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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검증·실용 중시 朴당선인과 닮아 코드·회전문·깜짝·맹물 인사 경계해야

DJ의 검증·실용 중시 朴당선인과 닮아 코드·회전문·깜짝·맹물 인사 경계해야

철통보안 강조한 인수위·총리 인사 놓고 뒷말 무성…통합·탕평 인사로 감동 줘야 역대 대통령은 인사로 흥하고, 인사로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박근혜 당선인은 장관 인사와 청와대 인사를 앞두었다. 박 당선인이 선택하는 장관 17명과 청와대 실장 2명, 수석비서관 9명의 면면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 그에 따라 임기 1년차의 명암도 엇갈릴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박 당선인이 타산지석 또는 반면교사 삼을 부분을 짚어봤다.



“여러 말 필요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보스 기질이 강한 전두환 대통령은 1980년 9월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그 자리를 제안하면서 화끈하게 힘을 실어줬다. 역시 호방한 김영삼 대통령은 ‘깜짝 놀랄 만한 40대’라는 말 한마디로 무명이나 다름없던 이인제 의원을 일약 유력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려놨다. 그런가 하면 이승만 대통령은 시골에서 농사 짓던 농부를 농림부장관에 임명했다가 비판 여론에 6개월 만에 해임했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대통령의 인사 하나가 대통령 본인은 물론 정책과 정치, 그리고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례다. 정치권에 ‘인사는 천사(天使)고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인사만 잘하면, 악마도 천사처럼 보이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는 뜻이다. 반대로 인사를 잘 못하면 모든 일이 망가진다는 뜻에서 ‘인사는 망사(亡事)’라는 말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알렉산더·징기스칸·링컨·정조처럼 성공적인 지도자 옆에는 반드시 좋은 참모가 있었다. 그건 성공적인 인사에서 비롯된다. 탕평인사의 모델로 꼽히는 링컨 대통령은 자신을 그토록 괴롭힌 정적 3인방을 국무·법무·재무장관이라는 3대 요직에 앉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월 초 인수위원회 인선에 이어 1월24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박근혜 인사 스타일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안전 인사’다. 매사에 예측 불허의 모험보다는 예측 가능한 안전을 좋아하는 박 당선인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꿀 만큼 ‘안전’을 선호하고, 사람을 쓸 때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는 ‘안전한 사람’을 기용한다. 이번 인수위원장의 총리 이동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다음으론 ‘보안 인사’다. 윤창중 대변인의 밀봉 인사에서 나타났듯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건 박 당선인의 완벽주의적인 성격과 관련 있다. 철통(鐵桶)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깜짝 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다만,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전혀 의외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는 ‘요란한 깜짝 인사’가 아니라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인물 중에서 선택하는 ‘조용한 깜짝 인사’다. 이 때문에 800여명에 이르는 인수위 출입기자들이 등잔밑이 어두운 ‘등하불명(燈下不明) 인사’에 번번히 물을 먹고 있다.

셋째는 ‘관찰 인사’다. 박 당선인은 평소에 주의 깊게 관찰한 사람을 메모해 뒀다가 중요한 국면에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한다. 서강대 은사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국회 상임위 옆자리에 앉았던 ‘옆박 인사’, 친박계보다 더 인연이 깊은 ‘진박 인사’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관찰 인사는 주변을 잘 살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퍼즐 인사’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의 이런 인사 스타일은 오랜 청와대 생활과 아버지의 용인술, 부모의 사망 이후 18년간의 칩거와 다시 15년간의 정치활동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앞으로 임기 5년 동안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을 중시하는 안정적 리더십이 인사 스타일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인재풀을 보면 전체적으로 ‘3다(多) 3소(少) 현상’을 보이고 있다. 법조인과 호남 출신, 외부 인사가 많은 편이고, 친박계와 TK 출신, 정치인이 상대적으로 적은편이다. 3다의 범위에는 ‘박정희 키드’나 정영사 인맥도 포함돼 있다.

박 당선인은 조만간 단행할 장관과 청와대 인사에서 자신의 진짜 용인술을 보여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연고주의 인사’다. 박 당선인의 최근 인사를 보면, 과거 정권의 단골 메뉴인 정실인사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앞으로 단행할 인사에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통합인사가 더 큰 폭 이뤄져야 할 것이다. 2월25일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 박 당선인의 숙제다. 그래야 51.6%의 지지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48%의 반대자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첫 장관·청와대 인사에서 멋진 탕평인사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임기 초반부터 유령처럼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고,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영광과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의 성공모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 해법은 이명박 대

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의 인사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안전·보안·관찰 인사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인사 실패로 큰 곤욕을 치렀다. 이후 임기 5년 동안 고생했다. 아마 역대 대통령 중에서 이토록 임기 초부터 인사 문제로 애를 먹은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고소영 인사’ ‘강부자 인사’다.

