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경기 분석한 ‘멘털 노트’가 김효주 경쟁력
Golf - 경기 분석한 ‘멘털 노트’가 김효주 경쟁력
‘연간 5억원+α.’ 10월에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돈방석에 앉은 여고생 골퍼 김효주(17·대원외고2)의 얘기다. 신인으로서 연봉 5억원은 파격적인 대우였다. 김효주 이전 신인 최고 계약금은 1996년 프로로 전향한 박세리(35·KDB산은금융)가 당시 삼성으로부터 받은 3억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신인급 선수는 아무리 아마추어 경력이 화려하다 해도 1억원 안팎의 계약금을 받았다. 2005년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프로로 데뷔한 신지애(24·미래에셋)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뒤 프로로 뛰어든 유소연(22·한화)도 그 정도를 받았다.
김효주와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롯데그룹 측은 당시 “김효주의 가능성에 더 많은 베팅을 했다”며 “연봉 5억원에 ‘2+1’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흡족해 했다. 김효주는 연봉 외에도 톱 10 입상 때 인센티브와 투어 경비 등을 추가로 받기로 했다. 2년 뒤 김효주가 원하면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했는데 이것까지 합치면 총액은 3년 동안 2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 측은 “김효주를 영입하기 위해 계열사가 아닌 그룹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통산 18승을 거둔 데다 지난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이어 6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게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KLPGA서 건진 최대어그렇다. 올해 국내 여자프로골프 무대에서 최고의 대박을 터트린 선수는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데뷔한 김효주다. 그는 ‘블루칩’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마케팅 업계에서는 김효주의 계약금이 2억원 안팎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가 일본과 미국 투어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 대기업들의 영입 경쟁이 뜨거워졌고 한때 5억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반신반의했다. 누가 어느 기업이 김효주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김효주가 프로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대회를 후원했던 롯데마트가 오랜 영입 노력 끝에 결실을 맺었다. 김효주는 대회마다 상위 5위 이내 성적을 올릴 경우 상금의 최대 70%에 이르는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아마추어 신분이라 올해 받지 못한 상금이 6억원에 이르는 김효주는 올해와 비슷한 성적만 내도 15억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효주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골프신동’은 기본이고 ‘블루칩’에 앞서 ‘괴물 여고생’이라는 수식어가 그것이다. 그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여자프로골프대회 등 3개 투어에서 모두 1승씩을 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김효주는 4월 KLPGA 투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KL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고, 6월에는 JLPGA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 등 각종 기록을 세웠다. 또 9월 대만 스윙잉 스커츠 여자오픈에서도 우승했다. 김효주는 이로써 11월까지 한국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등 아마추어 4승과 프로 3승을 기록했다.
그의 행진이 여기에서 멈췄으면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무‘ 서운 신인’ 김효주가 프로 전향 불과 2개월 만에 첫 승을 거두는 저력을 과시하며 스포트라이트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12월 16일 중국 샤먼의 동방 하문골프장에서 끝난 KLPGA 투어 2013시즌 두 번째 대회인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최종 3라운드. 김효주는 마지막 날 3타를 줄이면서 합계 11언더파로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김혜윤(23·비씨카드)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프로 데뷔 이후 5번째 대회였고, KLPGA 투어 2번째 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했다.
승부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갈렸는데 국가대표 출신의 두둑한 배짱의 어프로치 샷이 진가를 발휘했다. 김효주와 김혜윤은 두 번째 샷을 모두 그린 뒤로 넘겨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준비했다. 김혜윤의 공은 핀까지 10m(그린까지 3m+홀까지 7m) 거리의 그린 프린지에, 김효주는 12m(그린까지 5m+홀까지 7m) 거리의 세미 러프에 있었다.
김효주가 먼저 범프&런 샷으로 공을 핀 80㎝에 붙이며 압박했다. 김혜윤은 웨지 대신 퍼터를 택했지만 공은 그린에 올라온 뒤 얼마 구르지 않고 멈춰버렸다. 김혜윤은 남은 4.5m 거리에서 3퍼트로 참패했다.
김효주는 “프로 진출 후 빠른 시간에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첫 승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낸 만큼 앞으로 더 겸손한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대목에서는 무서운 수퍼 루키의 진면목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10월 KLPGA에 입회한 김효주는 2개월11일 만에 우승해 1996년 6월 미도파 여자오픈에서 김미현(35)이 세웠던 역대 최단 기간 우승 기록(2개월18일)도 갈아치웠다.
김효주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는 여느 선수처럼 연습량으로 승부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주위 사람들로부터 ‘골프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골프를 잘했다. 남들보다 연습장에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우승은 늘 그의 몫이었다. 주변의 평가는 “나이에 비해 정신력이 뛰어나다”는 찬사가 잇따랐다. 그 비법은 골프장에 갈 때마다 노트를 하나 끼고 다니는데 스스로 작성하는 ‘멘털 노트’였다.
“박세리 언니나 그동안 선배들이 말한 내용과 제 경기내용을 꼼꼼히 적어 놓은 노트예요. 대회장에서 틈날때마다 남들은 연습장에서 공을 하나라도 더 칠 때 나는 기본 연습을 마치고 이 노트를 꼼꼼히 읽고 멘털에 집중했어요.”
3년 전부터는 멘털 쪽만 전문으로 하는 코치에게 정신훈련법도 전수받고 있다.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은 “어린 선수인 데도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고비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탁월한 편”이라며 뛰어난 멘털을 김효주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2016년 올림픽 메달이 목표6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김효주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7년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으로 뽑혔고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개구리 왕눈이’, ‘개구리중사 케로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눈이 커서 겁이 많을 것 같은 김효주. 하지만 그의 뛰어난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침착한 플레이 등은 여러 면에서 박세리나 신지애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효주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온 한 전 감독은 “신지애 유소연 등의 아마추어 시절 성적보다 김효주가 훨씬 더 낫다. 기술, 멘털 등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성적으로 치면 그들보다 몇 수 위”라고 평했다. 김효주는 “프로가 된다는 느낌이 무언가 색달랐다. 주위의 많은 기대와 관심이 큰 부담이 되기도 했다”며 “내년에는 더 프로다운 모습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오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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