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도메인을 잡아라

내년부터 500여 도메인 쏟아질 듯6월 중순까지 신청을 받은 결과 총 1930개가 들어왔다. 아이칸은 1930개의 도메인을 400~500 단위로 묶어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심사에서는 실질적인 도메인 사용계획, 기술적·재무적 운영능력, 타 기업의 상표권 침해나 사회·종교 등의 정서에 위배되는 사안 등을 체크한다. 첫 심사가 끝나면 이르면 내년부터 500여개의 도메인이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전체 도메인의 모든 심사가 끝나기 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최소 2014년까지 신규 최상위 도메인을 추가로 신청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일부 중복으로 신청된 도메인의 경우엔 신청자들간의 경매를 통해 최종 낙찰자를 결정한다. 이번에 가장 많은 신청이 들어간 도메인은 ‘.app’으로 13개의 기업및 단체가 사용을 희망했다. .inc가 12개,.home과 .art가 10개의 중복 신청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규 도메인 신청은 신청 비용만 18만 5000달러(약 2억원)다. 거기에 연간 유지비도 2만5000달러(약 2700만원)에 달한다. 거기에운영계획에 따른 보증금을 은행에 비축해 둬야 한다. 특정 도메인을 운영하다 파산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아이칸이 바로 회수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이 돈 역시 사업계획에 따라 수억원이 넘어간다. 도메인을 운영하기 위한 서버 관리비와 인건비, 도메인 홍보 비용까지 하면 인터넷 최상위 도메인 하나를 갖기 위해 수십억원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중복 신청된 도메인의 경우 경매 입찰을 받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과 단체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최상위 도메인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은 무려 101개의 일반 최상위 도메인을 신청했고, 아마존은 76개, 마이크로소프트도 11개를 신청했다. 구글의 경우엔 신청비용으로만 200억원이 넘는 지출을 감행한 셈이다. 일부 시장성 있는 도메인의 경우엔 수년전부터 이른바 ‘찜’을 해놓고 노리는 단체들이 많았다.
기업이나 단체가 입맛에 맞는 도메인을 얻기 위해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첩보전도 벌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shop이다. 이 도메인은 외국의 한 기업이 4년전부터 강력한 사업 의지를 보였던 도메인이다. 이 기업은 아이칸이 주최하는 대부분의 행사를 따라다니며 홍보 부스를 만들고 이 도메인 운영권을 획득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hop 도메인 획득을 신중하게 고려했지만, 그 기업이 워낙 공격적으로 나서는 통에 경매 입찰가에 대한 부담으로 포기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주소로 사용되는 영어 몇 글자의 사용권에 왜 이렇게 많은 기업이 목을 매는 것일까. 베리사인이라는 기업의 예를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베리사인은 1985년 이래로 독점적으로 .com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국내에서 ‘~.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를 사용할 경우 홈페이지 관리자는 연간 1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국내의 도메인 중계 업체에 지불한다.
그리고 1만원에서 6달러는 .com의 운영권을 가진 베리사인이 갖게 된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에서.com으로 등록된 인터넷 주소는 1억300만개에 달한다. 똑똑한 최상위 도메인 하나를 가졌을 뿐인데 앉아서 연간 6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두 번째로 많은 주소를 가진 .net의 운영권 역시 베리사인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net으로 등록된 인터넷 주소는 약 1500만개다.이번에 신청된 신규 도메인도 이런 대박 아이템이 될 수 있다. .shop, .sale, .music과 같은 도메인은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초창기 도메인 사용자를 끌어들이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일단 사용자가 늘기 시작하면 확산이 빠른 인터넷 공간의 특징상 순식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사업성 있는 인터넷 주소를 미리 확보해 큰 돈을 벌어들인 사례도 많다.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을 인터넷 주소를 미리 확보한 뒤그 주소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 비싼 값에 되파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사이버스퀘터(도메인 사냥꾼)라고 한다.
