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틈새 뚫고 ‘ 커피 머니’를 볶다

18세기 고종황제의 첫 시음 이후 국내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진 커피는 이제 한국인의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엔 맛을 중시 하면서 원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취향도 고급화하는 추세다. 좋은 원두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 커피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국내 커피 수입시장은 최근 몇 년 새 부쩍 커졌다.
6월27일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커피시장 수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 수입량은 2007년 9만1000톤에서 지난해 13만톤으로 5년 동안 44% 늘었다. 수입액은 2007년 2억3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1700만 달러로 211%나 급증했다. 관세청은 최근 5년간 커피 수입시장 규모가 3배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커피 소비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한해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평균 338잔의 커피를 마셨다.‘커피 10g=1잔’으로 계산한 것으로 이는 5년 전보다 91잔이나 늘어난 것이다. 주된 소비층인 젊은층이 고급 원두커피를 선호하면서 원두 수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인스턴트 커피 등에 사용되는 생두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3조2000억원, 올해는 3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커피 대중화 주역 ‘커피믹스’국내 커피시장은 크게 커피믹스로 불리는 인스턴트 커피와 스타벅스·카페베네 같은 커피전문점이 양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동서식품과 스타벅스가 한국 커피시장을 이끌어왔다고 평가한다. 원두커피를 중심으로 한스페셜 커피 문화가 퍼지기까지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커피의 본격적인 국내 상륙은 1945~50년대 미군을 통해서다. 전쟁 중이라 보관과 이동이 간편한 인스턴트 커피가 유행했다. 때문에 국내에선 ‘커피=인스턴트 커피’로 인식했다.
커피가 본격적으로 대중화 한 것은 1970년대.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커피를 내놓으면서부터 커피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기호식품이 됐다. 동서식품은 미국 제너럴 푸드사와 제휴해 1974년 국내 최초의 커피크리머인 ‘프리마’를 개발했다. 1976년에는 커피·크리머·설탕을 배합한 ‘커피믹스’를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쳤다.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음악 전문다방들이 큰 인기를 끌었고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둘’ 같은 ‘황금비율’이 입소문을 탔다. 1980년에는 대표 인스턴트커피 브랜드인 ‘맥심(Maxim)’이 탄생했다. 맥심의 인기는 현재까지도 여전하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믹스는 150억 잔 분량으로 전문점의 원두커피 소비량 11억잔을 압도한다. 지난해 개별 스틱 기준으로 1초에 366개,하루 평균 3166만 개가 팔렸다. 2011년 커피믹스 매출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한동안 국내 시장에서 커피믹스는 동서식품이 독점했다. 하지만 1989년 변화가 생겼다.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가 한국에 진출해 ‘테이스터스 초이스’라는 브랜드로 도전장을 냈다. 네슬레는 92년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두 회사는 ‘아이스 커피믹스’ ‘저칼로리 커피믹스’‘헤이즐넛향’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접전을 벌였다.
이후 다른 업체들도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1강 1중’ 구도를 깬 것은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은 2010년‘프렌치 카페’를 내놓으면서 네슬레를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최근엔 롯데칠성과 스타벅스까지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어 고급화·다양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두커피 소비 불 붙인 커피전문점어떤 게 대중화 하면 고급스러운 것을 찾는 소비층이 생기게 마련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다. 이때 원두커피가 등장했다.원두커피 전문점은 서울올림픽 전후에 생겨났다. 1988년 12월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쟈뎅(Jardin)이 그 시초다. 1999년에는 미국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서울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면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커피가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
그 즈음 서울의 다도원·보헤미안·칼디커피·클럽에스프레소, 대구 커피명가 등에서 직접 볶는 커피가 애호가 사이에 퍼졌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1년 전국 커피전문점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은 1만2000개에 이른다. 2006년 1254개였던 게 5년만에 10배가 됐다. 커피전문점 매출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2010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60%나 늘었다.원두커피를 내놓는 커피전문점이 많아지면서 커피믹스 소비는 주춤하고 있다.커피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원두커피 소비가 70~90%를 차지한다. 국내 커피시장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사용되는 베트남산 커피 수입이 급감한 반면, 고급 커피에 쓰이는 콜롬비아·브라질·온두라스산 수입은 크게 늘어났다.

국내 기술로 ‘스페셜 커피’ 대중화커피전문점 시장은 스타벅스와 카페베네 등 프랜차이즈가 주도하고 있다. 원조격인 스타벅스의 매출은 2009년 2040억원, 2010년 2422억원, 지난해 2982억원 등 꾸준한 증가세다. 스타벅스는 2012년 5월 현재 전국에 417개매장을 운영 중이다. 1개 매장에서 연 평균 7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카페베네도 2009년 116개, 2010년 451개, 2011년 735개, 2012년 5월 현재 770개 등 무서운 속도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매출 또한 2010년 1010억원에서 2011년 1679억원으로 66%나 증가했다. 이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유별난데다 제품 특성상 불황의 영향을 별로 받지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커피의 양광준 대표는 “과거엔 커피가 단순한 음료에 머물렀으나 요즘은 소통의 중요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특히 커피를 음식으로 인식하면서 고급 커피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두커피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커피 관련 산업과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우선 로스팅 기계의 국산화다. 커피로스터기를 생산해 국내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는 태환자동화산업은 호주, 중국 등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에스프레소머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원두커피 도입 역사가 우리보다 긴 일본도 자체 제작한 에스프레소머신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커피 관련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엔 비닐하우스나 온실을 이용해 커피재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제주 곳곳에 커피농장이 조성되고 있고, 경기도 용인에서도 소규모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강원도 강릉 대관령 자락에 있는 커피농장인 커피커퍼가 생두를 재배해 로스팅 후 원두로 상업화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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