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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IB 강점에 내부통제 과제…‘IMA 인가’ 앞둔 윤병운, 위기를 기회로

증권 일반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최우선 목표는 NH투자증권을 명실상부한 ‘종합금융사’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신용공여, 대체투자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 자본시장 기반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비은행계열인 NH투자증권은 자본력은 충분하지만, 관리·통제 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여기에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그룹 차원의 신뢰도 논란까지 겹치며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종합금융사’ 도약 구상, 강화된 당국 심사 문턱윤 사장이 내세운 핵심 전략은 ‘종합금융사로의 도약’이다. 자기자본 8조원을 기반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추진하며 IB·신용공여·대체투자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이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가 아닌 NH투자증권을 자본시장 기반의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 들어 종투사 인가의 심사 잣대를 ‘자본 중심’에서 ‘내부통제 중심’으로 이동시켰다. 단순히 자본금과 사업계획이 아닌, 조직 문화와 리스크관리 체계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세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자본 요건을 이미 충족한 NH투자증권으로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IB 고위 임원 혐의...내부통제 리스크 부각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 8조원을 채우며 인가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뒤, 공개매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가 불거지며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다.금융당국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IB 부문 고위 임원이 최근 2년간 NH가 주관한 10여 건의 공개매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고 공표 전 매입·공표 직후 매도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합동대응단은 지난 10월 말 NH투자증권 본사 임원실과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며 “내부자에 의한 불공정 거래를 무관용 원칙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사건은 금융위원회·금감원·거래소가 공동으로 참여한 합동대응단의 ‘2호 사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근절” 기조의 상징적 첫 사례로 꼽힌다.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도 크고, 회사 평판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윤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리스크 관리야말로 기업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며 ▲레버리지 운용 ▲자기자본투자(PI) 한도 ▲파생상품 포지션을 세밀히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ESG채권·인프라금융·구조화금융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IB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해왔다.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윤 사장이 구축해온 리스크 경영 철학이 현실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혐의를 받은 인물이 IB 핵심 라인 고위직이라는 점에서 ‘내부통제 문화’의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자본력과 IB 경쟁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조직문화가 여전히 IB 중심의 성과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시스템보다 문화의 리스크를 드러낸 사례”라고 꼬집었다.이에 회사 측은 “CEO가 해외 출장 중인 해당 임직원에게 즉시 복귀를 지시했고, 회사 차원에서도 사실관계를 면밀히 규명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윤 사장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사건이 아닌 ‘조직문화 점검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내에서는 현재 리스크관리 조직의 보고 라인, 임직원 행동규범, 정보 접근 권한 등을 전면 재정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실제 윤 사장은 앞서 ‘증권업계 성장전략’ 연설에서 “자본시장은 다시 모험자본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건전한 투자 생태계 구축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가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균형경영’ 철학 역시 IB와 리테일, 성장과 안정, 속도와 신뢰의 균형을 뜻한다.NH투자증권은 현재 AI 기반 MTS ‘엔투(N2)’와 AI 차트분석 솔루션 ‘차분이’ 등 디지털 리테일 서비스 혁신을 병행하며 체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 전략은 IB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리테일 경쟁력을 확보해 리스크 분산형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윤 대표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윤 사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문화를 한층 투명하게 만들 것”이라며 “신뢰는 위기에서 만들어진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NH투자증권이 ‘IB 강자’에서 ‘신뢰 기반 종합금융사’로 거듭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업계 관계자는 “윤병운 사장은 IB 전문성과 시장 감각을 두루 갖춘 드문 리더지만, 이제는 내부통제와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증명해야 할 시기”라며 “이번 사안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NH투자증권의 종투사 지정은 물론, 윤 사장 리더십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03 11:00

