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zil’s Trial of the Century 브라질 ‘세기의 재판’
- Brazil’s Trial of the Century 브라질 ‘세기의 재판’

브라질 정계 엘리트들에게는 단순히 형사적 성격의 민사소송(Penal Action Case)이지만 브라질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기의 재판이다. 일상 대화에선 멘살렁(월급처럼 뇌물을 뿌린 스캔들)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전 고위 공직자와 유명 기업인 40명 가량의 운명이 걸려 있다. 돈세탁으로부터 지지표매수까지 온갖 중죄를 저지른 혐의다.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많은 브라질인이 재판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예의 주시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피고인 37명의 운명을 결정 짓는 재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라틴 아메리카 최대 강국의 법치와 민주주의의 성숙도에 관해 많은 사실을 말해줄 듯하다. 브라질 대법원 판사 11명은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의 재판 이후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다. 멜루는 1992년 갖가지 비리 혐의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나중에 부패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이번 멘살렁의 범위와 영향은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검찰 측에 따르면 의회로부터 대통령궁까지 정계 전반이 연루됐다.
멘살렁은 2005년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체신부의 중급 관료가 관급계약에서 특정 사업체에 특혜를 주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많지 않은 뇌물(1500달러 선)을 받아 챙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시 대통령의 고위 측근들은 그 스캔들이 터지자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자 도둑 정치인들의 정치적 대부(the kleptocrat’s political godfather)인 중진 의원 호베르투제퍼슨이 발끈했다. 룰라의 다수당 연립정부에서 소수파 보스였던 그는 브라질리아에서 대대적인 지지표 매수 공작이 펼쳐졌다고 폭로했다. 집권 노동당 고위층이 의회에서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매달 돈다발을 뿌렸다고 비난했다.
명백한 증거는 부족했지만 그는 그 뇌물 사건을 아주 상세히 묘사했다. 은밀한 공간에서 돈다발이 든 서류가방이 오간 일 등이다. 그 스캔들은 갈수록 커져 룰라 시절의 주제 디르세우 정무장관을 비롯한 일단의 고위관료가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은 훗날 디르세우를 가리켜 “고급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고 불렀다. 대법원이 혐의를 인정하면 디르세우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모두 수백 년에 달하는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리고 룰라가 재판대에 서지는 않지만 브라질에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며 지금까지 만인의 사랑을 받던 보통사람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
브라질리아에서 지지표 매수는 뉴스거리도 아니다. 대통령이 의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일이 드물다. 따라서 의원들에게 지지를 얻으려고 굽실거리고 흥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원들은 양말을 갈아 신듯이 지지대상을 바꾼다. 부패는 비대한 관료체제가 제공하는 기회의 변화를 따라 끊임없이 적응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당의 “창설 목적이 국민의 대변이 아니라 공직확보”라고 브라질 사회학자 데메트리우 마그놀리가 최근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2만4000개에 달하는 공무원 일자리다.
채용과 해고가 전적으로 대통령 개인의 재량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부패가 감소했다는 증거가 있다. 2003년 이후 연방 감사원은 4000명에 가까운 공무원을 해고했다. 대부분 부패와 부적절한 행동이 원인이었다. 감사원은 또한 경쟁입찰에 참여
한 2000개 가량의 기업과 3000명에 가까운 개인을 사업관행이 의심스럽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고위층의 입김이 여전히 많이 작용한다. “브라질은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의 정치 분석가카를루스 페레이라가 말했다.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 유전무죄(the rich are immune from punishment)이며 무전유죄, 흑인유죄(while jail is for the poor and black)라는 인식이 고착화된다.”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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