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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urce development - 자원의 마지막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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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 중국의 40배…북극항로 개설되면 부산·광양 등이 아시아 물류 중심지로 뜬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의 저서 ‘문명의 붕괴(collapse)’에는 그린란드 정착에 실패한 바이킹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서기 984년경 노르웨이에서 그린란드로 넘어와 500년 가까이 문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16세기 후반 유럽인이 그린란드를 다시 찾았을 때 그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는 바이킹의 정착 실패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노르웨이보다 척박하고 추운땅인데도 노르웨이식 의복을 고집했으며 수렵과 어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농경에 몰두하는 등 기존 생활양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바이킹과 달리 그린란드 원주민 이누이트는 눈으로 집을 짓고, 바다표범이나 고래를 사냥해 기름과 식량을 얻는 등 그린란드 환경에 순응한 덕분에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그 땅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누이트들도 급박한 환경변화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영국 리즈대학과 미 항공우주국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는 총 4조 2600억톤이 유실됐으며 이로인해 전 세계 해수면이 평균 1.11cm 상승했다. 매년 녹아 사라지는 빙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린란드는 그야말로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다.

그린란드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요동치면서 생물자원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그린란드 수출 중 56%는 수산업과 사냥이 차지한다. 호텔과 요식업, 공공서비스 등 관광으로 창출되는 37%를 제외하면 사실상 생산품목은 생물자원이 전부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쿠픽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총리는 기후변화가 그린란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얼음이 사라지자 바다표범, 고래 같은 사냥감이 줄어들었다. 요즘에는 사냥꾼들이 썰매견에게 줄 먹이를 구하지 못해 썰매견을 그냥 버리기도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견종 중 하나인 그린란드 썰매견은 약 5000년 전부터 혹독한 그린란드 기후 속에서 사냥꾼 곁을 지켜온 동반자다. 그런 썰매견을 사냥꾼이 직접 버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린란드는 영토의 85% 정도가 빙하로 뒤덮인 ‘얼음 섬’이다. 면적은 약 217만㎢로 한국보다 22배 넓지만 인구는 5만6천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적다. 19세기 초부터 줄곧 덴마크 영토였으나 2008년 주민 동의와 덴마크 정부 승인을 얻어 2009년부터 자치 정부를 세우고 독립 절차에 들어갔다. 아직 외교와 국방 등 일부 기능은 덴마크에서 수행하며 예산의 40% 가량을 덴마크로부터 원조를 받는 등 완전한 독립국가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15일 클라이스트 총리는 그린란드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수산업에 치우친 산업구조의 다변화”를 꼽았다. 현재 수입의 많은 부분을 관광산업이 차지하고 있지만, 관광산업 육성에는 난관이 많다. “그린란드까지 오는 교통편이 상당히 제한돼있고, 인구가 적어 시장이 협소하며 인프라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크루즈 여행 같은 고급관광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일반적인 여행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그린란드에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클라이스트 총리와 함께 방한한 요른 닐센 산업광물자원부 차관은 지난 14일 가진 그린란드 광물자원 세미나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광물자원에 접근하기가 보다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아직 자원 채굴이 시작된 곳은 없지만 그린란드 전역 20여 곳에서 탐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5~6개 자원탐사 프로젝트는 향후 수 년 내에 채굴로 연결될 전망”이라고 닐센 차관은 전했다.

현재까지 희토류, 아연, 철, 루비, 금, 몰리브덴 등 다양한 자원이 확인됐으며 그 양 또한 방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희토류 매장량은 40억 톤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재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중국(약 1억 톤)의 40배에 달한다.

에너지자원도 풍부하다. 미국 지질조사소에 따르면 올해부터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인 그린란드 북동부 지역에만 314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 서부지역 매장량 170억 배럴을 더하면 세계 10위권에 꼽힌다. 미국 전체 석유매장량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여기에 더해 최근 그린란드 남부에서는 우라늄도 발견됐다.

그린란드가 미래의 자원부국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고상모 광물자원연구실장은 “그린란드는 자원의 마지막 보고”라며 “향후 그린란드 자원개발이 활성화되고 국내 기업 진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 7월 중으로 입찰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그린란드에 가져다 준 선물은 자원뿐만이 아니다. 북극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이 일대를 통과하는 ‘북극항로’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항거리와 비용을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북극항로는 수에즈 항로에 비해 동아시아-유럽 운항거리를 최대 40%, 운항기간을 최대 10일 단축할 수 있다. 컨테이너 화물운송비용도 25% 절감된다. 북극항로가 개설됐을때 ‘아시아 최대 수혜국’을 조사한 결과 한·중·일 3국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연구본부 이성우 실장은 “북극항로가 개설되면 현재 싱가포르에 집중된 아시아 물류 중심을 부산·광양항으로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극 항로를 이용하려면 연안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대외정책연구원 신흥지역연구센터 김윤옥 연구원은 “북극항로 연안국들은 자국 해안을 지나는 북극항로에 관할권을 적용하고 관세를 매긴다”고 말했다. 그린란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북극항로 선상에 위치한 북극항로 연안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그린란드를 방문해 기후변화 현황을 점검했다.


전 세계가 그린란드 자원에 눈독을 들이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북극권 자원쟁탈전이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11년 5월 그린란드를 방문해 쿠픽 클라이스트 총리를 만났다.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최초로 북극이사회 회담에 참석하기도 했다. 북극이사회는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극 연안 8개 국가로 구성된 협의체다. 매년 정기적으로 회담을 갖고 환경과 자원 등 북극 관련 현안을 논의한다.

