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환경에 집착해 기존 장점 버려…미국 컨슈머리포트 “당분간 윈도8 PC 사지 말라” 권고
2012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와 태블릿 단말기를 모두 겨냥한 ‘윈도8’ 운영체제(OS)를 출시했다. 새 윈도 출시 준비과정은 윈도7 때와 닮았다. 출시 후 3개월 동안 MS의 제조 파트너가 윈도8 데스크톱, 노트북, 컨버터블(변형) 컴퓨터 수십 종을 출시했고 더 많은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MS는 기존 윈도PC 사용자들에게 5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윈도8을 다운로드 받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했다.
윈도 출시 효과 사라져MS는 “새 윈도 출시 3일 만에 업그레이드 OS를 400만 카피 판매했고 제조사 파트너들에게 ‘수천만 카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시 1개월쯤이 지난 11월 27일에는 4000만 카피를 팔았다고 주장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윈도7의 출시 초기 성적 대비 나쁘지 않다.
MS 바깥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보면 윈도 사업을 둘러싼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2012년 11월 시장조사업체 NPD는 윈도8이 PC 시장 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서 개인용 윈도PC 판매실적을 보면 데스크톱만 9%, 노트북은 24%, 전체적으로 21%가 줄었다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에는 빠진 기업용 PC 시장에서의 성적표도 어둡다. MS가 밝혔거나 조사업체가 제시한 구체적 지표는 없지만, 11월 말 회사가 직접 공개한 윈도8 판매량은 실제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할 근거로는 부족하다. 한 MS 전문가는 “4000만 카피라는 판매량에 ‘윈도8 공식 발표 이전 기업들에 공급됐지만 아직 실제 사용을 늦추고 있는 라이선스’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12월에는 제조사들이 윈도8 판매량에 대한 전망치를 낮췄다는 관측도 나왔다. 몇몇 외신들이 투자자문회사 ‘토페카캐피털마켓’의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아시아 제조업체들이 9~10월 받은 PC 주문량이 2%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애초 예상치를 밑돌뿐 아니라 지난 7년간 월 평균 증가율 5%에 한참 못 미친 결과다.
한 글로벌 조사업체가 파악한 국내 3분기 PC시장 규모도 평균 10% 이상 감소를 기록했다. 이 흐름은 201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제껏 정기적으로 PC 조립 및 생산업체들에게 신제품 수요를 견인하는 구원투수로 인식됐던 새 윈도 출시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기존 PC 역할 일부를 애플과 구글의 태블릿이 대신하면서 일반PC 하드웨어 출하량은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
MS는 출구전략으로 그간 소홀했던 모바일로 영토확장을 꾀했다. 최신 OS를 ‘PC와 태블릿을 아우르는 윈도’로 포장한 이유다. 이는 일찍이 태블릿 개념을 상용화했지만 여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래 가장 모험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에 MS는 윈도8 기반 태블릿이 터치스크린 장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인식을 심으려 애썼다.
최신 윈도의 기본 사용자인터페이스(UI)로 등장한 ‘메트로UI’ 환경을 집중 소개했다. 메트로UI가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됐지만 마우스와 키보드만으로 조작할 때에도 충분히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새 윈도 하나로 기존 PC 시장 지분을 놓지 않으면서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노트북이나 태블릿 사용자도 끌어안고 싶어서였다.
메트로UI는 윈도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둥근 ‘아이콘’을 대신해 네모진 ‘타일’ 단추가 배열된 환경이다. 최소한 초기 반응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메트로UI는 쾌적했고 뉴스, 날씨, 메일, 브라우저 등 기본 기능과 ‘윈도스토어’라는 자체 앱스토어의 추천 게임과 프로그램을 쓰기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메트로UI의 등장과 함께 윈도 기본 환경에 일어난 변화는 “MS가 터치스크린에 너무 골몰하느라 기존 윈도 사용자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낳았다.
윈도8이 이제 막 출시된 OS인 만큼, 안정성과 편의성이 검증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중순께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당분간 윈도8 PC를 사지 말라”며 윈도7 사용을 권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과거 윈도에서 새 OS로 넘어오며 UI 영역에 생긴 2가지 변화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우선 초기 화면의 기본 UI였던 ‘시작 단추’와 ‘시작 메뉴’가 빠졌다. 또 메트로 UI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컴퓨터를 켠 직후 보여주던 바탕화면도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시작 단추와 그 메뉴는 사용자 문서, 사진, 음악, 컴퓨터를 여는 경로와 제어판, 도움말, 프로그램 및 파일 검색, 모든 프로그램 링크, 시스템 종료 등을 집약한 기능으로 윈도 7까지 발전해왔다. 이름대로 거의 모든 윈도 기능의 ‘출발점’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용자들 상당수 불편 호소MS가 “여러 사용자들의 습관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시작 단추를 안 써서 빼기로 했다”는 결정은 지나치게 조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윈도7 사용자만 고려했다는 점부터 문제였다. 절반에 가까운 나머지 윈도 사용자 습관을 반영하지 않았다.
정작 윈도7을 쓰다가 윈도8로 넘어간 사용자들도 대부분 사라진 시작 단추에 어색함과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팅 직후 처음 나타나게 된 메트로UI 화면까지 번졌다. 실제로 메트로UI 전용 프로그램 사용시 기초적인 조작법을 직접 알아내기 어려웠고 초보자를 배려도 부족했다. 또 아이콘보다 큼직한 타일은 공간 낭비가 심했고, 화면 스크롤 방식은 직관적이지 못했다.
일부 성급한 사용자들은 이미 윈도8의 기술적, 상업적 실패를 논한다. 윈도8이 침체된 PC시장 흐름을 당장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윈도8의 매력이 부족한 이유가 단지 첫인상 때문은 아니다. 우선 초기 업계 관심이 메트로UI에 쏠린 영향이 컸지만, MS가 기존 윈도를 계승하고 발전했다는 점들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실책도 있다. 제조사들이 윈도8에 대응한 태블릿과 컨버터블 노트북을 만들어 내놓는 노력에도 윈도8의 단점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나온다.
현재 MS는 애플 아이패드와 그 생태계 기반이 되는 아이튠스 앱스토어 및 콘텐트, 구글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콘텐트에 맞설 준비로 분주하다. 윈도스토어에 접속하는 계정을 메일 겸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에도 쓰게 하고, 음악과 영상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유료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충분한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는 경쟁력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런 행보가 단순한 경쟁사 따라잡기인지, 변화된 환경에서도 플랫폼 경쟁우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지는 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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