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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벌어들일 ‘커피 르네상스’ 노린다

달러 벌어들일 ‘커피 르네상스’ 노린다



스티브 호스론이 탄 1975년식 랜드크루저가 뜨거운 아프리카의 태양을 받으며 탄자니아 북부 세렝게티 초원을 질주했다. 그러다 갑자기 엔진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이내 시동이 꺼져버렸다. ‘나이 든’ 차를 너무 무리하게 몰아서일까? 엔진 룸을 열어보니 엔진구동축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호스론은 덜컥 겁이 났다. 여긴 맹수들이 사는 아프리카 초원이다.

급히 구조를 요청하고 별일이 없기를 기도했다. 호스론은 미국 밀워키 소재 커피도소매 업체인 스톤 크릭 커피 로스터(Stone Creek Coffee Roasters) 부사장이다. 직급은 높지만 원두 구매 만큼은 전 세계 커피 산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챙긴다. 이번 사고도 훌륭한 커피를 찾으려다 당한 봉변이다.

차량이 고장을 일으킨 지점은 마사이 부족 거주지 근처였다. 현지 가이드가 갖고 있던 블랙베리로 자동차로 여섯 시간 거리에 있는 렌터카 회사 지점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조팀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마사이 부족 어린이들이 초원 한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는 이방인들을 발견하고 몰려왔다. 그들은 모두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다. 어린이들이지만 두려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호스론이 구조팀을 기다리는 동안 마사이어린이들은 내내 호스론 일행과 함께 있었다.

해가 진 뒤에는 어린이들이 오히려 호스론 일행의 보호자가 돼주었다. 언제 사자가 나올지 모르는 곳이었지만, 야생 환경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듬직한 무장 경호원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호스론은 차안에 있던 장난감을 어린이들에게 내주었다.장난감을 받아든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호스론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구하기 위해 직접 오지를 다닌다. 자신이 정한 구매 원칙 때문이다. 반드시 현장을 가보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전화나 e-메일로 주문한 적이 한 번도 없다.한번 거래를 통해 품질을 확인한 농장이라도 매년 생산된 커피의 품질이 다를 수 있기때문이다.

그는 과거 유기농 커피를 생산한다고 주장하는 과테말라의 한 농장에서 화학비료를 발견하고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호스론은 현지 농장을 찾아 커피나무를 살펴보고 즉석에서 수확한 커피의 품질을 검사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 얘기도 들어본다. 품질뿐 아니라 커피 농장이 사회

적·환경적·경제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도 살펴본다.

덕분에 스톤 크릭 커피 로스터의 제품은 밀워키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고 온밀워키닷컴이 지난 6월 보도했다.호스론은 과거에는 원두를 사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주로 다녔다. 하지만 요즘에는 탄자니아나·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 자주 간다. 이유는 딱 한가지다. 아프리카 커피가 품질이 뛰어나기때문이다. 호스론은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에서 연간 300포대(통상 한 포대는 60㎏) 정도의 원두를 사들인다.

아프리카로 가는 여정은 많은 시간과 돈,그리고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호스론은 아프리카에 갈 때 반드시 현지 가이드를 동반하고 몸에 지니는 현금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프리카로 가는 길이 많이 안전해졌다고 한다. 커피가 아프리카의 주요 수출품으로 부상하면서 현지인들이 호스론 같은 커피 구매자들을 도와주고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호스론이 우연히 만난 마사이 어린이처럼.


커피 재배에 기후·토양 알맞아아프리카의 진한 커피향이 세계 각국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뛰어난 품질이 알려지면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늘고 있다.아프리카 커피의 품질이 뛰어난 것은 기후와 토양이 커피에 훌륭한 개성을 부여하기때문이다. 커피나무는 열대 또는 아열대 기후대에서 잘 자란다. 아프리카의 유명 커피산지는 대부분 이런 기후대에 자리 잡고 있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고급 아라비카(Arabica) 종(種)은 특히 고지대에서 잘 자란다. 이런 기후와 토양이 아프리카 커피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또 하나, 커피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원두에 포함된 불량 원두의 비율인데, 아프리카에서는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원두를 수확하고 선별(hand-selected)하기 때문에 불량 원두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아프리카의 유명커피 재배농가들은 또 소량의 원두를 손으로 직접 볶아(hand roasting) 균일한 품질을 보증한다.

