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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먹튀’ 논란 론스타와 질긴 악연

Issue - ‘먹튀’ 논란 론스타와 질긴 악연

양도세 반환소송 내고 한국 정부 상대로 첫 ISD 제소도



5월 9일 서울 남대문세무서장 앞으로 세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경정청구서가 접수됐다. 경정청구서를 발송한 곳은 지난해 말 하

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9년 만에 한국을 떠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였다. 론스타의 청구 요지는 ‘한국 국세청이 부당 과세로 물린 양도소득세 3915억원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세청 측은 “론스타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외환은행을 매각해 차익을 남긴 만큼 법적으로 론스타에 대한 과세는 문제 없다”며 경정청구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론스타는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11월 21일 행정법원에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경정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론스타가 문제 삼은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론스타는 지난해 12월 3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주식을 3조9150억원에 사고 파는 계약을 할 당시 국세청이 과세한 양도소득세 3915억원은 한국과 벨기에 간 체결된 조세조약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르면 유가증권을 사고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파는 이가 속해 있는 국가에서만 과세하도록 되어있다.

론스타는 2003년 한국에 설립한 론스타코리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2008년 벨기에에 세운 자회사인 ‘LSF-KEB홀딩스’로 운영주체를 바꿨다. 즉, LSF-KEB홀딩스가 벨기에 국적이기 때문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원천징수 공제 합의 사실 아니다”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매계약 체결 당시 한국에 과세권이 없어 주식 양도대금에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하지 않는 것으로 상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의 주장대로라면 하나금융은 계약을 어기고 3월 5일 3915억원을 원천징수해서 남대문세무서에 납부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만약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원천징수가 가능했겠느냐”며 “국세청의 통보에 따라 원천징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반박했다.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하나금융 전 회장)도 내가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그런 내용은 함되어 있지 않다”며 “론스타의 주장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국제조세 리관실 관계자는 “벨기에 자회사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였고 실질적인 업무는 본사에서 이뤄졌다”며 “과세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론스타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 우창록 대표의 주장은 다르다. 우 대표는 사실에 근거해서 소장을 작성했고 (론스타가 주장하고 있는 한·벨기에 조세조약과 하나금융 계약서 등)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만큼 진위여부는 법원에서 판결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대주주 적격성 판단을 이유로 승인심사를 보류하고 고의적으로 매각 시간을 지연시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2007년 HSBC에 매각을 추진할 당시 6조원을 웃돌던 외환은행 몸값이 하나금융지주로 매각 때 4조원 수준으로 떨어져 2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최호식 판사는 “이 부분은 당시 정황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행정단독에서 행정합의부로 넘겨 사건을 심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년 ISD 소송경비만 39억원론스타는 행정법원에 소송과 함께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도 제기했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불합리한 현지 정책이나 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토록 한 제도다. ISD가 시작되면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이 1967년 ICSID에 가입한 지 46년 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다. 론스타는 5월 22일 주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6개월간의 사전협의 기간이 주어졌지만 한국 정부와 합의가 최종 무산됐다.

론스타가 ISD를 제기하자 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6개 부처 30여명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처음 제기된 ISD 소송으로 판결 결과가 매우 중요한 만큼 앞으로 국제중재재판부에서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는 등 중재수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2조 4000억원의 소송 금액을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론스타가 승소하더라도 이 돈을 다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국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해 받아낸 손해배상액은 청구액의 1% 정도다. 정부는 이번 국제 중재 소송 경비로 12억원을 올해 정부 예산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내년도 법무부 예산 안에 한·벨기에 투자협정 분쟁 관련 예산 39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법무부는 이번 중재가 3~4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15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소송 핵심은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취한 조치와 과세가 합리적이고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이 없었냐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는 “론스타의 소송과 ISD 제기는 이미 다 예상했던 일”이라며 “우리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 쪽의 법무법인 세종의 김범수 변호사는 “사실관계와 법률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ISD 분쟁에서 투자자가 승소한 사례가 40% 안팎으로 우리나라가 안심하긴 이르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ICSID를 통한 소송은 관련 협정문만을 토대로 하는 만큼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승소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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