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 - 美 양적 완화 덕에 금융주 펀드 선전
Fund - 美 양적 완화 덕에 금융주 펀드 선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10월 12일 3분기에 259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240억7000만 달러)보다 7% 상승한 수치다. 그로부터 3일 후 씨티은행도 3분기 순이익이 전문가들의 예상치(187억2000만 달러)를 뛰어 넘는 194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씨티은행의 이날 주가는 5.5%나 올랐다. 은행들은 이번 실적에 대해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살아나 소매금융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기지 시장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RB) 의장이 9월 14일 발표한 3차 양적 완화 정책 때문이다. 연준은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일 때까지 매달 4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은행이 주택 자금을 대출해 주고 취득한 주택저당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늘자 은행주는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 들어 10월 19일까지 미국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업종 중 금융업종 지수는 23.8% 오르며 업종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씨티그룹 주가는 올해 39%가량 올랐고 웰스파고은행의 주가도 24% 상승했다. 이에 따라 주로 미국 은행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금융펀드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30일 현재 7개 해외금융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3.3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명품기업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10.39%)나 농산물펀드(11.40%)의 성과를 웃도는 것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8.19%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증권자(주식-재간접형)A’가 연초 이후 수익률 19.86%로 가장 높다.
이 펀드는 미국과 스위스, 영국 등 글로벌 금융업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웰스파고 은행(투자비중 4.16%)과 씨티그룹(2.82%), 캐피털원(2.37%), 마스터카드(2.14%)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증권[주식]Class A’가 19.41% 수익률을 냈다. 아버딘자산운용(4.99%), AIA그룹(4.90%), 스탠다드차타드(4.33%) 등에 투자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 13.39%국내에 설정된 해외 금융펀드는 미국 경기가 펀드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미국이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9월 미국의 신규주택건설은 8만2000건을 기록해 2008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주택판매도 전월대비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셸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양적 완화로 모기지 금리가 꾸준히 떨어지면서 새로운 주택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모기지 전문 업체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10월 22일 기준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3.37%로 전주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3분기 JP모건은 전년 대비 57%, 웰스파고는 50% 이상 모기지 대출이 늘었다. LIG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는 3분기 실적 중 소비재와 금융 업종의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고 있다”며 “주택지표 개선으로 소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금융주는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를 낙관하고 해외 금융펀드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금융주 펀드는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 조정기에는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11월 6일 열리는 미국 대선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할 경우 3차 양적 완화 등 경기부양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지만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될 경우 양적 완화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연말대선 이후 내년 초 감세정책이 종료되고 정부의 지출 삭감이 일어나 재정절벽(재정 지출의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축소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맞으면 해외 금융펀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 금융주도 관심 둘 만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미국의 재정절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하게 해소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당의 재정정책 합의가 지연된다면 미국 금융주들은 시장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금융주에 투자 비중이 큰 펀드가 부담스럽다면 신흥국 금융주에도 함께 투자하는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 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 금융주에 함께 투자한다.
선진국의 금융주 가격 회복과 신흥국의 높은 성장성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는 선진국 금융주에 70%를 투자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흥국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복 국면이 마무리되면 신흥국으로 비중을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솔로몬아시아퍼시픽파이낸셜서비스’ 펀드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12개국 금융주에 분산 투자한다. 김대열 팀장은 “미국계 금융주의 비중을 무조건 높이는 것보단 분산투자 관점에서 여러 나라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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