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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하려면 허리띠 조여야

동반성장 하려면 허리띠 조여야

카페베네 이어 SPC도 직무 전환 배치 … “중견기업 성장 가로막는 장벽” 논란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인 카페베네의 김선권 대표는 올 3월부터 월급을 받지 않는다. 이사급 이상 임원도 30%을 반납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체제가 해제될 때까지다. 카페베네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하면서 신규 사업에 제동이 결렸다.

지난해 말 제과점 ‘마인츠돔’을 인수하면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현재 마인츠돔은 1월 초 문을 연 서울 강남점 한 곳만 운영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3월 초 ‘현장근무제도’라는 이름으로 본사 직원 100여명을 매장으로 발령했다.

이 중 70여명은 퇴직금과 위로금을 지급받고 퇴사했다. 이들은 대부분 신규 출점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이다. 카페베네 김종욱 차장은 “블랙스미스(레스토랑)는 물론 최근 인수한 마인츠돔 등의 출점이 어려워져 직원을 전환 배치하거나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1월 신규 출점 담당 부서 임직원 17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조건으로 퇴직금과 1년치 연봉을 제시했다. 홈플러스가 희망 퇴직을 실시한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사보텐·싱카이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워홈 역시 올해 20개 외식매장을 열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올해 200명을 신규 채용하려던 계획도 보류했다.

외식업체들의 인력 구조조정과 사업 축소는 제과업·외식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다. 동반위는 2월 5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촉발된 제과업·외식업종·서비스업 등 16개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 중 상시 근로자가 200명을 넘고 매출 200억원 이상인 34개 대기업 외식업체에 대해서는 신규 브랜드 출시를 금지하고 기존 브랜드는 복합상권과 역세권, 신도시 등 대형 상권에만 신규 출점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제과업계에는 3월부터 전년 점포수의 2% 이내에서 가맹점 신설을 허용하고 인근 동네 제과점과 500m이내는 신규 출점을 자제토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제과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신규 출점이 줄면서 점포개발 인원을 영업직으로 돌리는 등 직무를 전환배치했다. SPC그룹 고위 관계자는 “베이커리는 SPC그룹 내 사업비중이 가장 큰 부분인데 영업 제한이 걸린 만큼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인력 구조조정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 중견 외식업체 관계자는 “규제로 영업이 위축되고 제과·외식업종은 성장동력이 끊긴 만큼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동반위에도 이 같은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외식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만큼 결국 일자리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생산액 10억원 당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이 평균 9.3명인데 비해 서비스업은 16.6명, 음식·숙박업은 30.8명으로 나타났다.



“외식업 규제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이에 대해 동반위 이우영 실장은 “이번 결정은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며 “기업들의 사업확대에 걸림돌은 될 수 있겠지만 소수 업체의 과잉 반응”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 기업들”이라고 덧붙였다. 동반위는 중기적합업종에 선정된 제과·외식업체들에게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라”며 주문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해외 시장 진출이 만만한 일이냐고 항변한다. CJ푸드빌은 2월 말 임원 비상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CJ푸드빌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 해외출점 목표를 조정하기 위해서다. 현재 비비고는 미국과 중국·영국 등지에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0여개의 해외지점을 열기로 했지만 20% 이상 계획을 줄이기로 했다.

푸드빌 관계자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 시장으로 투자해왔는데 국내 사업이 위축되면 해외사업 확장 규모를 축소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외식업체 관계자도 “해외로 나가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제과협회와 갈등을 빚었던 파리바게뜨도 해외시장을 넓히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새롭게 진출하는 국가에서 신규 매장을 내려면 국내 신규 매장 비용보다 두세 배 정도 더 든다”며 “국내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해외 매장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동반위 권고안 기준으로 올해 60개 매장만 가맹점 형태로 신규 출점 할 수 있다.



세부 규제안에 중소상인 vs 외식업체 대립외식업체는 동반위가 신도시나 역세권 등은 예외로 인정한 것에 그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 가령 명동이나 강남 한복판에는 대기업이 대형 식당을 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동반위는 협의회를 열어 예외 상권에 대한 명확한 세부 기준을 3월 31일 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중소상인·자영업자들과 대기업·중견기업들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발표가 미뤄졌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CJ푸드빌과 롯데리아 등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역세권 반경 50m, 매일유업과 더본코리아 등 중견기업은 반경 100m이내에서만 신규 점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기업·중견기업 등은 500m이내 에 출점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동반위는 결국 6차 회의에서 ‘반경 300m 이내 출점 허용’이라는 중재안을 내놨다.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6만㎡(약 2만평), 중견기업은 3만㎡(약 1만평) 이상 복합다중시설에만 신규 출점이 가능하다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동반위는 대기업 3만㎡(약 1만평), 중견기업 1만6520㎡(약 5000평)을 출점 가능한 시설로 설정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그러나 외식기업들은 “이마트 기준으로 대형마트조차 5000평을 넘는 곳은 6개 곳에 불과하다”며 “더 이상 출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신규브랜드 출시도 동반위는 대기업은 1년에 1개, 외식전문 중견기업은 1년에 2개 정도의 브랜드를 허용하는 내용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양측 모두 거부한 상태다. 동반위는 4월9일 열리는 본 위원회에서 음식점업 세부기준 마련과 관련해 일정이 연기된 것에 대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늦어도 4월19일까지는 협의점을 찾아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카페베네 김종욱 차장은 “중견·대기업들이 내놓은 이번 세부 규제안은 (우리가)영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가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상생보다는 규제에 치우쳤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외식업체들은 상시 근로자수 200명 이상 요건을 피하기 위해 인력을 감원하고 고용을 동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A 프랜차이즈 대표는 “어렵게 일궈 성장해왔는데 규제에 가로막혀 더 키울 수 없다면 현상 유지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협회장은 “애초 중기적합업종을 도입한 취지는 대기업이 작은 가게나 자영업자 등 골목상권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는데 중소기업이 아니면 대기업이라는 흑백논리로 접근해 중견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 이우영 실장은 “서로 상생이 목적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모여서 상생방안을 찾자고 제의가 들어오면 (동반위에서)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프랑스에선 대형마트 등을 도심 외곽에 입점하도록 규정하고 영업시간도 제한하고 이스라엘은 중소상인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덕분에 중소기업들을 많이 키우고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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