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대체 유종·공급원 확보해 영향 작을 듯

대체 유종·공급원 확보해 영향 작을 듯



올 4월 이후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3월에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6월 하순에 89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2012년 5월까지 16개월 연속 100달러를 넘었던 월 평균 국제유가 역시 6월에는 90달러대로 낮아졌다. WTI가격도 배럴당 70달러대로 하락했다.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평균 보통 휘발유 가격은 4월 18일 리터당 2062.54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6월 28일에는 1931.52원으로 하락했다. 보통 휘발유 가격은 4월 23일 이후 66일 연속내려갔다. 특히 서울 지역 보통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93.08원으로 떨어졌다. 1월 6일이후 약 6개월 만에 2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투기수요 줄어 최근 유가 하락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기가 확산됐다.

또한 스페인의 은행 부실 문제도 커졌다. 6월 17일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 신민당이 승리해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 발생 등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부진 등으로 그리스 재정위기의 완전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스페인은 뱅크런 증가, 은행부실 확대 우려 등으로 위기가 증폭되고있다. 6월 9일 스페인은 은행자본 확충을 위해 1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지원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스페인 위기의 근본적 해소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위기는 재정위기에 은행 등 금융위기가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커지며 유가 선물시장에서도 투기적 수요도 줄었다.

2012년 2월 마지막 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유 투기적 순매수 건수는 25만5000계약이었다. 그러나 2012년 6월 셋째 주에는 12만4000계약으로 줄었다.투기적 수요의 감소는 국제 유가의 하락의직접적인 원인이 됐다.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전 세계 실물 경기도 점차 위축될 전망이다. 유로존의 2012년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5.1로 3년 래 최저로 하락했고, 4월의 실업률은 11%로 1995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스페인의 실업률은 24.3%로 유로존 내 최고이다. 다른 지역의 경제도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2012년 5월 비농업고용이 전월대비 6만9000명으로 예상치(15만명)를 크게 하회했고, 실업률도 4월의 8.1%에서 8.2%로 반등했다. 2012년 5월 ISM 제조업지수는 53.5로 4월(54.8)에 비해 하락했다.

중국의 2012년 5월 제조업 PMI도 50.4포인트로 4월(53.3) 대비 하락했다. IEA의 6월 석유시장보고서(Oil Market Report)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세계 석유수요는 전년 동기대비 40만b/d(배럴/일) 증가에 그쳤다.유로존 경기침체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둔화로 석유수요가 상당히 위축되었음을 의미한다. 1분기 OECD의 석유수요는 전년 동기대비 90만b/d 감소했다.



이란이 핵협상에 응한 것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췄다. 그러나 2012년 5월 이란과의 2차 핵협상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을 두고 이견차가 명확히 확인됐다.6월 18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3차 협상에서도 이란과 서방측과 타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란 핵협상이 지지부진한 건 최근 석유시장에서의 원유공급이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이란 원유제재로 인한 유가급등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쇄하지 않는 한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이 경제제재의 시행을 연기할 가능성도 작다. 하지만 이란은 내부 정치적 문제로 핵개발의 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하반기에 본격화될 경제제재 조치가 이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핵개발을 실제 진행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따라서 이란과의 핵협상은 2012년 하반기에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금융제재의 예외적용 국가로 지정했으나, 유럽연합(EU)는 7월 1일부터 예외 없는 이란산 석유 거래 제재를 선언했다. EU의 제재조치에는 유럽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이란산석유 수송 해운사에 대한 보험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금융 제재가 포함돼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면 원유 수송 선사들은 각 종 재해가 날 경우 엄청난 보상금을 부담해야 하는 위험 때문에 선박의 운항을 못한다.한국도 대부분 유럽계 재보험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 수송선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이 이미 북해산 브렌트유 등 대체 유종과 공급원을 확보했기 때문에 공급불안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은 8718만 배럴로 전체 수입물량의 약 9.4%를 차지했다. 정유업계는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산유국의 수입물량을 늘리거나 북해산 브렌트유의 수입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싱가포르 등 국제 석유거래 시장에서 원유를 구매하는 현물거래 물량을 늘릴 수 도 있다. 이란산 원유가 상대적으로 싼 것은 사실이나 실제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싱가포르의 국제휘발유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 도입 금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급락 가능성은 작아올 하반기에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여부가 국제유가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실물경제의 위축을 일으키고, 실물경제 위축은 다시 재정위기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도 국제유가의 하락압력을 높일 것이다.

만약국제 유가가 반등하더라도 유럽 위기가 해소된 것이 아니고, 경기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어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수준에머물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급락 가능성도 작다. 6월 OPEC이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하락할 경우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미국의 양적완화(QE3) 시행 가능성이 남아있고, 이란 사태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의 급락 가능성은 작으며, 당분간 1배럴당 90달러대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안정세가 지속되어 물가 안정에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선미' 없는 선미 NFT?...가격 폭락에 발행사 "로드맵 이행"

2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일본 현지 CBT 시작

3美 유통업체 세대 교체?...아마존, 월마트 분기 매출 제쳐

4주부부터 직장인까지…BC카드 서비스 개발 숨은 조력자

5고려아연 운명 3월초 갈린다...법원, 임시주총 가처분 결론

6"부산, 식품은 다른 데서 사나?"...새벽배송 장바구니 살펴보니

7테무, 개인정보 방침 변경…“지역 상품 파트너 도입 위해 반영”

8알트베스트, 비트코인 재무준비자산으로 채택…아프리카 최초

9조정호 메리츠 회장 주식재산 12조원 돌파…삼성 이재용 넘본다

실시간 뉴스

1'선미' 없는 선미 NFT?...가격 폭락에 발행사 "로드맵 이행"

2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일본 현지 CBT 시작

3美 유통업체 세대 교체?...아마존, 월마트 분기 매출 제쳐

4주부부터 직장인까지…BC카드 서비스 개발 숨은 조력자

5고려아연 운명 3월초 갈린다...법원, 임시주총 가처분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