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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Ⅰ - 10구단-1000만 관중시대 꿈 부푼다

Special ReportⅠ - 10구단-1000만 관중시대 꿈 부푼다

2015년 KT 1군 참여 예정…롯데-NC, SK-KT 새 라이벌 구도 흥미거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의 주인공이 KT로 결정됐다. KT는 건설업종인 부영그룹과 10구단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두 기업 모두 야구 발전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다양한 공약을 내놨다. 야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경기 수원(KT)과 전북(부영)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결국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제시한 KT가 80억원을 써낸 부영을 제치고 1월 13일 10구단 유치 경쟁의 승자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총회를 열어 KT의 리그 가입금을 30억원으로 책정하고 만장일치로 KT의 창단을 승인했다. KT가 10구단 창단에 쓰는 총비용은 230억원이다. 여기에 가입 예치금 100억원도 추가로 내야한다. 예치금은 신축구장 건립과 독립구단창설 등 공약을 모두 지키면 5년 후 돌려받을 수 있다.

KT는 사실 2007년에 더 저렴한 예산으로 프로 야구단의 주인이 될 기회를 맞았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모기업이 재정적인 이유로 야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KBO는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 농협과 STX 등 많은 기업이 후보로 거론됐고 KT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결정적인 순간에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발을 뺐다. KT는 당시 야구단 인수에 가장 근접한 기업이었다.

6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가입금 규모까지 거론됐다. KT가 이를 받아들였고, 팀 유니폼까지 제작하면서 KT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이후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KT는 “야구단 연고지를 수도권으로 하겠다”고 요구했고, KBO는 “이미 수도권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팀에 대한 보상 비용으로 54억원을 추가로 내라”고 대응했다.

KT 입장에선 인수 비용이 60억원에서 120억원대로 불어난 것이다. 결국 야구단 인수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KT의 이사진이 과도한 인수비용을 빌미로 강력 반대해 KT와 KBO의 협상은 결렬됐다.



800만 관중 때 파급효과 1조6000억KT의 야구단 인수가 무산되고, 5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 헐값에 제발 인수하라고 해도 주인이 없었던 야구단을 서로 창단하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무섭게 올라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전한 영향이 컸다. 2008년부터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으로 프로야구 전 경기를 생중계한 것도 야구의 인기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그간 관중 수는 2007년 410만명에서 지난해 716만명으로 늘었다.

산업연구원은 관중 수익과 스폰서(광고), 중계권료 등을 포함한 2010년 프로야구 시장규모를 2746억원으로 추정했다. 2005년 1289억원에서 곱절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장비·콘텐트 시장 등을 더한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1836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800만 관중을 돌파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KT의 창단으로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국내 프로야구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1000만 관중 돌파를 기대하게 됐다.

그간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흑자 구단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1000만 관중 돌파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10구단 체제가 되면 1000만 관중 돌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기본적으로 경기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한 시즌 동안 열리는 경기수는 532경기였다. 올해 9번째 구단인 NC가 가세하면서 576경기로 늘어난다. 2015년 KT까지 가세하면 720경기 정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경기 평균 관중수(1만3451명)로 단순 계산해도 2015년에는 968만 4720만명이 한 해 동안 경기장을 방문할 것으로 추정된다. 거기다 대구와 광주에 2만석 이상 규모의 경기장이 건설될 예정이고, KT가 홈 구장으로 사용할 경기도 수원구장 역시 2만5000석 규모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특히 10개 구단 사이에 미묘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면서 볼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1군 무대에서 경쟁을 펼치는 NC

다이노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지역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NC의 연고지가 창원시이기 때문이다. 그간 경남 지역에는 프로야구단이 롯데 자이언츠 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창원·마산·울산 등지에 사는 사람은 롯데를 응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은 달라졌다. NC가 가세하면서 팬이 나뉘게 됐다.

두 구단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하다. NC는 창단부터 1군에 진입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 무엇보다 기존 구단의 반대가 심했다. “현재 프로야구 시장 규모 상 9구단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기존 구단들의 입장이었다. 또 9구단 체제로 리그가 진행되면 경기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한 때 NC는 야구계의 ‘미운오리 새끼’로 불리기도 했다. 겨우 창단하고, 또 어렵게 1군에 진입하고, 기존 구단의 횡포 속에 선수단 구성에도 어려움을 겼었다.

