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험 쇼핑에 승부를 걸다
![]() ![]() |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Clearly unsatis factory).” 지난 11월 20일 미국 최대 가전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의 CEO 위베르 졸리가 3분기 영업 실적을 두고 그렇게말했다. 프랑스 출신다운 기발한 완곡어법이다. 실제로는 “급락(plunge)”이나 “참담(dismal)”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2011년 3분기 베스트바이의 매출은 121억 달러였지만 1년 뒤 107억 달러로 줄었다. 베스트바이의 주식은 5년 전인 2007년 12월 50달러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13달러 아래서 거래된다. 단 5년 만에 수익 창출 엔진에서 기능이 마비된 업체로 전락했다.
|
그러나 블록버스터, 보더스, 토이저러스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보라. 온라인 쇼핑몰들 때문에 거덜났다. 이처럼 카테고리 킬러들의 현주소가 말해주듯이 이제 그 영역은 제 아무리 제왕이라고 해도 위태롭기 짝이 없다. 고객에게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제공해온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매장을 가득 메우던 그 고객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몰려갔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그들 대부분을 흡수했다. 아마존에서는 거의 모든 상품이 할인가로 팔리고 고객이 구입한 상품을 며칠 만에 집까지 배달해 준다. 그런 고객을 ‘새로운 윈도쇼퍼(new window shoppers)’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평면 TV부터 36개들이 화장지까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웹브라우저에서 새로운 윈도(창)를 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베스트바이 같은 대형 오프라인 소매업체는 매장으로 사용하는 비싼 부동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카테고리 킬러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자신의 카테고리를 ‘킬’해야 한다. ‘빅박스 매장’을 ‘스몰박스 매장’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좀 더 친밀하고, 이용이 편리하며, 인터넷이 제공할 수 없는 상품과 전문 개인 서비스를 융합한 형태를 말한다(more intimate, accessible, with a unique mix of products and expert personal service that the Internet simply can’t provide).
다른 소매업체들을 보면 요즘 같은 시절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매장에 직접 찾아가서 상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만해도 거인이었던 기업이 날렵하고 민첩한 경쟁업체들과 같은 형태로 갑자기 몸집을 줄일 수 있을까? 자본 잠식 전에 골리앗이 다윗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얻으려고 베스트바이의 구조개혁 현장을 취재했다. 올해 초 베스트바이는 50개 매장을 폐쇄하고 100개의 소형 ‘모바일’ 매장을 개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매장도 대대적인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 아마존이 택배회사를 통해 제공할 수 없는 개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스타벅스의 기업회생을 이끈 후 8개월 전 베스트바이에 합류한 디지털 귀재 스티븐 질렛은 이렇게 말했다. “가전제품 같은 상품의 경우 고객들은 제품을 배달하고 설치해주는 서비스를 원한다. 베스트바이가 자체운영하는 전자제품 애프터서비스 부문 ‘긱스쿼드(Geek Squad)’가 좋은 예다. 아마존에서 킨들, 삼성 TV,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했다면 그런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더 쾌적한 매장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쇼루밍(showrooming,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자세히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가격이 보다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현상)’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쇼루밍’ 추세는 수년 전부터 기세를 올렸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레드레이저(Redlaser)’나 아마존의 ‘프라이스첵(Price Check)’ 같은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면서 대형 매장의 진열대를 독차지하지 않고서도 쉽게 가격 비교가 가능해졌다. 제품의 바코드만 스캔하면 어디서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바로 알려준다.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교수 장-피에르 두베는 “온라인 소매업체는 실제 매장이 없기 때문에 고정비용이 낮다(They have lower fixed costs because they have no stores)”고 말했다. “점원이없기 때문에 거래비용도 낮다(They have lower costs per transaction because there’s no clerk). 아울러 ‘규모의 경제’도 매우 크다(And they have massive economies of scale).” 얼마 전까지 만해도 ‘규모의 경제’는 카테고리 킬러들에게 유리했다. 그러나 아마존의 규모는 그보다 더 크다.
수백 개의 매장 대신 미국 전역에 40개의 초대형 창고를 갖고 있다. 아마존은 다른 사업에서도 수익을 올린다. 거대한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의 일부를 다른 기업에 임대하면 그 수입으로 전자제품의 낮은 이윤을 어느 정도 떠받칠 수 있다. 아마존은 몸집이 거대해져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존은 필요하다면 1년 안에 새로운 창고를 세울 수 있다. 보통은 3~5년이 걸리는 일이다. 아마존은 연말연시 쇼핑 시즌마다 새 창고를 짓는다.