4분 소요
IB 출신 윤병운, 리테일까지 품다…“고객 목소리 직접 들으라” 강조

증권 일반

옛 LG투자증권에서 첫 발을 디딘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전형적인 ‘정통 IB맨(투자은행가)’으로 평가받는다. 30여 년간 기업금융 최전선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굵직한 M&A(인수합병)와 IPO(기업공개) 거래를 다수 성사시켰다. 시장에서는 그를 ‘패키지 딜 장인’이라 부른다. 단순히 거래 성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 구조와 시장 타이밍을 함께 설계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이런 IB 감각은 NH투자증권을 이끄는 현재의 리더십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전략 : 조직 내 ‘IB 감각+리테일’ 강조윤 사장은 2024년 초 NH투자증권의 새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옛 LG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기업금융본부, IB사업부문을 두루 거친 정통 IB 전문가다. 대형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IPO·회사채 발행, 인수합병 자문 등 굵직한 거래를 주도하며 시장 감각과 실무 리더십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특히 여러 금융상품과 구조를 엮어내는 ‘패키지 딜’로 유명하다. 단순 자금조달이 아닌, 자본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시해 기업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IB 출신인 그의 경력은 흔히 ‘숫자 중심’ ‘거래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 윤 대표 체제에서 NH투자증권의 실적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순이익 규모도 업계 상위권에 진입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산관리(WM) 부문 수익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1881억원) 대비 108.1% 증가한 39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931억원으로 전년(1539억원)보다 90.4% 늘었다.이는 윤 사장이 ‘균형 경영’을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IB에서 리테일까지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익 구조의 탄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ESG채권 발행 주관, 인프라·부동산금융 확대 등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고, 리테일 부문에서는 초개인화 투자 서비스와 ETF 중심의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윤 사장은 “단기 수익보다 중요한 건 구조의 탄탄함”이라며 “시장의 사이클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며, 레버리지 운용과 자기자본투자(PI) 비중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혁신 : MTS ‘N2’ 리뉴얼 주도윤병운 사장은 ‘디지털 리테일’ 부문에서도 혁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QV’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대의 투자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플랫폼 전면 개편을 추진했다. 올해 상반기 NH투자증권은 MTS ‘N2’를 전면 리뉴얼하며, 디자인·속도·개인화 추천 기능을 모두 강화했다.특히 주목받은 서비스는 AI 차트분석 솔루션 ‘차분이(차트 분석을 도와주는 이 친구)’다. 인공지능이 2000여 종목의 패턴을 학습해 단기 매수·매도 신호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윤 대표는 “AI는 트렌드가 아니라 도구”라며 “투자자가 스스로의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보조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같은 디지털 혁신은 단순히 서비스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윤 대표는 NH투자증권을 ‘고객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회사’로 진화시키려 한다. PB(프라이빗뱅커) 중심의 전통 리테일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행동 데이터와 시장 데이터를 결합한 ‘AI PB’ 체계로 확장 중이다. 이를 위해 사내 디지털전략본부를 확대하고, 빅데이터팀과 AI개발실을 통합해 고객 경험을 정밀하게 분석·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대외 평판 및 소통 : 현장 경영 위주 실적 중심윤 사장은 조직 내 ‘수평적 소통’을 중요시한다. 본사와 영업현장 간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CEO 타운홀 미팅’을 정례화하고, 임원회의에서도 실무자 발언 기회를 확대했다. 현장 중심 경영은 직원 만족도 제고로 이어졌다. NH투자증권 내부에서는 “대표가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졌다”, “성과보다 과정과 팀워크를 중시한다”는 반응이 나왔다.또한 그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 ‘NH 피플스쿨’을 통해 MZ세대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기획, AI 데이터 분석 등 신규 교육 과정을 직접 승인하며, “금융인의 경쟁력은 고객을 이해하는 사고력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한발 더 나아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현장 감각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전국 주요 지점을 직접 순회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 대구, 광주 등 주요 영업거점을 찾아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고, 조직 내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NH 톡톡 소통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내부에서는 “IB맨의 추진력과 리테일맨의 감성을 겸비한 CEO”라는 평가가 따른다.이 같은 소통 중심 리더십은 조직의 응집력을 강화했다. IB 중심으로 돌아가던 과거와 달리, 리테일·디지털·WM·글로벌 등 각 부문 간 협업이 활성화되면서 NH투자증권은 진정한 의미의 ‘종합금융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업계 관계자는 “윤병운 사장은 숫자에 강한 IB 출신이지만, 현장 소통과 디지털 감각까지 겸비한 보기 드문 리더”라며 “AI·리테일·IB를 유기적으로 엮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NH투자증권의 다음 10년을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03 10:21

4분 소요
"사모펀드 규제? 국내 자본시장 죽일 것"

증권 일반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과 금융당국 내부에서 사모펀드(PE)의 기업 지배권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규제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고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의 무리한 차입(LBO) 매수 등에 규제책을 마련할 분위기다. 다만 강한 규제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너무 강한 규제는 사모펀드가 가진 순기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순기능을 살리는 쪽이 낫다는 입장이다. "규제 필요한지 의문...어차피 해외자본 들어올 것"학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사모펀드가 기업 지배권 시장에서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최소한의 장치를 두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현재 한국의 경우 산업 재편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럴 때는 사모펀드와 같은 자본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국내 금융시장은 사모펀드가 없으면 돌아가기 힘든 구조"라면서 "홈플러스 사태가 있긴 했지만 사모펀드가 운영하다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례로 봐야 한다. 사모펀드 기업 지배권 시장은 이제 막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닌데 이것을 규제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사모펀드를 규제하면 어차피 해외 사모펀드 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며 "국내 사모펀드만 규제로 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도 "사모펀드는 약 20년 전 국내 자본시장에 도입이 됐는데 기업 지배권과 관련해 최근 고려아연이나 홈플러스 같은 사례는 다소 특이하게 나타난 사례로 봐야한다"며 "사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모펀드가 여전히 매우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도 사모펀드 기업 지배권과 관련해 리스크가 있어 정치권에서 규제 법안이 나왔었지만 제도화되지 않은 것은 사모펀드가 가진 순기능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한 두건의 사례로만 사모펀드 대주주의 역기능만 부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권용수 교수는 "사모펀드가 경영개혁이나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가지고 기업 지배권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금전적 이득만을 취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대주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최근 국회에서는 LBO 제한, 공시의무 강화 등의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의 경우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차입 매수가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권 교수는 "LBO 제한은 자본 자체에 규제를 주는 것이라 기업 지배권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모펀드에게 배당·감자·매각 등의 내용을 정기보고하는 등 '약속 의무'를 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국의 사례를 들어 "매수약속권을 우리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사모펀드의 기업 지배권이 매우 활성화된 국가였다. 하지만 사모펀드들이 기업을 인수하며 공장 폐쇄 금지나 노동자 보호를 외쳤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는 일이 잦아지자 아예 이런 부분들을 약속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권 교수는 "영국은 사모펀드들의 이런 행태가 심화되자 아예 법적 효력이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또 영국에는 '패널'이라는 민간 조직이 사모펀드들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체제도 있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정환 교수도 LBO 제한에 대해서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은행처럼 라이선스를 갖고 국내에서 영업을 영위하는 곳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는 것이 맞지만 사모펀드에게 이런 규제를 가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다만 국가 기간산업과 연관된 기업의 사모펀드 인수합병(M&A)은 사모펀드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자본인지 등 더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2025.11.03 09:00

