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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 절반 수준 경매 아파트 쏟아진다

감정가 절반 수준 경매 아파트 쏟아진다



#1. 유명 증권회사 부장인 강모(43)씨는 그동안 본업인 주식보다 부동산으로 더 재미를 봤다. 강씨는 2001년 결혼과 동시에 서울 서초

구 잠원동의 25평 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전셋값에 3000만원만 더 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세 대신 매입을 택했

다. 2003년 인근의 32평 아파트로 넓혀 이사했던 강씨는 2008년 말 금융위기 때 살던 집을 팔고 전셋집으로 옮겼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아주 심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예상과 달리 금융위기 때 빠졌던 집값이 2009년 바로 회복하는 것을 보면서 잠시 후회도 했지만 요즘은 그 때 집을 팔길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4년째 ‘무주택자’인 강씨는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요즘 경매 공부에 열심이다. 강씨는 “한참 비쌌을 때 시가의 절반 수준에 아파트를 매입할 기회가 경매시장에 많은 것 같다”며 “이 정도면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낙폭과대’가 아닌가 싶어 경매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2. 주부 송모(45)씨는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을 경매로 낙찰 받기 위해 경매법정을 자주 드나든다. 요즘 새 오피스텔분양이 봇물을 이루지만 분양가가 너무 비싸 분양시장에서는 등을 돌렸다. 새 오피스텔이 들어설 곳의 임대료 현황을 살펴보니 투자금액 대비 월세 수익률이 연 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송씨는 “경매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이 인기여서 원하는 오피스텔을 원하는 가격에 낙찰 받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34평형 7억9000만원에 낙찰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침체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특히 아파트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다. 물론 아파트값이 지금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게 공장에서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을 사려는

대기 수요는 꾸준한 반면 추가 공급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마냥 집값이 떨어질 수만은 없다.

집을 매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에 사느냐다. 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구입한다면 추가하락에 따른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집값상승 기대감은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경매시장에서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 요즘 경매법정에 가면 3번이나 유찰돼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새 주인을 찾는 ‘인기 아파트’를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에 나온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10억원) 대비 55%인 5억501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세 번 유찰된 물건으로 반값 언저리에서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7억9235만원에 낙찰됐다. 이 평형의 최고 실거래 신고가격이 14억원 중반대였음을 감안할 때 절반 수준에 낙찰된 것이다.

요즘 경매물건은 과거 인기지역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집값 상승기였던 2006~2007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사람들이 빚을 못 갚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집값 상승률이 높아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목동, 경기 분당·평촌·용인)으로 분류됐던 곳들의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버블세븐지역 아파트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71%를 기록, 2006년 버블세븐지역으로 언급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용인지역의 경우 낙찰가율이 감정가 대비 58.3%를 기록해 2006년(103.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단기 낙폭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회복국면에 접어들면 상승폭도 클것으로 예상된다”며 “요즘은 경매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물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대접받는다. 올해 법원경매에 나온 오피스텔 중 약 20%가 첫 번째 입찰에서 낙찰됐다. 첫번째 입찰에서 낙찰된 아파트의 비중이 전체의 2%대다. 그만큼 오피스텔의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다. 최근 서울에서 경매가 진행된 오피스텔들의 낙찰가율은 평균 90%까지 치솟았다.

오피스텔, 아파트를 불문하고 경매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공인되는 이유는 기본적인 구조가 투자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매는 매수자가 전적으로 가격결정권을 행사하는 시장이다. 응찰자가 없어 유찰될 때마다 20~30%씩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도 맛볼 수 있다. 특히 경매는 매물 처분의 주관이 국가 기관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본인의 능력 부족이나 부주의에 따른 피해는 있을 수 있지만 매물 그 자체에 대한 사기행위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물론 경매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권리분석이다. 권리분석이란 권리 관계 및 채무자, 세입자, 채권자들에 대한 법적 대처방향 등을 파악해 낙찰 후 소유권에 끼치는 내용을 미리 분석하는 것이다. 현장 확인도 필수다. 서류와 실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자금 조달 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일반 매매와 달리 명도(집 비우기)비용, 세입자 합의금, 체납된 관리비 등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서다. 구체적인 자금 계획 없이 응찰했다가 돈을 마련하지 못해 경매를 포기할 경우 입찰보증금(입

찰가의 10%)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최초 감정가와 입찰 가격 차이 감안해야요즘처럼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질 때는 감정가가 대부분 시세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경매 물건은 통상 감정 3~5

개월 후 첫 매각 기일이 정해지기 때문에 최초 감정가와 입찰 당시 시세가 차이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가 물건은 거의 거래가 없어

시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매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즘 같은 때 10억원 이상의 고가 물건은 적어도 2회 이상 유찰돼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떨어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응찰 가격을 내야 한다. 다음에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반드시 현장을 살펴 임대가 잘 나가는 곳인지, 또 임대료는 얼마를 받는지 등을 파악해 수익률이 연 7%대 이하로 내려간다면 피해야 한다.

연 7%대 수익률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임대상품이라는 게 공실 기간이 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수익률 변동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지옥션 하 연구원은 “요즘 경매법정의 특징은 젊은 초보 경매자들이 많이 몰린다는 것”이라며 “땀 흘려 발품을 팔고 꼼꼼히 시장을 분석하면 경매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승률 높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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