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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 벙커 빠져 ‘멘붕’ 빠지다

Golf - 벙커 빠져 ‘멘붕’ 빠지다

아일랜드형 웨이스트 벙커, 그린 안 벙커, 항아리 벙커 각양각색
그린을 제외하고 전부 벙커인 스카이72 오션코스 17번 홀.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 코스파3 17번 홀은 1m 가량 솟은 그린 에어리어를 제외하고는 페어웨이 전부가 벙커다. 따라서 이 홀에서는 마치 물로 가득 찬 아일랜드 그린을 공략하듯 샷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 홀은 그냥 벙커가 아니라 ‘웨이스트(Waste) 벙커’로 처리한다. 모래 지면에 클럽이 닿아도 벌타를 받지 않고 샷을 하고 난 뒤에도 고무래로 벙커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맨땅과 같은 벙커다.

그린 안에 벙커가 있는 도너츠 홀, 파인리즈 리즈코스 2번 홀.
페어웨이가 온통 벙커인 홀은 제주도에 하나 더 있다. 제피로스 골프장 마운틴 6번 홀(파3, 171m) 역시 하나의 큰 벙커가 그린을 온통 둘러싸고 있어 아일랜드 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린 잘 올렸는데 벙커라니…퍼팅을 해야 할 그린 안에 벙커가 떡 하니 자리 잡은 홀도 있다.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리조트 리즈 코스 2번 홀(파4, 343m)에는 그린 안에 동그란 벙커가 떡 버티고 있다. 이른바 ‘도너츠 그린’이다. 그래서 가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온그린이 됐는데 핀이 벙커 맞은 편에 꽂혀 있으면 볼을 바로 퍼팅할 수 없고 벙커를 돌아가는 퍼팅을 해야 한다. 그린에 볼이 올라갔어도 굴러서 벙커 안으로 빠지면 퍼터를 들고 가다 샌드웨지로 바꿔잡아야 한다.

그린에서 다양한 퍼팅 노하우와 전략이 필요할 정도로 도너츠 홀이 재미있기 때문에 경기 여주의 해슬리나 인브릿지는 14번 홀(파3, 131야드)과 16번 홀(파5, 492야드)에 도너츠 벙커를 만들었다. 제주도 더클래식 골프장도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동그란 벙커를 만들어 마지막 홀에서 다양한 변수가 연출되도록 했다. 벙커 모래 색깔이 특이해 주목 받는 골프장도 있다.

강원 삼척의 퍼블릭 골프장인 블랙밸리 12번 홀에는 총 5개의 벙커가 있다. 이 중 하나는 흰 벙커지만 주변 4개는 블랙 벙커다. 모든 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어감이 있는 블랙벙커는 이곳이 예전 탄광 지역이었다는 의미에서 검은색 사암으로 조성했다. 강원 정선의 하이원 17번 홀(파3, 141m) 역시 그린 주변에 검은 모래를 깔았다.

검은 모래 때문에 곤욕을 치른 골프장도 있다. 여주의 렉스필드는 코스를 조성하면서 레이크 7번 홀을 경북 안동의 사암에서 추출한 검은 모래로 포설한 뒤 ‘블랙홀’이라고 홍보했다. 그린 주변으로 검은색 모래가 테를 둘러 렉스필드의 명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모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후 이곳을 흰색 모래로 바꾸었다. 벙커 자체가 특이한 모양의 홀도 있다. 강원 강릉의 파인밸리는 오리온 브랜드를 가진 동양레저 소속이다.

파5 2번 홀의 경사면에는 오리온 기업이미지(CI)인 지구와 7개의 별을 본 뜬 벙커가 있다. 그런가 하면 경기 하남의 제일CC 동 코스 9번 홀에는 길이 30m의 왼손바닥 모양 벙커가 있다. 벙커 설계 당시 플레이어의 재미를 위해 코스 관리부에서 조성했다. 전북 익산의 베어리버리조트 베어 4번 홀도 특이하다. 155m 전장의 파3 홀인데 벙커가 태극의 건곤감리 4괘를 본 딴 모양이다. 이 홀의 별칭은 ‘태극기홀’이다.