3분 소요
국감까지 불려 나온 김병주 회장…MBK 오너 리스크 언제까지

정책이슈

MBK파트너스(MBK)의 무리한 홈플러스 인수와 이후 매각 과정에서 ‘자산소진형 사모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MBK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이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를 통해 몸값을 높이고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경영 정상화보다는 인수한 회사의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고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사모펀드가 사실상 ‘약탈적 헤지펀드’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20년 넘게 국내 사모펀드 업계를 이끌었던 김병주 MBK 회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김병주 회장은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 처음 출석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하면서 “홈플러스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관련 사안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관여하는 파트가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김 회장은 “저희는 대기업이 아니고 저는 총수가 아니다. 저희는 PEF(사모펀드) 운용사”라며 “로펌처럼 파트너사이고, 각각의 파트너가 자기 분야를 담당해서 관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하는 건 펀드레이징, 즉 자금을 일으키는 것이고 자금을 받은 투자처들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 김 회장에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는 MBK의 무리한 차입 매수와 경영 전략 부재에서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홈플러스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를 볼모로 정부 지원 얘기만 자꾸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생명보험)과 코웨이,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 딜라이브 등 인수 때마다 투자와 성장을 약속했지만, 투자금 회수만 계속했다”며 “MBK는 기업 고용과 지역사회 지원은 미흡한데 수익 구조에만 너무 연연하는 것 아니냐, 김 회장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냐”고도 했다. 홈플러스, 레버리지 인수의 그늘MBK와 김병주 부회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것은 2015년 MBK가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부터 예견된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당시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주목받았던 홈플러스 인수는 인수금액 중 상당 부분이 차입(레버리지)으로 조달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홈플러스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데, 차입금이 너무 많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홈플러스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세일 앤 리스백’ 전략을 현실화했다. 자금을 확보하려고 알짜 점포·부지를 팔고 비싼 월세를 지불하면서 버텼다. 그러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와중에 고정비가 늘자 사업성은 더 악화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를 다시 매각하려던 MBK의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적자행진을 이어가던 홈플러스는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김 회장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지난 5월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7월에는 1500억원을 보증했다. 이어 9월에는 2000억원이 현금을 더 증여하기로 했다. 약 5000억원을 내놓는 것이다. MBK는 홈플러스 매각을 위해 출자금 2조5000억원을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MBK가 보유 중인 홈플러스 보통주 2조5000억원어치를 전량 무상 소각해 매각가를 낮추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뜻 매수하려는 협상자가 나서지 않고 있어 홈플러스의 정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놓고도 MBK 책임론이 일었다. MBK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뒤 카드사가 단기 이익에 치중하면서 정보보호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졌다는 지적이다. 롯데카드의 서버 해킹 사건으로 전체 960만명 회원의 3분의 1 규모인 약 30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일부 고객의 경우 카드 비밀번호까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의 정보보호 예산은 총 예산 대비 0.3~0.5%로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롯데카드가 정보보호 예산을 유난히 낮게 책정한 것은 단기 이익에만 몰두한 경영 행태 때문”이라며 “금감원은 총예산 대비 정보보호투자 비율 기준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본 공급‧지배구조 개선, 사모펀드 순기능도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의 장점도 있는데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는 점은 우려된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MBK가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향상하고 산업을 재편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MBK는 2013년 웅진코웨이에 코웨이 지분 30%와 경영권을 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6년만에 다시 1조7000억원에 재매각하는데 성공했다. 그사이 배당과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까지 MBK는 약 1조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간 코웨이는 ▲글로벌 진출 ▲사업 확장 ▲브랜드 강화 등이 언급되면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기도 했다. 코웨이를 다시 사들인 웅진그룹이 이후 경영난을 겪었지만, 코웨이의 경우도 렌털 사업 확대와 함께 시장 리더십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본질은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가치를 높이고 되파는 것”이라며 “순조롭게 재매각을 마무리하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실패하면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나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해 기업을 껍데기만 만드는 투자회사라면 비판받아야 하지만, 사업을 매각하려는 기업에는 자본을 공급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이들의 순기능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2025.11.03 08:00