공교롭게도 매번 ‘반 NC’ 흐름에 앞장선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였다. NC의 1군 진입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2013년 NC가 1군에 진출하면 프로야구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인구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6개 구단이면 충분하다”며 날을 세웠다. 1군 진입이 결정 된 후 NC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 구단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꾹 참고 지금까지 달려왔다”며 그간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T는 SK와 야구장에서 통신업계 라이벌 전쟁을 치르게 됐다. 두 기업 간의 라이벌 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미 프로농구와 e스포츠에서 두 팀이 맞붙을 때마다 불꽃 튀는 접전을 펼쳐왔다. 2015년부터는 야구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생 구단과 라이벌 관계가 아닌 구단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같이 수년째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팀들은 앞으로 성적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받게 됐다. 행여나 신생 구단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가는 팬들의 질타를 피하기가 어려워서다. 각 구단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관중 동원력도 커질 확률이 높다.





영화·게임 등과 결합해 시장 더 키워야물론 10구단 체제를 갖췄다고 모든 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속단하긴 어렵다. 커진 시장에 맞는 운영능력을 길러야한다. 구단과 야구협회·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국내 프로야구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데도 기존 시장을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용철 KBS 야구해설위원은 “프로야구 구단이 파이를 키우기는커녕 있는 파이도 제대로 못챙겨 먹고 있다”며 “기회가 왔을 때 돈 벌 생각은 안하고 기존의 잘못된 관행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 산업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 야구는 거대시장”이라며 “야구는 영화·게임·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무궁무진한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지금의 한국처럼 IT 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관련 시장 발전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NC와 KT라는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면서 프로야구 산업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주로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된 프로야구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던 것도 신생 구단이었다. 산업연구원 김화섭 연구원은 “프로야구가 스포츠산업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에서 두 개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전환점은 ‘박찬호’와 ‘SK 창단’이다.

1990년대 후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한국 야구는 위기를 맞았다. 국내 야구에 쏠렸던 관심이 해외로 향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운영됐다. 그리고 구단에게 있어 팬은 곧 ‘돈’을 의미했다. 매 경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고, 팬 서비스 수준 또한 달랐다. 메이저리 그의 화려한 플레이와 선진화된 시스템을 목격한 국내 팬들은 더 이상 기존의 프로야구에 만족하지 못했다.

2000년 SK 와이번즈가 창단하면서 국내 프로야구에도 메이저리그식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SK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팬들이 야구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인천 문학야구장 시설도 메이저리그식으로 꾸몄다. 외야 관중석에는 잔디를 깔아 팬들이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도록 했고, 회사 동료들이 단체 관람을 할 수 있는 룸도 만들었다.

구단이 정해준 장소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투수 교체 때 친환경 자동차가 등장하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SK의 등장은 프로야구 산업 전반에 발전을 가져왔다.

한 프로야구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SK가 하도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바람에 팬을 끌어들일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구단의 압박에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구단은 해외 유명 축구 클럽이나 메이저리그 구단에 직원을 파견해 선진 스포츠 마케팅을 배워오기도 했다.



KT ‘테크테인먼트’ 개념 도입2008년 등장한 넥센 히어로즈도 다른 구단에겐 훌륭한 자극제가 됐다. 구단 자체가 하나의 기업인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대부분의 수익을 모기업의 지원으로 얻는다. 그러다 보니 흑자와 적자 개념이 불분명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해마다 수십 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구단 운영을 하나의 사회공헌사업으로 여기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넥센의 등장으로 핑계거리가 사라졌다.

넥센 히어로즈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기업 지원 없이 운영되는 구단이다. 중계권료, 관중수익, 스폰서 광고, 기타 상품 판매만으로 수익을 올린다. 넥센이 처음 야구단을 창단하면서 이런 계획을 밝혔을 때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넥센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거나 “보유 선수들을 비싼 값에 팔아 돈을 챙긴 다음 야구단을 포기하려는 전략”이라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창단 초기 일부 선수들을 타 구단에 팔면서 루머가 현실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등장 5년째를 맞은 지금 이런 우려는 대부분 사라졌다. 지난해 넥센은 수십 억원을 들여 LG에서 이택근 선수를 영입했고, 일본 라쿠텐에서 김병현 선수를 영입했다. 선수 팔기만 하도 하는 구단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또 넥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넥센은 2억원 정도의 적자를 봤다. 넥센은 구장도 작고,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팬층도 두텁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 정도 성과를 올렸다면, 2만명 이상 수용가능한 구장을 가지고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두산·LG·SK 등은 모 기업 지원 없이도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SK와 넥센의 역할을 NC와 KT가 해야한다.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김화섭 연구원은 “게임 제조업체 NC가 프로야구를 이용해 얼마나 놀라운 콘텐트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며 “NC가 생산하는 콘텐트가 야구와 게임 시장에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다 KT는 과거 SK가 스포테인먼트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던 것처럼, ‘테크테인먼트(테크놀로지+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KT가 보유한 IT 기술을 총동원해 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한국의 스포츠산업 시장이 ‘스포슈머(급여의 40% 이상을 스포츠 활동에 투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컨슈머를 결합한 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로야구가 있다. 높은 인기와 함께 최적의 시장 상황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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