베스트바이는 미국인의 70%가 자사 매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점을 자랑하지만(Best Buy likes to point out that 70 percent of Americans are within 10 minutes of a Best Buy) 미국 본토 인구의 100%는 클릭 한번하고 하루만 기다리면 아마존 창고에서 상품을 배달 받는다(But 100 percent of continental Americans are just a click and a day from an Amazon warehouse). 외출하려고 잠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
아마존의 글로벌 고객만족 담당 부사장 데이브 클라크는 “하나의 조직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우리는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건물 하나만 갖고 있을 때는 고객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더 큰 조직이 되면 그만큼 이득도 많다.” 규모의 경제에서 아마존이 ‘빅박스 매장’을 능가했다는 뜻이다.
|
“고객의 불만 1호는 도움이 필요할 때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The No. 1 complaint we used to get was that people couldn’t find help when they needed it)”고 지배인 라이언 세이머가 말했다. “이제는 고객이 ‘와, 직원을 정말 많이 채용했네요’라고 말한다.”
“상품이 적을수록 서비스가 더 좋다”가 이 매장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듯하다. 베스트바이는 이를 ‘친밀 관계 형성(connect)’이라고 부른다. 매장 한가운데는 카운터와 높은 의자를 갖춘 널찍한 서비스 구역이 자리잡았다. 애플 스토어의 ‘천재 바(Genious Bars, 고객에게 아이폰의 기능과 제원 등을 상세히 설명해 주기 위해 모든 매장에 설치한 공간)’와 유사하다.
시카고대의 두베 교수는 대형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인터넷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그런 서비스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범접할 수 없는 전문지식과 감각적 공간체험(the expertise and tactile experience that the Internet can’t match)을 제공하는 고급화 전략을 말한다.
“가정용 건축자재 판매업체 홈디포와 로스는 사람들이 매장에 직접가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두베는 말했다. 가전제품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두베는 그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최선의 방법이 매장에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베스트바이의 새로운 매장은 공간 설계에 많은 수정을 가했다. 예를 들어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는 카운터와 서비스 센터의 대기줄을 분리했다. 예를 들어 카메라 작동법을 모르는 손님 뒤에 줄을 서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하려는 배려다. 그러나 외관상의 변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직원들의 기술적인 수준 향상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두베는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고등학생 아르바이트로 서비스를 하면 고객이 실망한다.”
그러나 수준 높은 직원의 채용은 소매업체의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다. 업체들은 더 짧은 시간을 일하고 급여를 적게 받는 파트 타임 직원을 늘려간다. 정교한 소프트웨어 덕분에 매장 지배인은 하루 중 특정 시점, 휴일, 심지어 날씨에 따라 고객의 수를 추정할 수 있다. 파트타임 직원이 근무 가능한 시간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매장에 직원이 가장 필요한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준다. 그렇게하면 인건비가 4~5% 절감된다.
마진이 낮고 인건비가 높은 업종에서 효과적으로 경영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근로자로서는 최악의 조건이다. 만약 60시간을 낼 수 있다고 입력하면 실제로 할당되는 근무 시간이 겨우 20시간 정도다. 시간대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어느 시간대일지도 모르고 그나마 짧은 시간을 일하려고 근무 가능한 시간을 길게 늘려 잡는다면 탁아나 병원 예약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소득을 보충하려고 다른 일을 겸하기도 어렵다.
그런 식으로는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련된 직원을 채용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인건비 절감을 포기하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상품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giving up those savings means that the price gap between brick-and-mortar and online stores grows wider).
특히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이 내년 시행되면 기업들이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직원의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더 짧은 시간을 일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관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베스트바이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직원이 핵심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래서 최근 직원들의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 ‘윈도 8’ 교육에 5만 시간을 할애했고, 신규 매장 설계에 직원교육 전용공간을 포함시켰다.
다른 한편으로 베스트바이는 제품 혼합을 시도한다. 매장 가운데 있는 서비스 센터를 지나 보스 홈시어터 시스템 데모 섹션을 통과하면 완전히 다른 매장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들어선다. 바닥이 우아한 타일로 바뀌고 벽은 단풍나무 캐비닛과 빛나는 유리막이 벽으로 장식돼 있다.
그 캐비닛 안에는 베스트바이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바이킹, 보슈, 밀레 등 브랜드 제품이 가득하다. 와인셀러, 36인치 붙박이 오븐, 웬만한 식당 전체를 서비스하기에 충분한 스토브가 딸린 거대한 냉장고 앞에서 한참 서성거리자 지배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전엔 우리가 취급하지 않았던 제품이죠(These are brands we’ve never carried before).” 이 섹션은 가전제품 담당 매니저가 독자적으로 관리하며 전담 직원도 따로 있다.