당시 미 정부 관계자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행보가 “북극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12년 8월 한 컨퍼런스에서 토마스 니드스 미 자원관리부 차관은 북극권을 두고 “우리(미국) 외교 정책이 나아갈 새로운 개척지”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그린란드 방문은 북극권 국가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북극권 비연안국 중에서 북극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2011년 11월 그린란드 자치정부 장관급인사들을 초청해 중-그린란드간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2012년 6월에는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62년만에 덴마크를 방문해 3조원 규모의 투자협정을 맺고 기후변화와 수산업 등 11개 협정을 체결했다.

다미엥 데조지 그린란드 대학 연구원은 “중국이 덴마크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린란드의 막대한 지하자원”이라고 말하며 “많은 분석가가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후 전 주석이 덴마크를 다녀간 뒤에는 안토니오 타자니 EU 산업담당 집행위원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개발원조를 약속하며 “중국에 희토류 독점개발권을 주지 말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극이사회 상임참관국 승격에도 발벗고 나선다. 이 이사회의 상임참관국이 되면 회원국들의 회담에 상시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6개 국가와 20개 단체가 이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비유럽권 국가는 아직 없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은 상임참관국 승격을 신청한 잠정참관국이다. 이들 국가의 승격 여부는 오는 5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회원국 장관급 회담에서 만장일치식으로 결정된다.

중국은 스웨덴과 덴마크, 아이슬란드 지지를 약속 받았지만 2010년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두고 노르웨이와 벌인 갈등이 남아 있어 승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주 로위 국제정책연구소의 동아시아담당관 린다 제이컵슨은 호주 ABC라디오 방송에서 “북극이사회 회원국들은 중국의 퇴출도, 승격도 원하지 않으며 이 결정은 다음 회담이 열리는 2015년으로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그린란드와의 외교에서 타 국가에 비해 유리하다. 그린란드 정부가 아시아로 시선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스트 총리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과 수산물 거래를 제한당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멸종위기든 아니든 상관 없이 해양포유류 거래를 규제한다.”

미국은 1972년 의회가 ‘해양포유류 보호법’을 제정한 이래 모든 종류의 해양포유류 거래가 금지된다. EU는 2009년부터 바다표범거래금지 규정을 도입했다. 2012년 3월에는 덴마크에 있는 한 백화점도 바다표범 거래중단을 선언해 그린란드 사냥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클라이스트 총리는 심지어 몇몇 동물보호단체가 사냥에 필수적인 개썰매조차 문제삼는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지난 수천 년간 이렇게 살아왔다”며 서방 국가를 이해시키려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전통문화까지 공격당하는 일방적인 현실을 참을 수 없는 듯했다.

수산업과 사냥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그린란드에 있어 해양포유류 거래제한은 또다른 위협이다. 클라이스트 총리는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수록 그린란드는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도 그린란드가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다.

“미국과 유럽은 높은 실업률과 무너진 금융체계 탓에 골치를 앓는다. 그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워진 탓에 투자금 회수가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서방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견실하게 성장했다. 중남미 국가들도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와 연대해 서방의 ‘부자국가’들과 경쟁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어젠다 또한 자원개발과 환경보전의 딜레마에 빠진 북극권 국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냈다. 클라이스트 총리는 “녹색성장은 사업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며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은 기업의 협조 아래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이 성공사례를 보여주면 타국가들도 한국을 따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9월 노르웨이, 덴마크, 그린란드 등 북극 연안 국가들을 순방하며 각국 정상을 만났다. 프레데릭 덴마크 왕세자는 “한국 같은 나라가 와서 개발과 환경을 병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2012년 7월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에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또 한국의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 승격 지지 약속을 받아내고 그린란드 정부와 자원협력, 지질연구, 극지과학기술 등 4개 분야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총리 역시 이번 방한에서 한국의 북극이사회 상임참관국 승격을 지지한다고 밝혀 한-그린란드 우호관계를 확고히 했다.

북극권 국가와의 이 같은 자원외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후속조치가 절실하다.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고 해서 모두 본계약으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집권 4년간 자원개발과 관련해 체결한 양해각서 71건 가운데 단 한건(2011년 석유공사와 UAE가 체결한 유전개발건)만 본계약으로 이어졌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이명박 정권의 자원 외교 부진은 외교를 사업하듯이 펼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는 경제, 문화, 사회 및 인적교류 등 전방위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그동안 소원했던 국가에 가서 자원 얘기부터 꺼냈다. 누가 기꺼이 받아들이겠는가.”

클라이스트 총리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양국 간 관계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번에 맺은 계약들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 영화, 음식, 역사 등 광범위한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린란드 정부는 이번 방한에서 현대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이누크’ 시사회를 개최하고 그린란드 밴드 공연과 음식을 선보이는 등 문화 전파에도 적극 나섰다. 그린란드 영화와 음악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적교류도 첫걸음을 뗐다.

이번 방한에 동행한 팰르 크리스 티엔슨 교육연구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3일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학술 및 인적교류 협력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측은 이 양해각서가 “그린란드는 한국 경제발전과 산업화 경험을 습득하고, 한국은 극지연구와 기후변화 등 주요 정책을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 ‘이누크’는 그린란드 소년 이누크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성장영화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술과 담배에 빠져 집안이 파탄에 이르자 이누크는 청소년보호소로 옮겨진다. 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 처한 이누크는 이런 독백을 한다.

“무릇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세상의 일부로 살아가야 한다고 선조들은 말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이누이트의 격언이다. 그러나 이누크는 이 말에 “만약 나와 세상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되묻는다. 이는 큰 변화를 앞둔 그린란드에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변화와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서둘러 그린란드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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