아프리카의 유명 커피산지는 중동부지역에서 벨트를 이루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그리고 탄자니아가 대륙을 대표하는 커피 생산국이다.에티오피아는 2010~2011회계연도에 20만t의 커피를 해외에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8억4160만 달러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에티오피아커피수출협회(ECEA)에 따르면, 이는 전년 동기 대비59%나 증가한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2015년까지 커피 생산량을 7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에티오피아 커피 수출이 늘어난 것은 2008년 상품거래소를 도입해 투명한 상품거래가 가능해진데다 전 세계 상품가격의 상승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다. 에티오피아 상품거래소는 공개 호가 거래를 통해 농작물을 매매한다. 이 시장에서 에티오피아 특산 커피인 시다모(Sidamo)는 17㎏당 88달러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아프리카 25개국에서 커피 생산탄자니아의 경우, 커피 재배 농장 면적이 25만 헥타르에 달한다. 탄자니아 커피는 농부들에게 자녀들의 학비와 약값, 그리고 다른 생활비를 만들어주는 주요한 생계수단이다.탄자니아는 지구촌에서 최상품 커피로 꼽히는 마일드 아라비카(Arabica) 산지로 유명하다. 탄자니아산 커피의 75% 가량을 차지하는 아라비카는 북부 킬리만자로산 경사면과 남부 음베야와 음빙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빅토리아 호수 서쪽 지역에서 재배되는 로부스타(Robusta) 종(種)도 탄자니아의 자랑이다. 탄자니아 커피의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지니고 있다.2006년 탄자니아 정부는 커피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했다. 2010년까지 12만t의 커피를 생산해 수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탄자니아 커피 위원회(TCB)를 구성해 사업추진을 맡겼다. 목표연도인 2010년까지이러한 성과를 내는데는 실패했지만, TCB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이들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를 포함, 모두 25개국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커피산업에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만 4000만명 정도가 될 거라고 ‘카페 아프리카는 추산한다. ‘카페 아프리카’는 전 세계 커피수요를 창출하고, 아프리카의 생산 잠재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2006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커피생산을 통해 아프리카 농촌지역의 빈곤을 퇴치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카페 아프리카가 나선 이유는 아프리카커피가 품질이 뛰어남에도 오랜 시간 침체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최근 30여 년 동안 생산과 수출이 대폭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다.

1975년에는 전 세계 커피 수출량의 30%가 넘는 1850만 부대가 아프리카산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에는 1070만 부대로 쪼그라들면서 세계 수출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까지 떨어졌다.이렇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내전으로 커피 경작이 불가능했다. 어떤 나라에서는 병충해가 심해서, 또 어떤 나라에서는 커피나무 수령이 오래됨에 따라 수확량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았다.

1990년대 커피 산업 자유화 조치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정부가 철수한 것도 산업이 위축되는데 한몫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90% 이상이 소규모 개인 농장에서 생산된다. 농장규모는 평균 2㏊(약 6000평)가 채 되지 않는다.

‘카페 아프리카’는 30여 년 전 아프리카에서 주요한 외화획득 수단이었던 커피산업을 다시 활성화시킴으로써 농촌지역의 만연한 빈곤과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카페 아프리카’는 국가차원의 커피산업 활성화 전략 수립을 촉구한다. 구체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커피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비전을 공유하고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전 세계 커피 수요는 매년 2% 가량 늘어나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2010년 지구촌에서 소비된 커피는 60㎏ 부대 기준 1억3400만포였던 것이 2020년에는 1억7000만 부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그러면서 앞으로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신흥 소비시장에서 커피 소비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극동지역과 중동, 그리고 동유럽과 커피 생산국에서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전통적인 커피 소비시장에서도 큰 폭은 아니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커피 생산량 수요 못 따라가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커피가 앞으로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리카산 커피의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난데 비해, 생산가격은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추면 생산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있다.이를 통해 충분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고질적인 빈곤문제와 식량 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커피가 아프리카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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