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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 마이어 야후 CEO] 구글서 통한 마법으로 야후 살리기 도전

[마리사 마이어 야후 CEO] 구글서 통한 마법으로 야후 살리기 도전

스탠포드 대학 출신 엔지니어 마리사 마이어는 13년의 구글 생활을 접고 지난 7월 야후의 CEO가 됐다. 그녀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1위에 올랐다. 올해 처음 진입해 단박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16일 실리콘 밸리가 떠들썩했다. 구글의 부사장 마리사 마이어(Marissa Mayer·37)가 야후의 새로운 CEO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직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구글의 첫 번째 여성 엔지니어인 마이어는 구글의 홈페이지 디자인을 총괄한 인물이다. 그 외에도 Gmail, Google Maps 등 그가 기획하는 상품마다 히트를 쳤다.

사내에서도 단연 실세였다. ‘스무번째로 구글에 입사한 직원’이라는 꼬리표를 가진 그녀는 구글 창립자 래리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마이어가 이직을 발표할 당시 임신 7개월이었다는 거다. 이는 각종 여성단체와 워킹맘들의 화제가 됐다. 10월7일 첫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마이어의 출산휴가는 단 3주. 휴직 중에도 재택근무를 할것으로 알려졌다.

일과 가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마이어에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것일까. 출산을 앞두고 돌연 야후로 배를 갈아탄 그의 행보에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야후를 마이어가 구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의 전력으로 볼 때 기대를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임신 7개월에 새로운 모험최근 몇 년간 야후는 강력한 리더를 찾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마이어는 지난 5년간 야후가 ‘모셔온’ CEO 중 5번째다. 마이어의 전임인 스콧 톰슨은 학력위조 스캔들로 4개월 만에 물러나는 불명예를 남겼다. 번번이 CEO가 바뀌는 사이 야후의 매출은 급락했다. 주주들의 언성과 짜증은 날로 늘었다.

이런 틈을 타 구글과 페이스북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구글은 서치 엔진 점유율,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매출 점유율 1위다. 한 때 두 분야 모두에서 1위였던 야후가 밀린데는 이유가 있다. IT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를 놓친 것이다.첫 째는 모바일 관련 사업이다.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손 쉽게 인터넷 검색·서핑이 가능해졌다. 앱을 통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도 제공받을 수 있게됐다. 하지만 야후는 모바일 콘텐트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야후가 놓친 두 번째 트렌드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의 눈부신 발전이다. 유저들은 페이스북·구글플러스와 같은 SNS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는 광고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따라서 광고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페이스북의 경우 광고 타겟팅을 사용해 유저의 취향에 맞는 광고를 화면에 띄운다.

이 전략으로 빠르게 온라인 광고 시장을 선점했다.리서치 회사 eMarketer에 따르면 올해 페이스북과 구글의 미국 온라인 광고 매출 점유율은 각각 16.8%, 16.5%다. 야후의 점유율은 2008년 18.4%에서 올해 9.1%로 반토막 났다. 1994년 설립된 야후는 순식간에 인터넷 최고의 서치 포털로 부상했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꺼지고 잠시 흔들렸지만 다시 업계 선두주자로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잇따른 인수합병 실패와 내부 인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야후의 공동 설립자 제리 양(Jerry Yang)이 수년간 추진해온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수합병은 2008년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2009년 새로 임명된 CEO 캐롤 바츠(Carol Bartz)가 야후의 서치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Bing)에게 넘겨주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검색에서 발생된 매출 일부를 야후가 챙기는 10년짜리 계약이다. 여기서 야후의 뿌리가 서치 포털이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이트의 핵심인 서치 기능마저 마이크로스프트에게 넘긴 야후의 정체성은 점점 흐려졌다.모호해진 정체성은 새로운 CEO 마리사 마이어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감각과 이성 갖춘 인재구글은 100회가 넘는 인수합병과 혁신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유튜브, 안드로이드, 모토롤라 등을 인수했다. 검색이란 단어 대신 ‘구글해봐’라고 말할 정도로 사용도가 높은 구글은 미국에서 서치 엔진 점유율 66%다.마이어는 구글 재직 당시 엔지니어링, 디자인, 상품개발, 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기호 시스템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1999년 여름 구글에 입사했다. 당시 구글은 직원이 몇 명안 되는 스타트업 회사였다.

마이어는 구글의 얼굴인 홈페이지 디자인을 지휘했다.서치바와 로고 외에 아무 것도 넣지 않은 깨끗하고 실용적인 홈페이지는 그녀의 아이디어다. 서치바 가장자리얇은 줄의 색을 고르기 위해 마이어는 41가지 다른 파란색을 두고 고민했다. 어떤 색이 가장 많은 클릭을 얻어내는지 실험까지 했다. 한결같은 구글의 홈페이지가 변할 때도 있다. 전세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로고를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바꾸는 두들(Doogle)이다. 이것도 마이어의 작품이다. 13년간 구글에 근무하며 마이어가 직접 맡거나 감독한 제품은 100개가 넘는다. Gmail, News,Books, Toolbar, Maps, Images, iGoogle 등이 대표적이다.

위치 및 지역 서비스 부문 부사장이었던 마이어는 작년 레스토랑 서베이 자갓(Zagat)을 인수해 로컬 서비스를 다양화했다. 이전에는 검색관련 상품 및 유저 경험 부문 부사장이었다. 마이어는 사이버 세계가 실제 세상을 따라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상품을 개발할 때마다 항상 유저의 입장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편리한지 고려한다. 또한 구글 사이트 내의 글자 폰트와 색깔, 언어의 시제 등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고집했다.마이어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어떠한 결단을 내리거나 사람을 판단할 때 개인적인 감정보다 숫자에 기반한 자료·실적을 중시한다.감정이 배제된 커뮤니케이션은 남자들로 가득한 실리콘밸리에서 마이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세상 모든 것에 관심 많은 여자회사 밖에서의 인간 마리사 마이어는 매우 흥미롭다. 일할 때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그녀는 1975년 미국 위스콘 신주에서 환경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미술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어린 마이어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 보라고 적극 지원했다. 아이스 스케이팅, 피아노, 수영, 골프 등 안 해본 게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발레는 스탠포드 시절까지 이어져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한 적도 있다. 마이어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여성스러움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에겐 ‘실리콘 밸리의 잇걸(It girl)’이란 별명이 있다. 잇걸은 패션을 사랑하는 매력적인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옷을 선호한다는 그녀는 미국 패션지 보그(Vogue)에 출연해 패션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마이어는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 펜트하우스 자택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화려한 유리 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여가 시간에는 남편 재커리 보그(Zachary Bogue)와 함께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 그의 남편은 변호사·투자가·자선사업가인 훈남이다. 사교계 명사들과 파티를 즐기는 마이어는 2010년 남편과 함께 구글 본사 근처의 또 다른 자택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위한 자선 디너를 열기도 했다.

마이어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마라톤, 킬리만자로 등반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이토록 다양한 면을 가진 그녀는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이다.그녀는 오는 10월 엄마가 된다. 임신 말기 상태에서 야후 CEO로 스카우트 된 마이어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 여성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육아와 꿈을 동시에 펼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마이어가 향후 5년간 야후에서 받게 될 급여는 보너스와 인센티브에 따라 다르게 계산된다. CNN머니는 7100만 달러, 뉴욕타임스는 1억1700만 달러로 추정했다. 마이어는 이미 3억 달러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가 야후로 직장을 옮긴데는 돈보다 도전정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직장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된 마이어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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