파인리즈의 레이크 코스 9번 홀은 전장 630m나 되는 파5 홀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런데 긴 홀보다 더 유명한 게 워터해저드를 따라 흐르는 비치 벙커다. 길이가 무려 1100m에 달한다. 8번 홀 페어웨이에서 시작돼 9번 홀 그린까지 이어진 국내에서 가장 긴 벙커다.

벙커 수가 가장 많은 홀은 23개의 벙커를 가진 레이크힐스용인 루비 코스 8번 홀(파5, 595야드)이다. 오르막을 타고 왼쪽으로 휘어진 이 홀의 벙커에 빠지지 않으려면 페어웨이만을 지켜야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코스 중 가장 많은 벙커를 가진 곳은 강원 홍천의 휘슬링락이다. 미국 위스콘신의 벙커 수 967개를 가진 휘슬링스트레이츠를 본 뜬 홀 경사면에도 다양한 벙커를 설치했다. 이 벙커들은 실제 경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나 전체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라서 ‘아트 (Art) 벙커’라고도 불린다.

가급적 피해야 할 벙커도 많다. 벙커가 모두 위협적으로 존재하는 골프장이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다. 그렉 노먼이 설계한 이 코스의 벙커 숫자는 7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나하나 그 규모가 크고 벙커턱이 높다. 특히 그린을 향한 방향으로 직벽 벙커가 조성돼 있는 경우가 적잖다. 직벽을 유지하기 위해 턱에 검은색 고무를 덧댔다.

충북 충주의 센테리움 역시 가혹한 벙커가 전 홀에 걸쳐 있다. 웨일즈·잉글랜드·스코틀랜드로 코스 이름을 붙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 그린 옆 벙커들이 모두, 영국 링크스에서 볼 수 있는 잔디 단으로 층층이 직벽을 쌓은 ‘소드월(Sod Wall) 벙커’다. ‘폿(Pot)’ 혹은 ‘항아리벙커’라고도 불리는 이 직벽의 벙커가 그린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너무 가혹하다’는 평을 듣는다.



너비 8m, 높이 5m 벙커도두 골프장은 ‘모름지기 벙커란 샷을 잘못해서 들어간 것이니 한두 타는 당연히 먹고 나와야 한다’는 철학을 고수하는 곳이다. 코스 전체에 이런 벙커가 특징을 이루지만 어떤 골프장은 특정 홀이 악명 높기도 하다. 여주의 솔모로 체리 코스 3번 홀의 그린사이드 폿 벙커는 높이가 3m에 달한다.

또한 체리 코스 8번 홀은 마치 그린이라는 중세 시대의 고성(古城)을 해자(垓字)가 둘러싸서 외적의 침입을 막는 구조다. 땅콩 모양의 가로로 된 그린 테두리를 직벽의 벙커가 둘러싸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홀의 별칭이 유명 영화에 등장하는 ‘나바론 요새’다.

국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 받는 벙커는 마이다스밸리의 마이다스 8번 홀(파4, 353야드)에 있다. 거리가 짧은 파4 홀이어서 다들 직선거리로 그린을 공략하려다가 벙커에 빠져서 이른바 ‘멘붕’에 빠지는 홀이다. 그린 앞에 있는 벙커는 너비 8m인데, 높이가 무려 5m에 이른다.

또한 벙커 모양이 하트 모양을 닮아 홀의 별칭이 ‘큐피드’라고 붙어 있다. 이 홀엔 여러 무용담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볼 좀 친다는 고수들이 이 홀 벙커에 겁도 없이 일부러 빠졌다가 결국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서 뒤로 돌아 치고 나왔다는 일화가 수도 없다. 하지만 이 벙커에서 로브샷으로 탈출했다면 그건 홀인원에 준하는 영웅담으로 간주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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