4분 소요
사모펀드 논란의 20년…‘효율과 먹튀’ 사이

정책이슈

2000년대 이후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는 불황기마다 ‘구원투수’와 ‘약탈자’라는 두 얼굴로 등장했다. 부실기업과 비효율적인 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정상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단기 수익에 치중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떠나는 ‘먹튀 자본’의 상징으로 비판받기도 했다.이 논란의 시작점은 2003년 글로벌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외환은행을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9년 뒤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약 4조원의 차익을 남겼다. 당시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정리와 외자 유치를 이유로 인수를 승인했지만, 일각에서는 “국부(國富)를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론스타는 인수 직후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으로 대규모 현금을 회수했다. 이후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을 문제 삼아 국제중재소송(ICSID)을 제기했고, 2022년 일부 승소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사모펀드=단기차익 자본’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먹튀자본’ 논란의 시작,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호주계 맥쿼리그룹은 2002년 한국에 진출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맥쿼리)’를 설립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춘천고속도로, 부산신항, 상암DMC 등 20여 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하며 인프라금융의 새 장을 열었다. 민간자본이 공공 인프라를 처음 운영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됐고, 공공 재정이 감당하지 못한 영역을 보완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최소수입보장제도(MRG)’를 통한 과도한 수익보장 구조가 문제로 떠올랐다. 감사원과 국회는 “맥쿼리가 정부 보조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배당을 챙긴다”는 여론도 거세졌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커졌고, 배당금 해외 송금 논란까지 겹치며 ‘먹튀자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2015년 MRG 제도를 폐지하고 위험분담 조항을 강화했다. 이 사건은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할 때 사모펀드가 어떤 방향으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와 매각 논란은 ‘제도의 허점’과 ‘시장 개척’이 공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은 차입(레버리지드 바이아웃)으로 조달됐다. 이런 인수 방식은 자기자본 투입을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 홈플러스는 대형 점포 부지를 매각하고 리스백(재임차) 형태로 현금을 확보했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재무제표를 개선시켰지만 장기적으로 부채와 임차료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유통망 축소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자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형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홈플러스는 2025년 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MBK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노후 점포 리뉴얼과 일부 유통망 효율화를 통해 단기 경쟁력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전혀 다른 결과, 홈플러스·남양유업 인수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는 오너리스크를 해소한 대표적 사례다. 2021년 5월,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지분 52.6%를 인수하기로 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일가의 사회적 논란으로 신뢰를 잃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원식 회장 측은 계약 이후 매각 절차를 지연하다 돌연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 측은 “남양유업이 계약서에 없는 추가조건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소송으로 번진 이 사건은 2024년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의 지배를 벗어나 새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사모펀드와 오너 간 갈등이 있었지만, ‘도덕적 리스크를 청산하는 자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이들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단기 수익 추구’와 ‘지배구조 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충돌과 논란이 오히려 한국 자본시장 제도를 성숙시켰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레버리지 한도를 낮추고, 인수기업의 경영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ESG 기준을 통해 ‘책임 있는 자본’만을 선별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사모펀드는 예전처럼 보이지 않는 자본이 아니다. 효율성과 이익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 사회적 책임이 함께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장기적 시각에서 기업을 살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다양한 사모펀드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1.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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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대주주’ 법안 봇물...먹튀 사라질까

증권 일반

국내에서 사모펀드(PE)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론스타 등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대기업 구조조정 매물을 독식한 후 큰 차익을 보고 미련없이 한국 시장을 떠났던 전례가 있다. 이때부터일까. 국내에서 사모펀드는 ‘먹튀’라는 인식이 생겼다. 회사를 인수해 3~5년 안에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하는 사모펀드의 방식은 분명 자본시장에서 큰 문제가 없는 행위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가 망가지는 사례가 생기며 어느새 ‘먹튀’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최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로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실 사모펀드는 장기적 투자와 기업가치 제고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 기업 구조조정, 혁신기업 성장 지원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자본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다만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후의 사례처럼 무리한 차입(LBO)에 따른 부작용이 생기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칼을 빼들려 하고 있다. 현재의 비교적 자유로운 사모펀드들의 경영방식에 규제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무리한 차입’ 인수 방식, 근절되나사모펀드 대주주 규제와 관련된 법안은 최근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5월 ‘사모펀드 규제 3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인수 목적과 자금조달 구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 심사를 강화하도록 했다.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6월에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모펀드의 LBO 한도를 현행 펀드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줄이고, 인수 후 자산매각과 고배당 등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행위를 사전 차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8월에는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사모펀드의 레버리지 한도를 절반으로 낮추고, 인수 후 2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자본 유출 행위를 제한하는 이른바 ‘MBK 사모펀드 규제법’을 발의했고 10월에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 사모펀드 해산 명령권을 부여하고, 인수 후 배당·감자 등 주요 자본변동 행위의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해 대형 펀드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관련법 개정과 관련해 금융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금융당국이 규제안을 마련할 것이란 분위기다. 지난 2004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이제는 자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금융당국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시절 MBK파트너스에 대해 악덕 투기자본이란 표현을 쓴 바 있다. 또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8월 인사청문회서 “사모펀드 규제체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권대영 금융부위원장도 이번 국감에서 “MBK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의지가 확고한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LBO와 관련해 규제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도 사실 무리한 차입이 문제가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알짜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상환해 나갔고 확보한 자금은 인수금융 상환 및 MBK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금 상환 등에 사용됐다. 거듭된 자산매각은 결국 홈플러스 장기 성장성 저하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내부에서는 사모펀드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 강화와 위기 시 자본 확충 능력 평가 항목 신설 등을 규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써서 인수기업에 부채를 전가하는 행태’는 반드시 규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투기세력 몰아가는 건 문제...노동자 보호는 필요”해외는 사모펀드 대주주 요건과 관련한 규제가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등록·인가 요건에 임직원과 대주주의 민형사 및 행정처분 이력을 고려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경우 사모펀드가 주요 법규를 위반하거나 미영업·영업중단 시 회사의 등록을 직권으로 정지 및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차입을 제한하고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 사모펀드라는 자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지난 5개월간 나온 법안의 핵심은 결국 차입 제한과 공시 강화, 사회적 책임인데 기본적으로 사모펀드에게 이 세 가지 규제를 가하면 관련 시장은 손발이 묶인 것이나 다름 없다”며 “미국도 차입이나 공시 관련해서는 규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를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는 지금의 분위기는 문제”라면서 “규제를 통해 홈플러스 같은 사례를 방지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다른 혁신투자를 위축시킨다면 규제를 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의원들이 낸 법안을 살펴보면 사모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지 않아 보인다. 사모펀드는 금융사가 아니다. 자본시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공시 의무 같은 규제를 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현 정권의 기조에 맞춰서 법안을 급하게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홈플러스 사태처럼 구조조정 당한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련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2019년 미국 하버드대 등 연구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경우 동종업계 평균 대비 14.4%의 일자리 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보호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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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부르고뉴 와인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와인 인문학]

