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김경호도 깜짝 진짜 대결이면 우승자는 ‘원킬’
- CULTURE - 김경호도 깜짝 진짜 대결이면 우승자는 ‘원킬’

노래 경연 프로그램 홍수다. TV를 켜면 어느 채널에서건 이런 프로를 만날 수 있다. 진짜 가수들이 나오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부터 가수를 꿈꾸는 이들이 등장하는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 스타’까지. 이는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몇 년 째 지속되는 방송계의 유행이다.
지난해 말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생겼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의 구도부터 사뭇 다르다. 기존 프로에서는 가수끼리, 가수 지망생끼리 대결한다. 노래를 잘 할지 모르지만 보는 맛이 좀 심심할 때가 있다. 반면 종편 JTBC의 새 프로에서는 진짜 가수 한 명과 그의 노래를 모창하는 가짜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선다.
가려진 무대 뒤에서 가수와 모창 도전자가 노래를 한 소절씩 나눠 부른다. 1회에는 가수 박정현과 모창 도전자들이, 2회에는 김경호와 모창 도전자들이 출연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데 목소리를 구별 못 하겠냐’라고 생각했던 청중들은 경악했다.
김경호는 프로그램 초반에 “설마 나를 못 알아보겠냐”며 별일 없을 것처럼 말했다. MC를 맡은 전현무는 “1회 때 박정현씨도 즐기고 가겠다고 했지만 3·4 라운드가 되니 ‘나는 가수다’를 보는 줄 알았다”고 경고(?)했다.
경연은 연예인 게스트를 포함한 100명의 청중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진짜 가수와 모창자 5인이 6개의 히든 스테이지에 각각 들어가서 진짜 가수의 노래 한 소절씩 순서대로 부른다. 한 라운드에 한 명씩 청중이 지목한 가장 가짜일 것 같은 사람이 탈락한다. 박정현의 노래를 부르던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여중생 오하늘, 김경호를 동경하다 가수가 된 원킬 등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히든싱어는 지난해 12월 21일과 28일 본 방송 이후 재방송을 여러 번 했다. 히든싱어를 연출한 조승욱 PD는 “본방송 뿐 아니라
재방송 때도 시청률이 1%를 넘었다”며 “박정현 편 세 번째 재방송을 하던 12월 25일 네이버 검색어 1위를 한 것을 비롯해 방송 때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0위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두 번의 방송이 나간 1주일 뒤인 올해 1월 4일 같은 시간에도 히든싱어가 검색어에 올랐다. 조 PD는 “일주일 간격으로 두 회를 방송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그 다음주에도 방송을 하는지 안 하는지 검색을 해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다는 얘기다.
원래 히든싱어는 JTBC개국 1주년 특집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보통 ‘모창’하면 코믹함이 떠오른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뒷전으로 밀린다. 하지만 히든싱어를 기획할 때 핵심으로 삼은 것은 단순한 모창을 넘어선 가창력이었다. 가수의 발음이나 노래하는 습관만 모방해서는 진정한 경연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모창 능력자 선발 과정은 치열했다. 진짜 고수를 뽑기 위해 예심을 치른 사람이 100여 명에 달한다. 조 PD는 “TV에서 모창하는 것을 봤을 때는 가수와 비슷하게 보여도 냉정하게 귀로만 들어보니 가수의 목소리 톤과 차이가 있더라”고 밝혔다. 이렇게 뽑은 모창 능력자들을 3주간 훈련시켰다. 박정현과 김경호 스타일의 창법, 호흡 등을 가르쳐 최대한 닮게 하기 위해서다.
‘진짜 가수’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가수가 일반인과 한 무대에서 대결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 찜찜하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PD는 “가수가 프로그램의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전했다.
좋아하니 따라 부른다그는 “예심을 통과해 결선에 오른 사람들은 그 가수를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따라 했더라”고 전했다. 10대, 20대 때부터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연습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현 역시 좋아했던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며 “모창 실력자들이 자신의 우상과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또한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역시 자신을 좋아하고 노래를 본인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걸 보고 뿌듯함과 함께 뜻밖의 감동을 느꼈다. 김경호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 “정식 노래 경연이었다면 우승자는 ‘원킬’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무심코 듣던 가사 한 마디와 음정 하나도 집중해서 들으며 어떤 것이 진짜인지 추리하는 과정에서 노래의 깊이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두 편의 특집을 방송하고 각자 흩어져 일하던 ‘히든싱어’ 팀이 1월 둘째 주부터 다시 뭉쳤다. 다시 가수와 모창 능력자들의 무대로 감동을 주기 위해서다. 가수를 섭외하고 모창 능력자를 선발해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 3월부터 8편에서 10편 정도 시즌제로 방송할 예정이다. JTBC의 ‘히든싱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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