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연소 임원 영광이지만 머리에 쥐난다
나는 최연소 임원 영광이지만 머리에 쥐난다
지난 6월 CJ그룹이 내년부터 파격적인 임원 승진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름은 ‘패스트 트랙’.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데 걸리는 직급별 승진 연한을 기존 20년에서 최단 10년으로 줄이는 제도다. 내년부터 CJ그룹에 입사하는 신입사원은 빠르면 10년 만에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서른여섯, 서른일곱의 ‘새파란 별’을 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으레 차장, 빨라야 부장 직위를 달고 있을 나이다. 식품이라는 보수적인 업종에서 출발한 회사라 새로운 인사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CJ의 내부 분위기는 적잖이 술렁거렸다.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대한항공 역시 지난 1월 임원 승진 제도를 뜯어고쳤다. 이 회사는 10년 만에 상무 직급을 일원화해 승진 단계와 기간을 단축했다.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에서는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인사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성과와 능력을 검증 받은 젊은 인재에 대한 과감한 임원 발탁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기업 임원은 젊어지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자산 순위 100대 기업 사
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임원 평균 나이는 2006년 55.9세에서 2010년 52.5세로 낮아졌다(금융업 제외).반대로 30대 임원은 2006년 11명에서 2010년 29명으로 늘었다.
임원들의 연령이 낮아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성과주의 인사가 정착하면서부터다. 우리 경제의 급속한 글로벌화도 한몫을 했다. 경제의 국경이 점점 사라지면서 유학이나 해외 취업으로 외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인재들이 젊은 임원으로 영입되기 시작했다. 맥킨지를 비롯한 외국계 전략컨설팅 회사 출신이 대기업 임원으로 여럿 스카우트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오너 일가 3,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젊은 인재들이 중용되고 있다.
반대로 중공업이나 조선·건설 같은 굴뚝 업종은 세대교체에도 움직임이 더디다. 오랜 시간 숙련된 기술과 네트워크가 필요한 산업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브스 조사 결과 포스코·STX·대우조선해양·효성·대우건설 같은 대기업의 최연소 임원은 50대로 나타났다(오너 경영인 제외).
그렇다고 연령 하향세가 반드시 업종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중공업과 기계·건설 등 중후장대형 기업으로 변신한 두산의 최연소 임원은 38세로 30대 그룹 중 가장 젊었다.
다만 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30대 그룹의 최연소 임원은 대부분 전략과 디자인·혁신·온라인 등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소장은 “인사나 총무 같은 전통적 지원부서보다 분명한 성과가 나타나는 마케팅과 상품개발 부서에서 젊은 인재를 데려오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외부에서 영입되거나 내부에서 파격적으로 발탁된 케이스가 많다.주변의 부러움을 사지만 가장 젊다는 그 자체로 최연소 임원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포브스코리아 조사결과 30대 그룹 가운데 10곳 이상은 최연소 임원의 이름을 밝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노출을 원하지 않는다”거나 “본인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이유였다. A 대기업의 최연소 임원은 사진 촬영을 끝내 거부해 인터뷰가 무산됐다. 또 다른 임원 B씨는 “업무 외적인 것에 신경 쓸 심적 여유가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B씨는 “겉은 화려해 보여도 (업무 스트레스로) 속이 탄다”고 털어놨다.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이들의 연령은 더욱 낮아지고 활동무대도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 기업의 무대는 세계 시장이다. 여기서 이기려면 능력과 리더십으로 무장한 인재가 절실하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써어치의 한상신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성과에 따른 젊은 인재 등용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대에 조직을 이끌어 가는 임원의 연령을 낮춤으로써 조직 정체현상을 줄이고 기업에 역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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