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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인천대첩 1승 1패

롯데·신세계 인천대첩 1승 1패

2차 가처분 신청에선 신세계 승리…매각 재추진 전망에 가격 경쟁 재점화



인천광역시 남구 관교동에 사는 회사원 이장욱(30)씨는 인천종합터미널을 “서울을 오가는 관문인 동시에 인근 상권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터미널을 중심으로 구월동 로데오거리와 중앙공원, 뉴코아 아울렛, 농산물도매시장 등이 밀집한 이 일대는 이씨 표현대로 교통과 상업의 거점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터미널의 유동인구는 평일 약 5만여명. 주말에도 2만~3만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인천터미널 부지 매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천 지역의 노른자위라 할 터미널 상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백화점(인천점)을 운영하면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신세계는 롯데에 ‘텃밭’을 내줄 수 없다며 비장한 각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천 상권 확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법원 “롯데쇼핑의 투자약정 내용은 부당”앞서 인천시는 2012년 초에 신세계백화점 인천점과 인천터미널의 부지와 건물을 팔기로 결정했다. 롯데쇼핑은 2012년 9월 말 인천터미널 부지와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있는 부지 등 총 7만7800㎡와 연면적 16만 1750㎡의 건물 등을 인천시로부터 8751억원에 매입하는 투자약정을 맺었다.

롯데쇼핑은 이미 이행보증금 870억원까지 인천시에 지급한 상태다. 롯데는 2012년 안에 본계약까지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암초를 만났다. 법원이 인천시와 롯데가 아닌 신세계의 손을 들어줘서다.

2012년 12월 26일 인천지방법원 민사21부(재판장 김진형 부장판사)는 신세계가 인천시를 상대로 낸 인천터미널의 매각절차 중단 및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청구인의 주장을 인정하는 인용결정을 내렸다. 10월의 1차 가처분 신청에선 신세계의 주장이 기각됐지만 이번엔 상황이 바뀐 것이다.

재판부는 “인천시가 롯데쇼핑과 체결한 투자약정서를 보면 부지와 건물을 감정가격 미만에 매각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부동산을 감정가격 이상에 매각하도록 한 공유재산법의 취지와 매각절차의 공정성 등을 훼손한 것으로 무효화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인천시와 롯데쇼핑이 서명한 투자약정서 제7조 조항에서 조달금리 비용 보전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신세계백화점과 그 부지 등은 즉시 명도가 불가능한 만큼 이들에 대한 임대차계약 종료 시까지 인천시가 롯데쇼핑에 조달금리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롯데와 신세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롯데 관계자는 “길게 봤을때 회사가 갖고 있던 인천터미널 개발 계획에 큰 지장이 있진 않을 것”이라며 “만약 재입찰이 진행되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신세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의 매입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며 “인천시가 터미널 부지 매각 절차를 합법적으로 재추진할 경우 입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고 덧붙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롯데쇼핑은 본계약을 체결한 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천터미널 부지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2015년까지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를 열고 2017년엔 지금까지 영업 중인 신세계백화점을 내보내는 대신 롯데백화점을 열어 ‘롯데타운’ 복합쇼핑몰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 본관의 임차기간은 2017년 11월까지이며 이마트와 CGV도 같은 곳에서 영업 중에 있다.

인천시는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이의를 신청하는 방안 등 후속 대응책을 놓고 고심했지만 최근 법적 절차를 밟는 대신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롯데와 신세계의 부지 매입 경쟁도 올해 수면 위에서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는 롯데로부터 받기로 했던 부지 매각대금 8751억원 중에 6000원가량을 이미 2013년 본예산 세입에 반영한 상태다.

인천시가 법적 대응으로 시간을 끌었다가는 자칫 재정 정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애초 인천시가 터미널 매각을 추진한 데는 재정 악화가 한몫을 했다. 인천시가 2012년 고시한 ‘2011 회계연도 인천시 일반 및 특별회계 결산 승인사항’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1년 한 해에 87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천시의 적자 결산은 시가 1981년 7월 직할시로 승격된 이래로 처음이다. 시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애초 책정했던 세입 예산보다 실제 세수가 줄어들었다”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등으로 예산 수요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천터미널의 재입찰이 시작되면 롯데와 신세계의 정면대결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쇼핑이 변함없는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가 입찰 참여로 맞불을 놓을 경우 매각 금액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롯데와 신세계를 추격하고 있는 현대백화점도 인천터미널 부지 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기존 계약 금액인 8751억원을 넘어서는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신세계로서는 당장에 롯데에 텃밭을 내줄위기에서 한걸음 벗어나긴 했지만 부지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아진 건 부담 요인이다. 신세계는 2012년 10월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있는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지분 60.02%를 말레이시아 소재 투자목적회사 4곳으로부터 1조250억원에 매입했다. 인수대금 전액은 5년 거치 2년 분할상환에 3.7% 금리로 은행에서 차입했다. 롯데와 달리 신세계는 다수의 점포를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점포 임차 리스크로 롯데로부터 공격받자 적극적인 투자로 역공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늘어날 경우 이미 강남점 인수에 전력을 쏟은 상황에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신세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12년 3분기 기준으로 635억원에 그쳤다.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2조3920억원을 보유 중이었다. 신세계는 “자금 문제가 걸림돌이었다면 가처분 신청을 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재입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확보 놓고 전국에서 격돌부지 확보를 둘러싼 롯데와 신세계의 세력다툼은 그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다. 결과는 주로 신세계가 롯데에 승리하는 것으로 끝났다. 신세계는 2004년 부산에서 센텀시티 부지 입찰을 놓고 롯데와 겨루다 막판에 승리를 낚았다. 2007년에도 이마트가 서울 황학동의 주상복합건물인 롯데캐슬 베네치아 내의 대형마트 선정에서 이겼다.

2009년엔 경기도 파주에서 롯데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태로 아울렛 부지 매입 협상을 벌였지만 이번에도 신세계가 끼어들면서 부지를 사들였다. 이에 롯데는 2010년 신세계 광주점이 입점한 건물주인 금호터미널의 최대주주 대한통운을 인수하려고 추진하는 등 신세계의 임차 점포에 공세를 가해왔다. 이번 인천터미널 부지 매입을 둘러싼 각축도 그 연장선이다. 서로 필승을 다짐한 가운데 업계는 롯데와 신세계의 끝나지 않은 인천대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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