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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저비용항공사를 키워라

토종 저비용항공사를 키워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집계한 2011년 최대 수송실적 항공사는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였다. 순위를 살펴보면 국제선 수송실적 기준으로 유럽권 LCC의 대표주자인 라이언에어가 7100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4440만명으로 2위를 기록한 독일의 루프트한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송실적을 올렸다.

3위 역시 3770만명을 수송한 LCC 이지젯이 차지했다. 국내선 수송실적에서 1위인 미국의 LCC 사우스웨스트는 1060만명을 수송하며 각각 900만명과 444만명을 수송한 델타와 유나이티드 항공 등의 대형항공사 두 곳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가 집계한 전 세계 LCC는 모두 129개다(2012년 6월 기준). 대륙별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권이 51개로 가장 많았으며,LCC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권이 42개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5개 LCC가 취항해 6개 항공사가 취항하는 인도에 이어 아시아태평양권에서 필리핀, 중국과 함께 두번째로 많은 LCC를 보유한다.취항사 수는 아시아태평양권이 더 많지만 LCC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의 42개 LCC가 지난해 역내 공급좌석의 36%를 차지했다.

아시아태평양권에서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약 32.4%를 차지했으나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권의 LCC 비중은 7%에 그쳤다. 다만 유럽권 LCC의 비중이 올해 37%로 지난해에 비해 약 1% 포인트 미미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 반면 동남 아시아권은 무려 19% 포인트 높아진 51%의 비중을 차지하리라 예상된다.

이처럼 LCC의 지역별, 국가별 비중의 차이가 큰 이유는 각 국가의 서로 다른 LCC 지원정책이다. 라이언에어의 경우 런던 중심가에 있는 히드로공항이 아니라 외곽에 있는 스텐스테드공항 등 보조공항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했다. 국내에서도 김포공항을 보조공항으로 활용하면 비용이 크게 줄어 LCC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논의조차 안된다.

김포공항의국제선 비중을 높이면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반발 때문이다. 서울에서 약140km 떨어진 청주공항은 주말 고속도로 교통 혼잡 등의 이유로 보조공항 역할에 한계가 있다.

유럽의 LCC가 급속도로 성장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EU의 항공자유화다. EU는역내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단일 항공시장을 형성하고 역외 국가와도 항공 자유화 협상을 진전시켜 항공산업 경쟁력을 확대해 나갔다. 특히 1997년에는 EU 역내 원하는 도시에 자유롭게 취항하게 됐으며 외국항공사의 국내선 운항까지 허용해 시장확대 기반을 마련해 줬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항공사가 전 세계 LCC의 교과서가 된 라이언 에어와 이지젯이다. 이들은 항공자유화를바탕으로 역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세계최고 항공사로 성장했다.

이 같은 유럽의 성공에 이어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10개 회원국도 2008년 다자간 협상을 통해 2015년 단일 항공시장형성을 목표로 하는 항공협정을 채택했다.이 과정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은 양자간 협정을 통해 수도간 항공자유화 등 점진적 시장 개방을 추진한다. 일본은 자국 LCC 출범 이전부터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 건설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시장개방도 서두른다.

우리 정부도 항공시장 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6월 파나마 등 현재까지 여객 25개국, 화물 38개국과 항공자유화 합의를 이끌어 냈다. 특히 2005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권 국가와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어가는 한편 최근 지정항공사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 실질적인 자유화 효과를 높이려는 후속조치도 취했다.

동아시아권 국가와의 항공자유화는 운항범위가 4~5시간으로 한정된 국내 LCC에 매우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다.그러나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여객수송실적에서 최고를 기록하는 일본, 중국과는 여전히 부분 자유화에 그친다.

최대의 항공시장인 중국과는 2006년 6월 산둥성과 해남도와는 시범적 자유화를 실시하고, 매년 회담을 통해 단계적 항공 자유화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큰 진전이 없다.

일본은 자유화 제외지역이었던 도쿄의 나리타 공항이 내년부터 전면 자유화돼 운항횟수와 항공사 수에 관계 없이 직항노선 운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철도가 산업혁명을 가져왔듯이 지역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LCC의 발전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또 다른 혁명이 될지 모른다.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착실히 성장한 해외 LCC들이 대거 한국에 진출하면서 독자적인 노력으로 생존에 힘쓰는 국내 LCC는 험난한 도전을 맞았다.

LCC의 위기가 단순한 개별항공사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 전체의 위기임을 감안할 때 국내 LCC 육성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달 취항 6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LCC의 대표주자인 제주항공은 시장 진입과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공격적인 노선 확대에 나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와 환율이나 국제유가의 불안이란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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