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충제 든 음식과 뭐가 다른가
프랑스인은 영국인의 조언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스테판 르 폴 프랑스 농업장관은 최근 파리 농업박람회의 기자회견에서 그런 전통을 깼다.
르 폴은 “매일 말고기 버거 500개를 먹어야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데임 샐리 데이비스 영국 정부 보건국장의 말을 인용했다. 불과 몇 주 전 페닐부타존(phenylbutazone)이 검출된 말고기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려고 한 말이다. 말고기 버거 파동은 대규모의 국제적인 식품 스캔들이 됐다. 그 사이 영국인은 그런 줄도 모르고 즐겁게 말고기를 먹어댔다.
페닐부타존은 말에게 사용하는 강력한 진통제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통상 파트너들이 생산하는 식용 말고기에는 금지된다. 미국에선 말의 95~100%에 페닐 부타존을 투여한다고 추산된다.
말고기 파동이 라벨표기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유럽 정부 장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논문 ‘도축용 말과 페닐부타존 투여의 연관성, 공중보건 위험’의 작성자들뿐 아니라 많은 수의사에 따르면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 리서치 결과는 과학저널 ‘식품과 화학 독성(Food and Chemical Toxicology)’에 실렸다. 말고기의 페닐부타존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은 용량과 무관하다는 내용이다.
그 조사에 따르면 페닐부타존은 골수기능억제(bone-marrow depression)를 유발한다. 예컨대 재생불량빈혈(aplastic anemia), 무과립구증, 저혈소판증, 백혈구감소증, 범혈구감소증, 용혈빈혈 등이다. 이 중 대다수는 치명적이다. 중장년층이 청소년층보다 더 위험하다. 인체는 대사작용을 통해 페닐부타존을 옥시펜부타존으로 바꾼다. 그 때문에 골수기능억제를 비롯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 옥시펜부타존도 골수기능억제를 유발한다.
어린이는 말고기에 페닐부타존과 옥시펜부타존 성분이 소량만 들어 있어도 재생불량빈혈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도 그 조사는 뒷받침한다. 뼈가 아직 자라는 단계이기 때문인 듯하다. 민감한 성인은 페닐부타존 극소량에도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대체로 치명적이다. 이 모든 영향은 특이체질성(idiosyncratic)으로 간주된다. 누가 그런 증상을 보일지 모른다는 뜻이다.
미국 독성물질관리프로그램에 따르면 페닐부타존은 발암물질이다. 실제로 염색체 변화를 일으켜 인체에 백혈병 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골수기능억제의 경우보다 적은 양으로 혈청병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발열, 피로, 불안, 신장염, 분비샘 비대(swollen glands), 비장비대(enlarged spleen)를 유발한다. 평생 신장투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검증을 거친(peerreviewed) 그 연구논문의 작성자들이 편집자에게 보낸 추가 서한 내용이다.
페닐부타존은 그 부작용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인간에게는 사용이 금지됐다. 그 때문에 장기적인 조사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식품안전 당국이 정한 안전기준도 없다. 따라서 모든 식용 가축에 사용이 금지됐다. 그리고 투약 후 가축 체내의 약품 잔류물이 최저한도 아래로 떨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withdrawal time)도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은 2007년 이렇게 발표했다. “페닐부타존은 가장 독성이 강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중 하나로 간주된다. 식용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된다. 하루허용섭취량(acceptable daily intake)이나 식육 안전농도 등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규제 한도가 없다. 따라서 식용가축조직에 페닐부타존이 소량이라도 존재하면 위법으로 간주되며 식용으로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니컬러스 다드먼 박사는 2010년 앤 마리니 박사, 니컬러스 블론듀 박사와 함께 그 검증을 마친 논문을 공동작성했다. 식용말(또는 다른 가축)에 사용이 금지됐지만 식용 말고기에서 발견되는 약 성분은 페닐부타존 외에도 더 있다고 다드먼 박사는 지적한다. 말(특히 경주마)은 걸어 다니는 약국이다. “그런 말고기를 먹는 건 살충제 DDT가 들어간 식품을 먹는 격”이라고 다드먼 박사가 말했다. 그는 터프트 대학 커밍스 수의학 대학원 임상학 교수이자 동물행동클리닉 소장이다.
예를 들어 페닐부타존, 클렌뷰터롤, 바나민 등의 약통을 보면 라벨에 분명하게 명시돼있다. “경고: 식용 말에는 사용하지 마시오.” FDA뿐 아니라 캐나다와 EU 식품규제당국 등이 금지한, 말에게 쓰이는 일반 약품에도 똑같은 경고문이 적혀 있다. 진통제, 진정제, 기관지확장제(bronchodilators),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제, 구충제(wormers), 궤양치료제, 이뇨제(diuretics), 항생제, 임신촉진제 등 그 리스트는 광범위하다.
암을 유발하는 약품, 독성이 너무 강해 취급할 때 보호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하는 약품들이 그 리스트에 포함된다. 유산을 유발하는 약이 있는가 하면 위장과 신장 독성(renal toxicity)을 초래하는 약도 있다. 남성을 여성화하고 여성을 남성화하는 약도 있다.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약의 모든 위험성을 알려면 수백 종의 약품 라벨에 깨알같이 적힌 주의사항을 읽어야 한다. 말고기 요리사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정육점, 식품 제조업자, 도살장, 음식 공급업체, 정부 당국자, 소비자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분명 그런 점에 신경을 쓴다. 따라서 약품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에 관해 남들보다 많이 안다.
2005년 EU는 약품 여권제도(a drugpassport system)를 실시했다. 약을 먹인 말들이 식용에 섞이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페닐부타존에 오염된 지육(carcasses) 6구가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갔다(그중 3구는 소비된 듯했다). 여권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증거다.
지난 2월 14일 유럽수의사연합(FVE)은 성명을 발표했다. “식육사용 금지가 기록된 말 여권이 평생 말을 따라다닌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 그 때문에 이 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EU 중앙정부에 말 여권 등록 기관이 없다. 따라서 이중여권의 발행을 막지 못한다.” 이중여권뿐 아니라 말의 마이크로칩을 바꿔치기한 경우도 있었다. 그에 따라 정보조작에 대한 조사가 확대됐다.
2012년 도살업체가 매입한 미국 경주마 등 말은 17만6000마리를 웃돌았다. 하지만 그 말들의 투약 관련 기록은 없었다.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APHIS)가 그런 기록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관행이 올 여름에는 바뀔 전망이다. 식용으로 도축돼 EU로 수출되는 모든 미국산 말에 약품 여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약을 많이 먹는 편이다. 따라서 여권제도가 실시되면 EU 규정을 따르는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2012년 어림잡아 4만t의 미국산 말고기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EU로 수출됐다. 제한적인 실험 결과 페닐부타존과 클렌뷰터롤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검사방법뿐 아니라 소규모 검사범위를 감안할 때 약품 잔류물의 축소 보고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식육에서 검출되는 모든 약품이 걱정거리”라고 크레이크 쿨리코스키 박사가 말했다. 뉴욕 사라토가 스프링스와 플로리다주 웰링턴에서 말을 치료하는 수의사다.
처방약에는 모두 경고문 부착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금지됐든 안 됐든 여러 종의 약품 성분을 함유할 가능성이 다분한 말고기 포장에는 그런 의무규정이 없다. 영국의 말고기 오염 문제에 관해 목청 높여 비판해온 메리 크레이 영국 의원은 말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먹는지 알 권리가 있다.” 식품업계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 의사들이 내린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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