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는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다. 부자와 그들의 재산은 사람을 끌어들여 도시를 살찌운다. 세계의 부자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영국 런던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겼다.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템즈강 남쪽 기슭 람베스와 서더크 지역에 있는 72층 건물 ‘더샤드’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이 건물은 2월1일 문을 열었다. 높이 309m로 러시아 모스크바의 머큐리 시티타워(339m)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다.
피라미드형 유리 외벽이 독특한 이 빌딩에서는 런던 전경이 360도로 보인다. 타워브리지, 런던시청 신청사, 첨단 비즈니스 빌딩과 문화시설이 즐비한 템즈강 남쪽 사우스뱅크, 런던 금융가를 발 아래로 굽어볼 수 있다. 이 빌딩 34~52층에는 샹그릴라 호텔, 68·69층에는 실내 전망대, 72층에는 244석 규모의 야외 전망대가 있다. 개장 첫날의 전망대 입장권은 지난해 12월 매진됐다.
더 샤드는 파리 명물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작품이다. 이 빌딩은 런던의 부흥을 상징한다. 런던은 전 세계 부자가 몰리는 도시다. 지난해 5월 선데이타임스가 발표한 2012년 영국 부호 순위에서 상위 10명 가운데 두 명만 영국 국적이다.
1~6위가 모두 외국인이다. 인도·우즈베키스탄·러시아·이탈리아·노르웨이·캐나다로 국적도 다양하다. 제조·에너지·광산·유통·해운·부동산 등 사업 역시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런던에 부자가 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런던은 국제적 부자 도시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2008년 국내총생산(GDP)을 바탕으로 추정한 세계 도시 순위에서 도쿄·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초고층 랜드마크로 첨단도시 변신19세기 이후 금융가인 동부 시티와 관청이 밀집한 웨스트민스터가 런던의 중심이었다. 시티는 전세계 금융·보험·중개·법률업체가 있는 금융 허브다. 웨스트민스터는 다국적기업 본사와 정부조달 업체가 모여 시내 중심 역할을 했다. 부자를 겨냥한 프라이빗 뱅킹과 헤지펀드 업체도 여럿 생겼다.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두 지역만으로 비즈니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비즈니스 지역을 확장하면서 북부 캠던과 이즐링턴 지역이 1980년대 문화산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디자인·패션·건축·미술 같은 창의산업이 독립적으로 발달했다. 영국 정부는 정책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중심지를 개발했다.
템즈강을 따라 제법 큰 선박들이 런던에 들어온다. 산업혁명기엔 전세계의 무역선으로 항구가 북적거렸다. 시대가 바뀌면서 항구는 폐허가 됐다. 그 가운데 한 곳이 런던 동쪽의 캐너리워프다. 템즈강 북쪽의 버려진 옛 항구는 1990년대 새로운 금융지구로 변신했다.
뒤를 이어 개발된 곳이 람베스와 서더크 지역이다. 서쪽 람베스는 웨스트민스터 궁과 웨스트엔드에서 시작해 시티 남부까지 이어진다.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친 격이다. 재개발은 정치 중심지인 웨스트민스터 궁과 문화 중심지 웨스트엔드의 건너편인 사우스뱅크 센터 지역에서 시작됐다.
런던시는 2000년 건축가 릭 매서에게 초대형 회전 전망대 런던아이 주변 개발을 맡겼다. 2007년 클래식 공연장 로열 페스티벌 홀의 재개장에 이어 국립극장, 국립영화관, 헤이워드 갤러리가 새롭게 단장했다. 이 지역은 ‘런던의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걸어서 20분 거리다. 웨스트엔드는 최근 화제가 된 작품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캐츠’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같은 세계적 뮤지컬이 만들어진 곳이다. 사우스뱅크 센터 지역이 개발되면서 웨스트엔드와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다음으로 사우스뱅크 동쪽 타워 브리지 주변의 서더크 지역이 개발됐다. 우중충한 1970년대식 빌딩이 들어선 이 지역은 2000년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이 들어서면서 문화와 비즈니스를 접목한 복합단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부자들이 앞다퉈 사무실을 얻고 최첨단 고층 빌딩에 투자하면서 신흥 비즈니스 지역으로 떠올랐다.
2002년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런던시청 신청사는 도시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위해 기울어진 감자 모양으로 디자인한 이 건물은 현대적인 이미지를 안겨줬다. 올해 더 샤드가 문을 열면서 문화산업과 컨설팅산업을 주도할 람베스와 서더크 비즈니스 지구가 완성됐다.
재개발로 낡은 이미지 쇄신오랜 기간 재개발로 19세기 고전미만 내세운 런던은 21세기 부자 도시로 거듭났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서비스의 발달, 충분한 투자 기회 역시 런던이 세계 부자를 끌어들이는데 일조했다. 런던은 세금이 싸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지난해 3월 최고소득세율을 50%에서 45%로 낮췄다. 영국 밖에서 얻은 소득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금융가 시티와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수많은 투자은행 네트워크는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할 기회를 준다. 최근 부동산 개발이 기업인들을 불러모은다. 부자를 부자답게 해주는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역시 매력적이다. 최고급 저택은 물론 자가용 비행기, 요트, 리무진, 명품 보석가게, 유명 레스토랑을 모두 갖췄다. 투자자 문사·법률회사·경호업체·홍보회사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부동산 개발이 활발한 람베스와 서더크 지역은 더 강하게 부자의 발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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