상남도도 같은 기간 466만원에서 635만원으로 36% 올랐다. 하지만 올 들어 훈풍은 사라지고, 침체 국면이 뚜렷하다. 부산 서면에 있는 한 부동산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내려온 투자자들이 한 물 빠지고,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실수요자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지방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르면, 부산·경남은 지난해 급등세에 대한 부담으로 관망세 또는 조정기이고, 대구·경북·광주·전남 등도 매매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나가던 지방 부동산이 하락 국면으로 돌아선 것은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과 함께, 신규 아파트가 많이 공급됐기 때문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부동산써브 박정욱 선임연구원은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지방 분양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과거 상승률이 거셌던 지역을 중심으로 내림세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소형주택만 근근이 버텨 올 9월 결혼을 앞둔 김민호(33)씨는 신혼집으로 오피스텔를 고려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를 병행하는 방법도 고민해 봤다. 하지만 최근 오피스텔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60% 이상으로 올라 매입을 결심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 전세나 매매도 가능한 금액이긴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주변 선배들이 대출 받아 집 샀다가 집값 떨어지고, 대출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걸 보니 아파트 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아파트를 포기하고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면 괜찮은 주거형 오피스텔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신혼부부가 살만한 40㎡ 이상의 물량이 많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매매 가격이 싼 영등포·구로·강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영등포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전·월세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다”며 “최근 오피스텔의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매입을 고려하는 신혼부부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은 교통·시설·주변환경에 따라 가격폭이 커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여의도쪽이 가격이 오르고 있고 그 외 영등포 지역은 현상유지를 하는 수준”이라며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아파트를 사서 불안에 떠느니 발품을 조금 팔아 괜찮은 오피스텔 매물을 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주거를 목적으로 소형 주택을 찾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공급된 아파트의 면적별 청약 경쟁률은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가 0.67:1로 미달이었고,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3: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소형이 중대형보다 2배 가량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거의 사라지고 주거를 목적으로 실속 있는 소형주택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사는 아파트서 발 빼고 신시장 개척“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사업부문 매출이 감소하면서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견 건설사가 주도해온 아파트형 공장 건설이나 소형주택 공급까지 대형사가 손을 대기 시작했다.”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얘기다. 아파트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향후 전망도 어둡자 건설사들이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같은 소형주택사업에 뛰어드는 대형 건설사가 많다.

지난해 도시형 생활주택 브랜드를 출시한 롯데건설과 금호건설 외에 최근 대우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도 소형주택 공급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붙인 오피스텔을 지난달 말 계약률 100%로 공급 완료했다. GS건설은 올해 안에 소형주택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효성건설PU는 2002년 아파트 브랜드 ‘백년가약’을 출시한 후 10년 간 일반아파트 공급에 주력했지만, 최근 타운하우스를 분양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정성욱 효성건설PU 마케팅팀 차장은 “현재 타운하우스 외에도 다양한 주택상품 공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서울 관악구 봉천 신시장을 재개발해 지은 ‘서울대입구역 서희스타힐스’를 분양하고 있다. 142가구로 이뤄진 서울대입구역 서희스타힐스는 서희건설의 두 번째 시장 재개발 주택상품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반아파트 공급에만 집중했지만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확대하고 주택상품을 다양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길음역 서희스타힐스를 분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지역주택조합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결성한 조합이다.

이 조합은 주택을 지을 땅을 직접 마련해 그 위에 집을 짓는다. 집을 지은 후 일부는 일반분양해 수익을 낸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재무 리스크를 더는 장점이 있다. 이미 중앙건설과 STX건설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일반 분양에 나섰고, 한화건설과 현대엠코, 대우산업개발 등도 앞으로 꾸준히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아파트 입주자 일부가 확정돼 있어 안정적 수익보장과 조속한 사업추진이라는 장점을 얻을 수있다”고 설명했다.부동산시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6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소 주최 ‘한국경제 긴급진단과 향후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은 “한국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될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소 부동산 폭락 가능성을 제기해 온 그는 새누리당 부설 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부동산 투기 거품 붕괴를 막는 데 성공한 나라는 없었다”며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지 않는 한 거품 붕괴는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부양정책을 남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며 “수도권 아파트 실질가격은 2006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냉온탕을 번갈아 가는 정책을 펴 왔다.

하지만, 이정책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을 포함해 18차례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폈지만 부동산 거래를 되살리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5·10 대책 발표 후에는 오히려 아파트 거래량이 줄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월 수도권과 지방 주택 거래량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0% 줄었다.

수도권은 4월에 비해서도 거래량이 감소했다. 최근 6·18 대책 이후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상한제 원칙적 폐지, 주택 전매제도 개선, 재건축부담금 부과 중지, 재건축사업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 적용 등 이전 정부에서 세운 규제를 거의 모두 폐기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서울 개포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집주인들이 대게 매물을 거둬들이는데 요즘에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류재석씨는 “5·10 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졌다”며 “윤달이 끝나고 대책 나온지 한 달이 넘었는데 거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 상황이 일본 부동산 장기불황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수도권은 급락하고, 지방은 오른 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현상이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에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1000조원 가계부채와 맞물린 부동산 시장이 ‘째깍째깍' 경고움을 더 크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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