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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LEADERS - 34만원에 ‘소리’ 선물하는 사회적 기업

YOUNG LEADERS - 34만원에 ‘소리’ 선물하는 사회적 기업



“상업이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의(義)를 추구하는 것이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이 한 말이다. 누구는 조선시대나 통하는 말이라고 일축할지 모른다. 시장 현실은 이익만 생각해도 생존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이 아닌 의를 추구하는 것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상적인 이야기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보청기를 만드는 소셜벤처 딜라이트는 이런 통념을 깨고 의(義)로 이익을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난청환자들의 보청기 사용률은 7.5%로 매우 낮다. 웬만하면 100만원 훌쩍넘는 비싼 보청기 가격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비싼 건 수백만원에 이른다.

돈이 없는 난청인들이 소리를 잃은 채 사는 것이 안타까워 세 명의 청년은 2010년 딜라이트를 창업했다. 보청기 가격을 34만원까지 낮추고도 딜라이트는 지난해 매출 41억원에 영업이익률 10%를 올렸다. 딜라이트의 김정현 대표를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정부지원 안 받고 자립의 길 택해“정부가 기초수급 난청인들에게 주는 보청기 보조금이 34만원이거든요. 그 금액에 제품 가격을 맞추면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안

들여도 되지요.”

김 대표는 딜라이트 보청기 가격이 34만원인 이유를 설명했다. 저가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는 맞춤 정장처럼 하나씩 제작되던 것을 몇 가지 제품으로 표준화해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 효율을 높였다.

영업점을 많이 만들어 박리다매 전략으로 품질을 유지하면서 원가를 낮췄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딜라이트는 영업을 시작한지 1년 반 만에 국내 보청기 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섰다.

난청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난청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초소형 제품인 ‘미니’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배터리가 작아서 바꿔 끼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비용이 들거든요.”

딜라이트는 보청기를 잃어버렸을 때 20% 가격에 다시 살 수 있도록 보험을 만들었다. 난청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고민한 결과다. 기존 시장에 없는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김 대표만의 비결은 뭘까.

“일을 하는 관점이나 이유가 조금 다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가 소비자 마음을 움직여 경쟁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딜라이트처럼 공익을 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다.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지만 현실은 녹록하지않다. 곽선화 부산대 교수 조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491개 가운데 영업이익을 낸 곳은 16.1%(79개)에 그쳤다. 사회적 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고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자생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정부 지원금이 나오는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대신 미국의 ‘비 코프(B corp)’ 인증을 받았다. “인증 받은 다른 글로벌 사회적 기업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보를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정보와 네트워크가 저희에게 도움이 많이 됐죠.” 정부 도움을 받지 않기로 결심한 만큼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었다. 때론 소비자를 모셔오거나 불쑥 전화해서 제품의 단점을 물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올해 딜라이트 사업에서 손을 뗄 예정이다. 대표로서 할 일은 다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남은 ‘버킷 리스트’는 뭘까.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는 학생들을 위한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적자지만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지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그걸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이든 그의 바람은 한결같다. 죽은 후에는 ‘최대한 더 많이 사랑하다 떠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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