유통

와인잔에 루비빛 액체가 찰랑이는 순간,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른다. 코끝으로 다가오는 젖은 흙과 붉은 과실, 희미한 향신료의 향 그리고 마침내 한 모금 머금었을 때 혀끝을 감싸는 복합적인 맛의 파노라마 속에서 문득 시간을 뛰어넘는 듯한 경이로운 감각에 사로잡힌다. 이것이 바로 부르고뉴 와인이 가진 힘이다. 한 병의 와인이 어떻게 2000년의 장구한 역사를 품고 우리에게 이토록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가. 그 근원은 놀랍게도 로마 제국과 중세 수도원의 유산에서 찾을 수 있다.로마의 포도나무, 갈리아에 뿌리내리다모든 것의 시작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 군단이 갈리아(Gaul), 즉 오늘날의 프랑스 땅을 밟았을 때 그들은 단순히 영토를 정복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로마의 법률과 건축 그리고 포도나무를 가져왔다. 로마인들은 부르고뉴의 완만한 언덕과 석회질 토양이 포도를 재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땅임을 본능적으로 간파했다.그들은 이곳에 대규모 농장인 ‘빌라’(Villa)를 건설하고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로마의 체계적인 농업 기술과 토지 소유권 개념은 황무지를 질서 있는 포도밭으로 바꿨다.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포도 품종은 이 땅의 풍토에 깊이 뿌리내렸다. 이 순간 부르고뉴의 운명은 결정됐다.로마 제국이 쇠락한 후 그 유산을 이어받은 것은 다름 아닌 중세의 수도원이었다. 베네딕토회와 시토회 수도사들은 부르고뉴 와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인 경작자였다. 그들은 신에게 봉헌할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밭을 경작했다. 수도사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포도를 돌봤고 수세기에 걸쳐 각 밭의 미세한 토양 차이·경사도·일조량의 변화를 기록하고 분석했다. 동일한 포도 품종이라도 몇 미터 떨어진 밭에서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떼루아’(Terroir)라고 부르는 개념의 시작이었다.그들은 가장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밭에 돌담을 쌓아 경계를 표시했다. ‘클로’(Clos)라 불리는 이 돌담은 부르고뉴 포도밭의 신성한 경계가 됐다.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클로 드 타르’(Clos de Tart) 등 전설적인 포도밭의 이름은 바로 이 수도사들의 헌신적인 노동이 낳은 산물이다. 혁명의 불길, 포도밭을 조각내다수도원이 1000년 가까이 지켜온 부르고뉴의 포도밭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의 불길 속에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했다. 혁명 정부는 막강한 부를 소유했던 교회의 재산을 몰수해 경매에 부쳤다. 이 과정에서 거대했던 수도원의 포도밭들은 수많은 개인에게 잘게 쪼개져 팔려나갔다. 나폴레옹 법전은 자녀 균등 상속을 의무화했고, 세대를 거치면서 포도밭의 파편화는 더 가속화됐다.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같은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은 오늘날 80여명의 소유주가 나눠 갖는 기이한 구조를 만들었다.파편화된 소유 구조는 역설적으로 부르고뉴 와인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제학적 배경이 됐다. 1855년 보르도가 샤토(Château) 단위로 등급을 매긴 것과 달리, 부르고뉴는 중세 수도사들이 구분해 놓은 ‘밭’(Terroir) 자체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을 택했다. 최고의 밭은 그랑 크뤼(Grand Cru), 그다음은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로 서열화됐다.이런 계급 시스템은 극도로 제한된 생산량과 맞물려 강력한 희소성을 만들었다. ‘가장 비싼 와인은 가장 적게 생산된 와인’이라는 공식이 탄생한 것이다. 수요는 넘쳐나지만, 공급은 한정돼 있으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을 수밖에 없었다. 부르고뉴의 와인 가격은 품질뿐만 아니라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토지의 역사와 프랑스 혁명이 남긴 소유 구조 그리고 수도사들이 정립한 떼루아의 계급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예술품인 셈이다.오늘날 부르고뉴의 최고급 와인들은 더 이상 마시는 음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전 세계 부호들의 수집품이자 가장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 자산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한정된 그랑 크뤼 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매년 열리는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 자선 경매는 부르고뉴 와인의 시장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또 전 세계 와인 애호가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작은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 한 병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현상은 단순히 맛과 향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역사와 토지 그리고 희소성이 빚어낸 경제학적 기적이라 할 수 있다.한 잔의 부르고뉴 와인에는 로마 제국의 야망과 중세 수도사의 신앙 및 프랑스 혁명의 격동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의 욕망이 모두 녹아있다. 잘게 쪼개진 황금의 언덕 위에서 펼쳐지는 이 장대한 드라마는 우리에게 와인이란 인류의 역사를 담은 유동적인 유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와인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경제를 이해하며 인간의 삶을 통찰하게 되는 것이다.

