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

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매주 외국의 착한 기업을 소개해 왔다. 필자의 방송을 들은 분들 가운데 왜 우리나라 기업은 소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우리나라도 착한 기업이 많지만 착한 기업이라면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한국인의 기대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서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대답하곤 한다.스타벅스의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는 지난해 10월 기업의 경영자들을 향해 경제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논쟁에 빠져 있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정치헌금을 거부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대해 정치에 대한 실망과 공개적 비판이라는 측면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영자의 철학과 행동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즉 기업 스스로 고용을 늘릴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소규모 기업이나 창업자 비영리조직에 돈을 빌려 주는 것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경영자가 슐츠처럼 정치가 민생을 도외시하고 정쟁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공개적으로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과거의 사례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가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치나 시민사회 등과 같은 사회의 다른 영역에 대한 비판을 동반한 경우 더욱더 큰 곤욕을 치뤘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빈정거림과 함께 말이다. 철학 따로 행동 따로 기업경영방식 따로 ‘따로 국밥’처럼 겉돈 경우가 많아 세간의 빈정거림이 충분한 근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자, 특히 대기업 경영자는 아무런 철학도 없이 자신만 잘 살려고 탐욕스럽게 행동하기는어렵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또한 현실을비판할 수 있는 권리도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가지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서 양극화 현상에 주목하고 양극화를 줄이는 방안에 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은 유통관련 기업이 아님에도 재래시장 살리기에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재래시장과 결연을 하여 임직원이 시장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하도록 하는 소극적 방안이 아닌 재래시장 상인들의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지 모색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이 사회적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게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모 재벌 그룹의 회장은 스스로 대단히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대외적으로 자기 개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동참을 호소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예의 ‘너나 잘하세요’ 혹은 ‘탐욕의 대명사인 당신의 본심이 의심스럽다’는 등의 비판 때문이 아닐까 싶다.비록 완벽하게 착하지는 않지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동참을 호소하는 경영자들에게 ‘지은 죄도 큰 주제에’라고 비꼬는 풍토는 없어져야 하리라 본다. 경영자들이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에 마지못해 하는 활동이 아니라 스스로의 철학을 분명히 밝히고 그 철학에 부합하는 활동을 공개적으로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또한,비록 허물도 크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옳은 일 하려는 경영자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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