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날 추억 담긴 아버지의 옷

여성스러운 옷들 사이로 중성적 느낌의 검정 재킷이 눈에 띈다. 품이 넉넉하다. 뒤집어서 회색으로도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재킷이다. 이 재킷은 원래 손정완 대표(53) 아버지 옷이다. 30년 전 대학생 때 손 대표가 아버지 옷을 수선해 입은 것이다. 사업을 하던 그녀의 아버지는 멋쟁이였다. 남성 구두가 검은색 일색일 당시 아버지는 색깔별로 구두를 갖춰놓을 정도였다.
손 대표가 아버지 옷을 고쳐 입을 때는 반드시 허락을 받았다. “아버지께서 잘 안입으시는 옷이라고 함부로 버리거나 제마음대로 고쳐 입으면 안돼요. 나중에 아시고 마음 상할 수도 있거든요.”대학 시절 그녀는 아버지 옷을 많이 고쳐 입었다. 재킷뿐 아니라 셔츠도 마찬가지였다. 손 대표는 “당시 미대 친구들은 보통 구제 옷을 사서 고쳐 입었다”며 “나는 특이하고 옷감도 좋은 아버지 옷을 주로 입었다”고 말했다.
입고 있는 재킷의 어디를 고쳐 입었냐고 물었다. 손 대표는 “별로 손대지 않았다”며 “옷깃 등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고 10년 동안 아버지께서 입었어도 상태가 좋았다”고 밝혔다. 이 재킷은 원래 발목까지 내려오는 옷이었다. 길이를 짧게 자르고 팔 길이를 줄인 것 말고는 손 댄것이 없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손대표는 대학 때 이 재킷을 입고 ‘고팅’에 나갔다. ‘고팅’은 고고장에서 하던 미팅이다. 당시 손 대표는 이 재킷에 꽉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플랫폼 슈즈를 신었다. 여기에 스카프를 두르고 육각형의 알 없는 안경을 썼다. 그녀는 “그렇게 입고 나가면 ‘역시 미대생은 뭔가 다르다’며 남학생들이 감탄했다”고 말했다.
결혼 전 남편과 데이트 할 때도 이 옷을 입었다. 손 대표는 “내가 이 옷을 입고 나가면 남편이 ‘얼굴은 못났는데 몸매는 좋다’고 했다”며 “사실 몸매도 ‘착시현상’이었다”며 웃었다. 그녀의 이름을 건 ‘손정완’은 전국 39곳의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29억원. 2008년부터 올해까지 서울패션위크, 지난해부터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했다. 1993년 한국패션기자협회선정 ‘황금바늘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 선정 ‘코리아 패션대상 패션브랜드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우리은행과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직원 유니폼 제작, 코리아나화장품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활동 폭이 넓다.
대학 시절 아버지 옷을 여러 개 고쳐 입었지만 거의 다 없어졌다. 시즌별 작품, 외국에 나갈 때마다 샘플로 사오는 옷 등이 많아지다보니 아버지 옷을 챙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재킷만은 각별하다. 손 대표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간절기에 자주 입는다”며 “기본적이면서도 풍성한 디자인이라 여러 가지형태로 매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옷을 언제까지고 간직할 생각이다. “아버지께서 입으셨던 옷이자 내 젊은 시절 추억이 담긴 옷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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