2025.11.02 10:00

4분 소요
회복세 멈춘 LCC…캄보디아 사태에 핵심 시장 마저 ‘흔들’

항공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감금·인신매매 사건이 '동남아 여행 공포'로 번지며 여행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어서다. 유가 급등과 고환율, 잇단 안전사고로 이미 악화된 실적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가뜩이나 어려운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동남아 노선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 노선은 8% 증가했고, 중국은 18% 급등했다.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 특수'를 가장 오래 누리던 동남아 노선이 올해 들어 뚜렷한 하락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캄보디아에서 터진 한국인 취업사기·감금 피해 사태는 항공 업계에 뼈아픈 악재다. 식어가던 동남아 여행 수요에 불안 심리를 덧붙이며,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일부 여행사에서는 캄보디아 단체 여행 상품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태국 베트남 등 여러 동남아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우려를 보이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국내 LCC들에게 동남아는 단순한 인기 여행지가 아니다.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진에어·티웨이항공·제주항공 등 주요 LCC는 일본과 함께 동남아 노선 의존도가 가장 높다. 인천국제공항 기준 LCC 국제선 여객의 약 80%가 일본(약 40%)과 동남아 노선(약 40%)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 등 주요 3사는 동남아 비중이 각각 45~55% 수준으로, ‘동남아 경기’와 ‘여행 심리’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대형항공사(FSC)는 미주·유럽 중장거리 노선의 비중이 높아 시장 충격을 일부 분산할 수 있지만, LCC는 중단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동에 더 취약하다. 공급 축소는 곧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좌석 가동률이 떨어지면 운항 효율이 급격히 낮아진다.이 때문에 ‘동남아 포비아’는 단순한 수요 둔화를 넘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적 위험으로 평가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남아 여행 기피가 LCC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기우가 아니”라며 “캄보디아만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어도, 이미 여행객들 사이 동남아 포비아는 퍼져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LCC 입장에서는 동남아가 일본·중국과 함께 핵심 축인데, 이마저 흔들리면 주요 수익원이 막히는 셈”이라며 “업계는 상황을 부정하기보다, 불안 심리를 최소화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적자 비행 우려LCC들의 실적은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 내수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주요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됐다. 항공권 가격 경쟁이 심화된 LCC들의 실적은 더욱 암울하다. 증권가에선 LCC들이 올해 3분기에도 실적 하락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증권가가 내다본 제주항공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18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4.8%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168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63.9% 감소한 수치다. 에어부산도 비슷하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230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각각 전년보다 10.9%와 60%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단거리 노선의 수요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고, 중국·일본 노선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다는 평가다.진에어 역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516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40.3% 감소한 수치다.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가 따라주지 못했고, 환율과 유류비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티웨이항공만 분위기가 다르다. 증권가에서는 티웨이항공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을 약 3600억원, 영업이익을 85억원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이다. 지난해부터 본격 운항을 시작한 유럽 4개 노선(로마·파리·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이 꾸준히 탑승률 80%대를 유지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유가와 환율은 항공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항공사들은 항공유·리스료·정비비 등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결제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양의 연료를 사더라도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항공유는 전체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 1350원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10월 말에는 1400원을 다시 돌파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선 수익이 늘지 않아도 비용이 자연스럽게 불어나는 셈이다.FSC들은 상대적으로 장거리 노선이 많아 운임 단가가 높고, 환율 상승분을 항공화물이나 프리미엄 좌석 요금으로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반면 LCC는 단거리·저가 중심 구조라 비용 상승을 운임에 전가하기 어렵다.LCC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포비아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아직까지 집계되진 않았으나 미비한 상황”이라며 “다만, 여행 심리가 위축되면 연말·성수기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 전체가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25.11.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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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호텔을 전 세계로 수출합니다”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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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투어(allmytour)는 인공지능(AI) 기반 베드뱅크 솔루션 기업이다. 베드뱅크는 침대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전 세계 호텔과 숙박 상품을 대량으로 계약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검색 및 예약할 수 있는 API(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통신 통로)와 연동해 글로벌 오프라인 여행사·출장 전문 여행사·온라인 여행사(OTA) 등 기업 간 거래(B2B) 파트너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해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호텔베즈’(Hotelbeds), ‘웹베즈’(WebBeds) 등이 있다.