주방제품 옆방에 있는 매장 속의 매장인 매그놀리아 오디오/비디오도 마찬가지다. 주부는 1만 달러짜리 스토브를 고르는 동안 음악애호가는 옆방에 가서 은은한 조명 아래 수많은 고급 스피커와 앰프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 이 섹션의 직원들은 청사진 프린터도 갖고 있어서 건축업자에게 필요한 배선도를 출력해 준다.
|
베스트바이가 성공하려면 이처럼 인터넷 시대의 고급 소매업체 성공 사례를 따라야 할 듯하다. 애플 스토어의 경우 0.1㎡ 당 평균 매출이 6000달러다. 보석가게 티파니보다 높다.
고급 주방용품 소매점 쉬르 라 타블은 경기침체 동안 내내 새로운 매장을 개장했다. 브룩스 브러더스와 조스 A 뱅크스 같은 고급 의류 소매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은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두베 교수는 “명품 소매업체의 경우 경기침체 중에도 아주 좋은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명품 업체들은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사람들은 명품을 구경하길 원하고 루이뷔통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걷고 싶어한다.” 애플 스토어, 쉬르 라 타블, 브룩스 브러더스가 고급스러운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제품을 할인가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르크루제(럭셔리 주방용품 브랜드)의 주전자나 아이팟은 어디서 사든 가격이 거의 같다. 명품 제조업체가 브랜드의 하한가격(price floor)을 치열하게 지키기 때문에 소매업체도 마진을 유지하는 동시에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
고급 소매업체는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구경하는 체험도 판매한다. 일상생활에서 잠시 탈피하는 ‘미니 휴가(mini-vacation)’인 셈이다. “우리에겐 제품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왜 우리 브랜드가 아홉 가지 이머션 블렌더(immersion blender)를 갖추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고 쉬르 라 타블의 CEO 잭 슈웨펠이 말했다.
소매업계의 다른 쪽 끝에 위치한 월마트나 타겟 같은 할인매장은 내재적인 경쟁력이 있다. 가전제품, 의류, 식료품 등 소비자가 직접 보고 골라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식료품 판매업체 피팟(Peapod)의 마케팅 이사 페그 머츠바커에 따르면 식료품의 경우 우리가 인터넷으로만 구입하는 날은 아직 요원하다(we’re a long way from Internet-only groceries). 사람들은 여전히 귀갓길에 우유 한통을 직접 사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소매시장의 양극단인 고가 매장과 저가 매장이 아직 상당히 견실하다고 해도 그 중간에 있는 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풍요가 확산되면서 모든 거실에 50인치 TV, 모든 주방에 스탠드 믹서가 있지만 그런 상품은 소비용품(commodities)이다. 소비용품은 최저가 업체에서 팔린다.
베스트바이는 가격이나 편의성에서 더는 최고가 아니며 그 자리를 되찾기도 불가능해 보인다. 두베 교수는 “전통적인 소매업체는 처음부터 가격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했다(From the get-go, it is obvious to me that traditional retail is just not going to win a price war)”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그 말이 옳았다. 지난해 겨울 클릭아이큐(ClickIQ)의 조사에 따르면 매장에 가서 상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으로 한다는 응답자가 46%였다. 그런 쇼루머(showroomers) 중 48%는 최종 구입을 아마존에서 했다. 그들은 비교 구매(comparison shopping)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토피카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빅터앤서니는 최근 쇼루밍이 소매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면담한 모든 가게의 모든 직원에 따르면 소비자는 사실상 스마트폰으로 비교 쇼핑을 한다. 그러나 베스트바이에서 비교 쇼핑의 효과가 가장 잘 드러났다. 그곳의 여러 직원들이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오로지 비교 쇼핑을 목적으로 가게에 들어오는 듯하다(it appears as if consumers walk into the store with the sole intent to comparison shop)는 이야기를 들었다.” 베스트바이 CEO 졸리는 현장 구매를 하지 않고 ‘쇼루밍’ 목적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이 15% 정도라고 추정한다. 그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지게 마련이다.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실제 구매를 하지않는 사람들을 위해 진열장만 제공하는 일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더 중요하게는 그런 업체가 인터넷의 공격에 덜 취약한 형태로 변신할 수 있을 때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쇼루머들이 실제 매장에서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 비싼 가격에는 매장을 운영하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TV 화질이 어떤지 살펴보고 점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임대하는 비용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물론 모두가 그런 서비스를 원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 부부는 실물을 보지 않고 CNET 리뷰를 보고 전자제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그러나 쇼루머들은 실물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원한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포함된 쇼룸 서비스 비용을 부담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서비스 비용을 제품 가격과는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those services might be unbundled from the price of the product)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업체가 쇼룸을 따로 만들어 5~10달러를 받고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게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그런 비용이 만만찮다. 실제로 베스트바이는 TV 한 대를 팔아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남기지 못한다.