곧이어 ‘영포 라인’이라는 신조어가 보태졌다. 임기 초에 인사 실패로 한번 ‘미운 털’이 박히니 글로벌 외교와 같은 좋은 성과를 내놓아도 국민의 마음은 좀체 풀리지 않았다. 인사 문제는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국민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대통령은 “가 봤어?” “해 봤어?”라는 말을 곧잘 사용할 정도로 현장 능력을 중시하는 CEO형 지도자다. 그래서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인사가 이뤄질 걸로 기대됐다. 그러나 인사 때마다 번번히 능력보다 연고를 중시하는 19세기형 인사를 단행해 국민을 실망시켰다. 당장 여야에서 모두 부정적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인사파동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는 마당에 국민적인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이동흡 인사파동’은 정부 인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미국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2.7㎞ 떨어져 있는 백악관 집무실에 도착해 첫 업무를 시작한다. 첫 업무는 전임 대통령이 친필로 적은 편지를 읽는 것이다. 편지에는 후임 대통령이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이 적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빌면서 청와대 집무실에 메모지를 남기고 간다면, 그것은 ‘인사를 잘 하는 법’이 아닐까.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 실패라기보다는 인사 편중문제로 임기 5년 내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역대 대통령 중 인사 편중에 대한 그토록 다양한 용어가 쏟아져 나온 적이 없었다. 코드 인사는 아예 노무현 정부의 상징어로 자리 잡았고, 이 외에도 회전문 인사, 돌려 막기 인사, 보은 인사와 같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진보적인 정치철학을 공유한 사람을 요직에 집중 배치하는 코드 인사를 단행해 보수 진영은 물론 당내 중도세력으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코드 인사의 중심에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온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필두로 386 운동권 출신이 있었다. 주로 40,50대인 친노 386 운동권 그룹은 끈끈한 정치적 패밀리즘을 형성해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과정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대선 후보도 내세웠다.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 내부에 아성을 구축했다. 그러나 과도한 견고함이 배타성을 형성하면서 당내 계파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노 전대통령의 곁에 알렉산더 대왕의 감정 조율사였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형 직언파 참모가 있었다면, 코드 인사는 좀더 약화됐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특정 세력이 중심이 되는 인사는 당장 자신에게 편하고 유리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교훈을 노 대통령의 코드 인사에서 얻어야 할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전혀 다른 어린시절과 성격, 정치스타일만큼이나 인사스타일도 판이하다. 부잣집 외아들로 자란 김영삼 대통령은 외향적 성격이어서 인사 스타일도 요란하고 공격적이었다. 조그마한 섬, 하의도의 반골 선비 집안에서 자란 김대중 대통령은 내향적 성격이어서 인사 스타일도 조용하고 방어적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깜짝 인사’를, 김대중 대통령은 마치 자동차가 깜박이등을 켜고 안갯속을 조심스럽게 빠져나가는 듯한 ‘깜빡이 인사’를 선호했다.



YS·DJ 성격만큼 인사 스타일 달라역대 대통령 중에서 ‘인사는 만사’라는 말을 가장 자주 사용한 김영삼 대통령은 보안제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1993년 12월 문민정부 초기,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정무장관 통보를 받을 때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니 내일 중책 하나 맡는데이.

보안 철저히 하거래이!”라는 전화를 받자마자 기자들을 피해 집에도 안 들어가고 잠적했다고 한다. 문민정부 시절, 대중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다가 장관 통보를 받거나 승용차를 타고 가다 라디오에서 장관 해임 통보를 받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럴 때면 김영삼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단숨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고 언론에 2배수, 3배수를 흘려 사전 검증을 받는 ‘검증 인사’를 자주 활용했다. 용의주도한 성격 때문인지 정부인사를 할 때 사전에 충분한 자체 검증과정을 거친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면 그가 건넨 명함에 그의 특징이나 전문 분야를 메모했다.

필요한 시점에 다시 연락하는 ‘명함 인사’, 제 아무리 경력이 화려해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다시 연락하지 않는 ‘실용인사’가 몸에 배어 있었다. 한마디로 철저한 실용주자였다. 평소에 사람을 꼼꼼하게 관찰했다가 훗날 때가 되면 기용한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과 비슷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해방 이후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달성하고도 첫 청와대 비서실장에 평생 헌신한 동교동계 심복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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