위기 속 새로운 기회를 엿보다올마이투어는 2020년 11월 설립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성행해 여행이 제한된 시기다. 석영규 올마이투어 대표는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당시 전 세계 여행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돼 있었지만, 이 시기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때라고 봤다”며 “당시 집합 금지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여행과 휴식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여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주변의 우려에도 올마이투어의 역발상 전략은 적중했다. 2021년 2월 OTA 업계 최초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상품 판매를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석 대표는 투숙 날짜를 정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자체 개발한 ‘얼리버드 바우처 부킹엔진’을 적용해 바우처만 미리 구매하고 투숙일은 나중에 여유롭게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여행 날짜에 맞춰 숙소를 정해야 했던 소비자들의 부담도 크게 줄였고, 숙소 운영자들의 재고 고민도 해소되는 양방향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여행자에게는 유연한 예약 경험을 제공하고 숙소운영자에게는 객실 공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으로 3년간 1200회 이상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업계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올마이투어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성과를 발판으로 B2B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석 대표는 “한국의 직계약 숙소를 자체 개발한 글로벌 B2B 클라우드 채널링 솔루션을 통해 전 세계 2000여개 여행사와 여행기업 그리고 OTA에 공급하는 국내 최초의 베드뱅크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며 “현재는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발 외국인의 한국 관광 인바운드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또한 올마이투어는 어썸멤버십도 서비스하고 있다. 석 대표는 “어썸멤버십은 전 세계 300만개 숙소 상품을 B2B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구독형 OTA”라며 “많은 소비자들은 여행을 갈 때마다 플랫폼별 숙소 가격을 비교하고 최저가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막상 결제하려고 보면 각종 세금·수수료가 붙어 최종 금액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어썸멤버십은 타 B2C 채널에는 노출되지 않는 이른바 ‘시크릿 가격’을 내세우며 파트너사들에 공급하는 B2B 가격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올해는 전년 대비 유료 회원이 약 3배 증가했고, 회원 1인당 평균 5.7박 이상의 고반복 사용 패턴을 보이는 등 많은 회원들이 구독제를 알차게 이용 중”이라고 덧붙였다.올마이투어는 기존 여행 서비스를 뒤집은 차별화 전략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올마이투어는 창업 이후 매년 평균 108%의 연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약 2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237억원으로 반기 만에 지난해 연매출의 약 90%를 달성했다.석 대표는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연매출은 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의 목표는 올마이투어를 동북아 1위 규모의 AX(인공지능 전환) 기반 베드뱅크로 성장시켜 여행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버티컬 모델 개발 중…2027년까지 10만개 직계약올마이투어는 폭발적인 성장세의 비결 중 하나로 공동대표의 역할 분담을 꼽기도 했다. 회사는 석영규, 정현일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각자의 전문성에 맞게 역할을 분리하되 투자 및 전략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항상 공동 논의 체계 안에서 이뤄진다고 한다.석 대표는 “전반적인 성장 전략과 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 B2C 영역을 총괄하고 있다”며 “플랫폼 서비스 고도화·글로벌 확장 전략·브랜드 인지도 제고·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특히 구독형 ‘어썸멤버십’과 ‘얼리버드 바우처 부킹엔진’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 및 기술 기획을 통해 올마이투어가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기술 기반 혁신 기업으로 자리 잡도록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정 대표는 B2B 사업을 전담한다. 그는 “숙소 및 채널 세일즈와 글로벌 파트너십 그리고 네트워크 확대 등 B2B 비즈니스를 전담한다”며 “인바운드 업계에 20년간 몸담으며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호텔 업계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 숙소 직계약 확대와 해외 파트너 채널링 협업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지방자치단체와 글로벌 네크워크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바운드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에 집중하는 타 국내 여행 스타트업과 달리 인바운드 매출이 50%를 넘는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올마이투어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기관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이번 라운드를 포함해 누적 투자유치액은 약 110억원이 됐다”며 “확보된 자금은 베드뱅크 솔루션의 경쟁력과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2027년까지 전 세계 직계약 숙소 10만개를 확보하고, 일본·대만·동남아 등으로 파트너십을 확장해 K-호텔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역활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올마이투어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AI 기술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석 대표는 “현재 포스텍 AI 연구실과 공동으로 버티컬 AI 모델을 자체 개발 중이다. 위치 데이터와 관심지점(POI) 정보 등을 학습한 AI로 여행자에게 보다 정밀하고 개인화된 여행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나아가 예약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이어 “숙소 운영자에게는 수요 예측과 자동 운영을 지원하고, 여행자에게는 맞춤형 여행 경험을 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여행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2025.11.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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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설비도, 시스템도 한계”… 한국GM, 생산라인 곳곳서 경고음