아마존이 등장하기 전에도 가전제품의 마진은 상당히 적었다. 하지만 고객이 TV 한 대를 구입할 때마다 베스트바이는 케이블, 융자, 보증 연장 등 수익성 높은 부가상품(add-ons)을 팔 기회를 갖는다. 업체가 쇼룸을 별도로 만든다면 수지 맞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다른 소매업체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지난 1월 활기 없는 연말연시 대목 후 대형매장 타겟은 제조업체들에게 공개편지 형식으로 진심 어린 호소문을 보냈다. 타겟을 위한 독점제품을 만들거나 가격하한제를 시행하라(enforce a price floor)는 내용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그 공개편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상품을 진열하는 투자도 하지 않고 우리의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으로 이용하면서 가격을 끌어내린다.” 수년 동안 타겟은 아마존을 통해 상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지난 성탄절 가격을 비교해주는 스마트폰 앱프라이스첵을 개발하자 타겟은 아마존과 의 제휴를 끊고 자사 매장에서 아마존 제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타겟과 달리 베스트바이는 온라인 업체와의 직접적인 대결을 포기한 듯하다. 다른 여러 판매업체처럼 베스트바이도 ‘옴니채널(omnichannel)’ 소매업을 거론한다. 고객에게 매장과 웹사이트 사이의 원활한 체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giving customers a seamless experience between store and website).
한마디로 대폭 할인에 기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아마존 같은 ‘주요 경쟁업체’의 가격에 맞출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두베 교수는 ‘옴니채널’ 방식을 두고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끌려 들어가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베스트바이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베스트바이가 더 높은 가격, 더 나은 서비스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런 전환이 가전제품 섹션에서 명품 바이킹 스토브를 들여놓기만큼 쉽다면 베스트바이는 애초에 경영난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할인(no discounting)’ 모델은 거의 유일무이한 특정 제품의 경우에만 무난하게 유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경우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기 때문에 그런 모델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삼성이 갑자기 TV 세트에 할인이 없다고 선언하면 소비자들은 파나소닉이나 소니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베스트바이의 주요 소득원은 아이패드가 아가는데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베스트바이가 궁여지책으로 제품 혼합에 추가하는 고급 상품은 기존의 이미지나 점원 확대를 떠받칠 정도로 많이 팔리지 않는다.
경영난을 겪는 모든 소매업체가 궁극적으로 베스트바이와 같은 처지다. 호황기에 비싼 부동산을 임대해 지은 매장이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면 큰 부담이 된다. 매장을 어느 정도로 고급화하면 최저가 제품을 팔 때 그곳을 찾던 고객을 잃게 된다(going even a little bit upmarket is going to mean losing a lot of the value-driven customers).
그런 고객을 잃으면 매장의 수와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형 매장 같은 부동산은 임대 계약이 까다롭다. 파산이 아니라면 베스트바이는 적자를 줄일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을 신속히 폐쇄하기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베스트바이는 올무에 걸린 동물 같은 신세다(Essentially Best Buy is like an animal in a trap). 자신의 다리를 신속히 물어뜯어 올무를 벗어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it has to chew through its own leg fast enough to escape with its life). 그러나 난관에 처한 카데고리 킬러 대부분은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어 내지 못했다. 동네마다 있던 영화 DVD 대여점 블록버스터가 사라진 이유다.
베스트바이에 낙관적인 면이 있다면 파국에 이르기 전에 문제를 올바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기업회생 전문가(turnaround expert)에 따르면 이런 식의 대대적인 변신은 대개 회사가 직원들의 월급을 못줄 상황에 처했을 때 이뤄진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하는 쪽으로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물론 그 밝은 부분 바로 곁에는 커다란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베스트바이의 고객이 아마존으로 전향하면서 아마존의 창고가 미국 전역을 뒤덮을 기세다. 아마존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베스트바이 같은 대형 소매업체가 살아남기는 아예 불가능할지 모른다(It may simply not be possible for a store like Best Buy to survive in an Amazon world). 파산하지 않고 신속히 변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8살 유괴 살해한 여고생, 공범은 검찰에 '쌍욕' [그해 오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어머니, 아버지 저 장가갑니다”…‘결혼’ 김종민 끝내 눈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충청서 압승 거둔 이재명…득표율 88.15%(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동물실험 폐지 명암] 투심 쏠린 토모큐브, 빅파마가 주목하는 까닭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