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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株에 일단 불은 붙었다

셰일가스株에 일단 불은 붙었다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형성된 셰일층(지하 2~4㎞)의 미세한 틈에 갇혀 있는 메탄가스다. 수송 비용을 포함해도 기존 천연가스보다 30% 정도 싼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미국·중국·남아공·호주에 매장량도 풍부하다. 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겐 100년간 쓸 수 있는 새로운 가스가 있다”고 자랑했다. 오일샌드처럼 채산성이 떨어져 관심 밖이었지만 채굴비용이 3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천연가스(2달러) 못지 않은 경제성을 갖췄다. 기름값이 오르고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량도 늘고있다. 2000년대 본격 개발이 시작됐다. 셰일가스 생산량은 올해 천연가스 생산량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태양광·풍력·전기차산업 타격 받을 수도셰일가스가 값비싼 기름을 대체하면 ‘에너지 소비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 셰일가스 개발이 늘면 석탄과 석유에 이어 가스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환경 문제 등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대지진에 따른 원전 피해 이후 대체에너지를 모색 중이다. 7월 인도에선 전력난 때문에 6억 명이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인구가 59년간 쓸 수 있는 풍부한 매장량과 현재 원유값의 6분의 1 수준인 가격 이점까지 겸비한 셰일가스가 각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에 매력 만점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이나 기업은 물론 나라별 부침도 달라질 수 있다. 재테크 지형도 역시 바뀔 수 있다. 예컨대 세계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양광·풍력산업은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셰일가스는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가격이 싸고, 석유나 석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방위 영향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다.다우케미칼을 비롯한 12개 기업은 2018년까지 미국에 1254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셰일가스로 에틸렌을 제조하면 유럽의 석유화학공장은 경쟁력 약화로 문을 닫아야 한다.

셰일가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정부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정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하고 민간기업과공동 투자 확대도 유도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9월 6일 에너지 관련 산업계 대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셰일가스 관련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셰일가스 개발·도입 및 활용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해외자원개발협회, 플랜트산업협회 등은 셰‘ 일가스 개발·도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확보해 중동·동남아에 치우친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원화한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덩치를 키운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엑손모빌을 비롯한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10년 석유공사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각각 89억 달러와 43억 달러였다. 같은 해 엑손모빌의 자본금과 투자비는 각각 1527억 달러와 717억 달러였다. 중국의 석유공사인 시노펙과 비교해도 석유공사의 몸집은 7분의1 수준이다. 가스공사도 자본금 3억 달러, 투자비 4억 달러에 불과하다.

정부는 또 삼성·SK·GS 등 민간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해외 셰일가스 전문기업 인수, 가스전 매입, 액화플랜트 건설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수출입은행의 자원개발 분야 여신 규모를 현재 2조8000억원에서 21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3.4%에 머문 셰일가스 자주개발률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목표다. 자주개발률은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개발하는 자원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에너지 자립도가 뛰어나다는 걸 뜻한다.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셰일가스 관련주가 들썩이고 있다. 9월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지역난방공사 주가는 전날보다 2.80% 오른 6만62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도 1.16% 상승했다.

캐나다 셰일가스 광구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전력난이 심해진데다 셰일가스 개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한 달간 22.44% 올랐다.올해 들어서는 49.14% 상승했다.셰일가스 개발로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자재 업체의 주가도 오름세다. 산업용 플랜트 설계제작업체 비에이치아이는 하반기 들어 11.23% 상승했다. 성진지오텍과 S&TC도 각각 25.23%, 4.7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59% 상승에 그쳤다. 2014년까지 LNG복합화력발전소 3곳을 건설할 예정인 SK E&S를 자회사로 둔 SK도 하반기에 주가가 23.42% 올랐다. 계열사인 SK가스의 주가도 30.81% 상승했다.이들 말고도 셰일가스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많다. 특히 발전플랜트나 기자재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적지 않다. 발전플랜트에서는 두산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세계적인 강자다.

발전플랜트가 관심을 모으는 건 LNG플랜트 발전소가 뜨기 때문이다. 기자재에서는 태광, 하이록코리아, 스틸플라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전소 분야의 수혜 기대주도 있다. 발전소를 거느린 지주회사인 SK, 포스코, GS가 대표적이다. 셰일가스를 실어나를 배도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LNG 선박 수주도 늘 수 있다.1997년부터 가스·유틸리티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밸류운용의 이채원 부사장은 셰일가스 관련주의 미래를 밝게 본다.이채원 부사장은 “셰일가스 관련주가 5년 후쯤 최고의 주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직은 셰일가스 사업에 올인한 기업이 없고 보조 사업 정도에 그치고 있어 누가 수혜를 받을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가스가 에너지 산업의 중심축을 이룰 가능성은 크다”고 내다봤다.


“셰일가스 황금시대 열린다”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직은 구체적인 실적보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에너지 중심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 전 C&M 회장은 이미 2009년에 미국의 셰일가스 시추에 투자했다.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8월 29일(현지시간) 조 차관은 미국 휴스턴 총영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일가스의 황금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가스공사가 기존 가스값보다 30% 정도 싼 가격으로 북미에서 2017년부터 셰일가스를 국내로 수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원이 다양해지면 소비자가 요금의급격한 상승 우려나 수급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심재엽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상승해 경기회복에 지장을 주는 가스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에 묻힌 셰일가스는 25조㎥다. 세계 총

매장량의 19%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은 채굴 기술을 서둘러 개발했다. 바위 균열을 이용한 ‘하이드롤릭 프랙처링(hydraulic fracturing·수압파쇄법)’도 미국에서 나왔다.

게다가 미국은 파이프 라인까지 잘 깔았다. 1998년 미국 천연가스 생산에서 1.9%이던 셰일가스 비중이 현재 25%로 늘었다.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가스 가격은 떨어졌다. 가스와 석유 값은 2001년 이후 비슷하게 움직이다 2009년부터 달라졌다. 기름값은 오르고 가스값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미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132개 업종 중에서 지난해 가장 뛰어난 상승률(45%)을 기록한 것은 ‘가스 유틸리티’였다.전기를 만들 때 원료로 사용하는 가스값이 내리면서 수익성이 좋아

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미국 전력생산 업체가 가스 비중을 높이면서 올해도 업종 전반에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매장량 36조㎥로 세계 1위지만 기술력이 떨어지고 설비가 부족한 중국은 뒤늦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석유공사는 2010년 에너지기업셸과 손을 잡고 30년간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유럽에서 가장 매장량이 많은 폴란드도 올해 광구 탐사에 나서며 2014년셰일가스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에너지 시장의 큰 그림이 바뀌면 산업 지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력산업에선 가격과 온실가스 배출에서 유리한 가스가 석탄을 대체하고, 석유화학산업에서도 석유 대신 가스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2020년까지 셰일가스 산업에 676억달러를 투자한다.셰일가스 산업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값싸고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환경오염과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합의 아래 개발이 적극 이뤄진다면 가스 수요는 값싼 셰일가스의 공급으로 2035년까지 50%이상 상승하고 가스가 세계 에너지 구성의 25% 이상을 담당할 전망이다. 세계 에너지 수요에서 석유와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에 각각 32%, 28%였지만 2035년에는 가스의 대체효과로 각각 27%, 24%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역시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오염 우려로 셰일가스 개발이 정체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셰일가스 개발에 주로 적용되는 수압파쇄법은 기존 시추방법보다

1000배가 많은 용수가 필요해 물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0.5%의 화학첨가물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도 높다. 수압파쇄법과 함께 적용하는 수평시추법 역시 지반 약화를 초래해 지진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메탄가스 누출로 대기오염 위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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