자동차

한국GM이 설비·통신·인력 전반에서 동시에 위기를 겪고 있다. 공장 핵심 설비가 잇따라 파손되며 생산라인이 멈추는가 하면, 통신망 불안정과 숙련 인력의 대규모 정년 퇴직이 겹치면서 운영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장에서는 “사람도, 설비도, 시스템도 한계”라는 말이 나온다. 낡고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부평공장 차체라인의 5000톤급 트랜스퍼 프레스가 멈춰 섰다. 차량 외판을 찍어내는 이 설비는 1995년에 설치됐다. 일본 히타치에서 제작된 장비로, 30년간 부평공장과 함께했다. 공장의 핵심 설비 중 하나다. 당시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해당 장비의 파손 원인은 '노후화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추정됐다. '로더 캠 리버 샤프트'(Loader Cam Lever Shaft)의 실린더 이탈과 함께 금속 피로로 인한 균열이 진행된 끝에 샤프트가 완전히 절단됐다는 것이다.프레스 파손 외에도 설비 관련 라인 정지는 반복됐다. 지난 7월 17일에는 샤시 4직에서 누수로 인해 라인이 일시 중단됐다. 공장 노후화로 인해 장마철이 되면 누수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부평공장 소속 근로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국GM 부평공장 관계자는 “장마철이 되면 공장이 노후화가 됐기 때문에 공장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이 누수를 막기 위해선 문제 된 부분의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며 “누전 위험과 전도 위험 등이 공장 곳곳에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고도 있었다. 지난 8월 19일에는 고정 홀드 불량으로 후드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다쳤다. 지난 9월 29일에는 도어 라인과 오토존 장비에서 제어 오류가 발생해 연속 정지가 있었고, 10월 14일에는 패시닝(Fascia) 공정의 EPP(Expanded Polypropylene) 로봇이 센서 에러로 정지됐다. 최근 6개월간 꾸준히 생산 설비가 멈춘 셈이다. 통신망 문제도 현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부평공장 생산라인 내 통신 품질 저하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계기 노후화와 장비 간 호환 문제, 4G에서 5G로 전환되는 과정의 신호 불안정이 겹치며 통화 품질이 불안정한 상태다. 노동안전실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최소 2~3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통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수신이 끊기거나 음성이 도중에 끊기는 현상이 빈번하다는 게 현장 근로자들의 증언이다. 실제 통신 점검을 위해 방문한 기술 인력도 "중계기 노후화로 인한 신호 불안정이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통신망을 담당하던 IT(정보통신) 부서의 부재도 문제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내 전산 담당자가 중계기 관리와 신호 점검을 상시 수행했지만, 현재는 관련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부평 공장은 생산 라인보다 연구개발 센터의 중요도가 더 크다고 평가된다”며 “공장 내 후드가 떨어져 사람이 다치거나, 누수로 인해 라인이 중단되는 사례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중대재해 관련해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사례는 공장 투자에 미온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프레스의 경우 주기적으로 점검해 필요 즉시 유지보수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계가 절단될 때 까지 방치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때, 공장 설비 투자에 미온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늙어버린시설의 노후화와 함께 숙련공의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GM은 올해부터 2034년까지 정년퇴직 예정자가 총 4455명에 달한다. 이 중 3583명이 생산직이다. 전체의 약 80%다. 당장 올해만 391명이 은퇴한다. 이 중 생산직은 347명이다. 2026년에는 339명(생산직 293명)이 퇴직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입사해 30년 이상 근속한 1세대 기술 인력들이다.문제는 2027년부터다. 2027년에는 612명으로 퇴직자가 급증한다. 생산직만 525명에 달해 향후 10년간 가장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빠진다. 2028년에는 521명, 2029년에는 455명이 정년을 맞이하며 인력 감소세가 이어진다.2030년대에 들어서도 퇴직 규모는 줄지 않는다. 2030년 492명, 2031년 496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2032년에도 496명이 회사를 떠난다. 2033년에는 429명, 2034년에서야 224명으로 완만히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GM의 전체 임직원 수는 약 1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미뤄봤을 때 향후 10년간 전체 인력의 약 45%가 정년퇴직으로 회사를 떠난다는 의미다. 한국GM은 향후 10년 내 인력 구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구조적 변곡점에 진입한 셈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정년퇴직 인원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는 사업 환경과 조직 운영에 필요한 인력 수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부적으로 채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회사는 정년퇴직 등 인력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발탁 채용을 통해 각 부문별 필요 인력에 따라 적정 규모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개채용이 아닌 상시채용을 통해 결손 인원을 메우고 있으며, 관련 계획은 내부 방침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통신망 문제와 관련해 대해선 “공장이 넓다 보니 통신사가 다소 비협조적인 경우도 있고, 경제적인 사정으로 해결을 못해주고 있는 부분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의 주장과 달리 현재 사내에 IT 담당 및 관련 유관 부서는 존재한다”며 “통신망 품질 저하 관련해 노조와 논의해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5.11.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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