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al Estate -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봄바람 솔솔
2007년, 부산 주택시장은 암울했다. 경매시장에는 소형 아파트와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쏟아져 나왔다. 분양시장에 쌓인 미분양 아파트는 1만 가구가 넘었다. 부산이 ‘건설회사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왔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 2002년부터 불기 시작한 아파트 청약 열기를 타고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부산지역에서 분양된 물량만 10만 가구가 넘었다. 공급이 넘쳐나자 결국 집값은 떨어졌다.
그러나 자영업을 하며 부산을 자주 드나들던 김모 사장은 그 때 부산 지역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부산의 치솟는 전셋값에 주목했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가 두드러져 집을 매입하는 게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그 결과 일부 소형 아파트는 전셋값이 집값의 80%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값이 1억원인데 전셋값은 8000만원인 식이어서 2000만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
부산의 추억, 몇년새 극적 반등김 사장은 이런 식으로 부산 지역의 소형 아파트 5채를 사들였다. 그가 아파트를 매입한 지 2년 남짓 지나자 부산 주택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 아파트 분양 중단 등으로 공급이 줄면서 부산 주택시장이 호황기로 돌아선 것이다. 2011년 1년 간 부산 아파트 값이 20% 가량 급등했다. 나중에 팔 때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 현재 김 사장의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은 100%를 웃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이 2007년 부산 주택시장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분석한다. 2008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2007년 말 한꺼번에 분양 물량을 쏟아냈고, 그 여파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최고 거래가의 반값 이하로 경매시장에 내몰리는 아파트가 속출한다. 분양시장의 미분양 물량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또 집을 매입하는 대신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55%를 넘어섰다. 서울 지역의 이 비율이 55%대를 기록한 건 2002년 12월(55.5%) 이후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2001년 10월 64.6%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져 2009년 1월 38.2%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55%대로 오른 것이다.
올해 서울·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급감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8만 6942가구로 집계됐다.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92년 17만234가구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지난해(10만7193가구)보다도 20% 가량 줄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우선 아파트 경매시장에 봄바람이 분다. 2월 22일 경기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는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의 송촌토파즈 아파트 59㎡형(이하 전용면적) 경매에 38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2월 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3계에서 나온 노원구 공릉동 비선아파트 49㎡형 경쟁률은 무려 61대 1에 달했다.
요즘 경매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물건은 대체로 1억~2억원대에 낙찰할 수 있는 84㎡ 이하 중소형 아파트다. 게다가 새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의 선도주 격인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꿈틀댄다. 또 역대 집값 추이를 살펴볼 때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오르면 전세 수요가 주택 매입 수요로 돌아서 집값이 오른 경우가 많았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리서치팀 관계자는 “요즘 서울·수도권에서도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은 곳이 적지 않은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앞으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를 끼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집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아파트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리서치팀은 서울·수도권 역세권,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70% 이상, 대단지 내 전용면적 85㎡이하의 아파트가 주목할 만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이런 조건에 맞는 1000가구 이상 단지가 많은 곳은 관악구·노원구·성동구·성북구·중랑구다. 이들 지역은 매매가가 2억~3억원대로 저렴하고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이 좋아 전세 수요가 많다. 관악구에서는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74㎡형이 매매가 2억 9500만~3억원, 전셋값 2억3000만~2억4000만원선으로 전세비율 72%다. 또 봉천동 봉천동아 87㎡형이 매매가 2억8500만~3억 1000만원, 전셋값 2억~2억1000만원으로 전세비율 70%다.
노원구에서는 월계동 주공2차 49㎡형이 매매가 1억1000만~1억 3500만원, 전셋값 8250만~9000만원으로 전세비율 70%다. 하계동 청구 79㎡형도 매매가 2억4000만~2억6000만원, 전셋값 1억 7500만~1억9000만원으로 전세비율이 70%를 넘는다. 성동구에서는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단지 82㎡형이 매매가 4억2000만~4억8000만원선, 전셋값 3억~3억5000만원으로 전세비율 71.43%다. 또 행당동 행당한진타운 87㎡형의 경우 매매가가 3억2750만~3억9000만원이고 전셋값은 2억4500만~2억7500만원선으로 전세비율이 72%다.
성북구에서는 길음뉴타운 등에 이런 조건의 아파트가 많다. 길음동 길음뉴타운4단지 79㎡형은 매매가 2억9000만~3억2000만원, 전셋값은 2억1000만~2억3000만원선이다. 또 종암동 삼성래미안 76㎡형은 매매가는 2억8750만~3억2000만원, 전셋값 2억500만~2억2500만원이다. 중랑구에서는 묵동 신내4단지 69㎡형이 매매가 2억1000만~2억4000만원, 전셋값 1억5000만~1억6000만원으로 전세비율 72%다.
정책 기대감 과하면 침체 골 더 깊을 수도분당·산본·일산 등 서울 외곽 수도권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전셋값에 3000만~5000만원만 보태면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분당신도시에서는 구미동 무지개마을 뜨란채 12단지 49㎡형이 매매가 2억~2억2000만원, 전세 1억5500만~1억8000만원이다. 산본신도시에서는 금정동 무궁화주공1단지 41㎡형이 매매 1억2500만~1억4500만원, 전세 1억~1억1000만원으로 전세비율이 76%에 이른다.
일산신도시에서는 마두동 강촌마을5단지 라이프 47㎡형이 이런 조건을 갖췄다. 매매가 1억6000만~1억9800만원, 전세 1억 2000만~1억4000만원이다. 중동신도시 보람마을아주아파트 59㎡형이 매매 2억3000만~2억7000만원, 전세 1억7000만원선이다. 평촌신도시에서는 관양동 공작부영 37㎡형이 매매가 1억4000만~1억 6000만원, 전세 1억~1억2000만원으로 전세비율이 73%선이다.
다만 투자에 앞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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