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iends And Family Plan

2년 전 뉴욕의 토미 힐파이거(Tommy Hilfiger) 사에서 신발 디자인을 하던 줄리엣 벤치(Juliette Bench)는 해변에서 발가락에 끼어 신는 샌들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혼자 자금을 구하고, 회사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통장에는 5만 달러가 있었다. 모자라는 창업 자금은 파트 타임으로 컨설팅을 해서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부모님의 케이프 코드(Cape Cod) 별장을 임대료 없이 사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34세의 벤치는 10년가량의 디자인 경험 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힘들고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멘토 역할을 하고, 회사재정까지 도울 수 있는 삼촌이 있었다.

톰슨(Thomson Corp.) 사의 전 CEO였고 지금은 ‘큐 볼(Cue Ball)’이라는 벤처투자 회사의 회장인 리처드 해링턴(Richard Harrington)은 조카인 벤치를 도와 사업 및 현금흐름 계획을 만들고 회사 이사로 참여했다.

벤치는 이에 대해 “삼촌의 도움은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수표와 같다”고 말했다.올해 봄 해링턴과 부인 진(Jean)은 벤치의 샌들 회사에 몇 십만 달러를 투자했다. 해링턴은 “그녀가 조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핵심은 그녀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벤치에게 고급품 소매업체인 미첼(the Mitchells Family of Stores) 사의 공동오너인 잭 미첼(Jack Mitchell)과 큐 볼이 투자한 온라인 패션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스타일사잇(Stylesight)의 직원들을 소개했다.

모든 사람이 벤치처럼 사업 수완과 인맥이 좋은 삼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공동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해 많은 기업가들이 초창기 사업자금을 가족 및 친구들에게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작은 기업에 대한 대출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반면, 은행예금 금리가 낮아져 돈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의 회사에 투자할 경우 자칫 돈을 날리고 인간관계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현명하게 투자할 경우 자신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들까지 부자가 될 수 있다.

재무 계획을 세워라초보 기업가는 사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 검토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사업가를 돕는 조직인 스코어(SCORE)의 사업 평가 워크숍은 좋은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재무계획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투자한 돈을 날리더라도 은퇴 생활을 위협받지 않도록 해야한다. 해링턴은 벤치의 신발회사가 잘 될 것이라 믿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는 “투자한 돈을 날릴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주 비벌리(Beverly)의 사업가이자 개인 투자자인 67세의 찰리 파머(Charlie Palmer)는 자산 중 10% 가량을 가족이 하는 사업과 고위험 사업에 투자한다.

그는 ‘사업을 하는 가족을 위해’ 좀 더 많이 투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코 자신이 정한 한도를 넘기지는 않는다. 2009년 파머는 사위인 짐 램퍼트(Jim Lampert)가 시작한 녹색 환경 IT 컨설팅 회사에 10만 달러 이상을 빌려주었다. 지난해 이 회사가 ‘클라우드 기술파트너스(Cloud Technology Partners)’ 사와 합병하도록 주선하고 빌려준 돈을 지분 투자로 전환했다

증여를 고려하라가족 간 투자에도 합의한 주요 사항에 대해 문서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친척에게 증여를 하는 것인지, 대출을 하는 것인지, 대출금을 지분투자로 전환하는 것인지,곧 바로 지분투자를 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분명하게 해야 한다. 1년에 한 사람에게 1만3000 달러까지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없다. 따라서 한 부부가 한 성인 자녀의 사업 자금으로 1년에 2만6000 달러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줄 수 있다. 자녀가 결혼한 경우 1년에 5만2000 달러까지 증여가 가능하다. 이 정도 돈이면 작은 벤처기업을 꾸리기에 충분하다.

모든 대출 조건을 문서로 남겨라가족이나 친구에게 대출을 할 수도 있다. 1만 달러 이상을 대출할 때 증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IRS(미 국세청)가 정한 최소한의 이자를 받아야 한다. 이자율은 3년에서 9년까지 대출인 경우 연 1.07% 이상이며, 더 긴 대출의 경우 최소한 연 2.64%의 이자를 받아야 한다. 자금을 빌린 사람이 이자만 내고 원금 상환은 뒤로 미룰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공식적인 대출 서류 작성을 분명히 하라. 여기에는 금리 및 상환 조건, 나중에 대출금을 지분투자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포함한다.

전환 대출을 활용하라벤처투자 회사가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원하는가.그렇다면 해링턴이 조카인 벤치 회사에 투자한 조건과 구조를 살펴보자. 그는 조카 딸에게 통상적인 연 8%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연 5% 이자율로 돈을 빌려 주었다. 이자는 원금 상환 시 받는 조건이기 때문에 그녀는 당장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된다. 벤치가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자를 할 때 외부 투자자는 벤치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주식 가격을 정하게 될 것이다.

이 때 해링턴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는 초기 투자자이기때문에 25% 할인된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가진다. 외부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가격을 제 3자가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합의해 둘 필요가 있다고 해링턴은 조언한다.

유한 책임을 분명히 하라처음부터 바로 지분투자를 하는 경우 공식적으로 문서화해 둘 필요가 있다. 투자한 회사에 대해 유한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가족 투자는 초창기에 분명하게 책임관계를 합의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감정이 상하기 쉽다. 유한책임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친척 사업가가 회사의 부채 관련 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돈 이상의 신뢰 관계를 공유하라여러분이 사업가이고 자녀들 역시 사업을 하는 경우 전문지식뿐 아니라 사업체를 물려주는 것을 고려하라. 플로리다 주 보카 라톤(Boca Raton)에서 20년 동안 아파트판매 중개 사업을 한 짐 베넷(Jim Bennett)의 어머니는 세무법인을 매각할 예정이었다. 49세인 베넷은 회계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어머니 세무 법인을 운영할 자신이 있었다. 74세인 그의 어머니 재키 매튜(Jackie Matthews)는 2010년 10월 15년 할부 지불 조건으로 세무법인을 아들에게 매각했다. 덕분에 그녀는 87세까지 꾸준히 은퇴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또 파트 타임으로 자신의 고객을 유지하며 아들의 사업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