인터넷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실제로 많은 기업이 이 사이버스퀘터 때문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인터넷주소를 놓고 법적 분쟁까지 간 사례도 많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인터넷 주소는 ‘sex.com’으로 1300만달러에 거래됐고, 2위는 fund.com 으로 999만달러에 거래됐다.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사이버 스퀘터로부터 자사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신규 도메인을 신청한 기업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google이나 .apple과 같은 최상위 도메인을 가지고 있으면 다양하게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 장점이 많다”면서도 “일부 기업은 추후에 발생할 법적 분쟁에 대비해 미리 관련 주소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칸의 이번 신규 도메인 신청은 세계 IT 업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이다. 많은 유수의 기업이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신규 신청된 1930개의 도메인 중 한국의 기업이나 단체가 신청한 최상위 도메인은 7개다. 삼성이 영문 ‘.samsung’과 한글 ‘.삼성’ 2개를 신청했다. 그리고 두산과 현대, 기아가 각각 영문으로 된 기업명 도메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7개만 신청기업을 제외한 사업 목적으로 최상위 도메인을 신청한 케이스는 공식적으론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한국법인이 외국 투자자와 공동으로 자금을 마련해 신규 도메인을 신청한 케이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외국계 IT 기업 아시아 본부 CEO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국내 사업가가 닷세일 인터내셔널이란 법인을 만들어 도메인 확보에 나섰다.법인의 지분 50% 이상으로 최대 주주기 때문에 한국의 단체가 신청한 도메인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신청한 도메인은 .golf와 .sale이다. 두 도메인 모두 5개의 중복 신청 건이 있다. 외국 법인과의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태다. 닷세일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4년 전 아이칸이 이러한 사업을 구상중이라는 소문을 듣고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며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이 대부분 자금력이 약한 IT 벤처 기업이어서 충분히 입찰을 따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신청을 위해 전 아이칸 총재까지 사내 이사로 영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닷세일 인터내셔널을 제외하면 한국은 도메인 사업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부족이다. 돈이 될 만한 도메인, 신규 도메인의 신청 시기와 방법 등 세부적인 모든 정보가 서양을 중심으로 몰려 있다는 것이다. 닷세일 인터내셔널 대표 역시 해외 출장 중 우연이 정보를 입수해 물밑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930개의 신규 신청 도메인 중, 절반에 가까운 911건이 북미 지역에서 접수됐고,675건은 유럽권에서 신청됐다. 아시아권에선 303개의 신규 신청이 들어왔는데 그나마 도 대부분 일본이었다.지난해 아이칸의 발표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수 차례 관련 설명회를 가졌다.
국내 기업을 상대로 공문도 여러 번 보내고 전화 설명도 지속적으로 했다. 하지만 미리 정보를 얻고 움직임을 취한 외국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이 대응하기에는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관계자는 “대기업이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도메인을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새로운 사업 계획을 짜고 도메인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청 마감일 임박해 최종 결정을 내린 현대와기아는 도메인 등록 신청을 위해 일본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신청을 위해선 까다로운 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국내 도메인 등록대행 업체는 경험이 적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경험이 많은 일본 도메인 등록 업체에 의뢰해 최종 신청을 진행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4000만~1억원에 달하는 도메인 등록 비용이 일본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도메인 사업의 현 주소를알려주는 사례다.불확실한 시장 상황도 국내 기업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도메인 사업이 성공을 거둘 경우 높은 이익을 창출 할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00개 이상의 도메인이 추가로 늘어나는 가운데 .com이나 .net과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정민 연구원은 “2007년 만들어진 최상위 도메인 .asia가 5년 동안 20만개의 주소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며 “일각에서는 앞으로 도메인 사업으로는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 후이즈 박충호 팀장은 “진짜 문제는 도메인 운영권을 획득한 다음이다.
단순히 도메인을 가지고 있다고 그 도메인을 쓰는 사람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홍보를 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려 붐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명 때문에 신규 도메인 신청을 포기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국내에는 유난히 두글자 영문으로 된 기업명이 많다. 하지만 일반 최상위 도메인의 등록 요건은 3글자 이상이다. 영문 두글자의 기업이 등록할만한 적절한 도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령 LG를 예로 들 경우, ‘LG’의 앞과 뒤에 어떠한 영문을 붙여도 어색한 이름이 나온다.
LG라는 고유의 기업명이 살지 않는 것이다.그렇다고 전자를 상징하는 LGE나 통신을 상징하는 LGU 등으로 등록할 경우엔 도메인을 취득하는 효과가 사라진다. 기업의 최상위 도메인을 취득한 경우 그를 이용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 .samsung 앞에 전자, 물산, SDI 등 계열사를 주소로 등록해 활용할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의 이름과 .samsung을 결합해 직원의 개인 페이지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하지만 LGU로 등록을 할 경우 LG그룹 전체가 아닌 LGU+만을 위한 도메인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꽤 많은 국내 기업이 이 같은 이유로 신규 도메인 신청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가올 도메인 전쟁 대비해야 어쨌거나 이번 신청은 끝났다. 모든 심사가 끝나는 2~3년 후에나 새로운 신청 기회가 생길 수 있다.이번 1930건 도메인 신청 결과에 따라서 더 이상 신청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베리사인과 같은 도메인 전문 기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이제는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번에 신청한 1930건의 도메인 중 국내 기업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케이스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이 영문 3~5글자의 약어로 되어 있어 분쟁의 소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조만간 1930건의 신청된 도메인문자열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만약 자사 브랜드명이나 상표권을 침해한 사례가 있다면 아이칸에 이의제기를 신청해 방어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일반 최상위 도메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이때야 말로 사이버스퀘터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가령.music 같은 최상위 도메인이 시장에 나올 경우 음악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중에 .music이 히트를 쳐 주소 등록을 하고 싶어도 누군가가 미리 주소를 확보해 뒀다면 법적 소송을벌이거나 비싼 값에 주소를 사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다. 최상위 도메인 하위의 주소 등록은 보통 10달러 미만이므로 기업명이 들어간 주소 몇 개 정도는 미리 등록해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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