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탐내는 기업 많지만 입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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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의 알짜 계열사 중 하나인 웅진식품이 매물로 나왔다.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은 5월 14일 전후로 인수 후보 10여 곳에 투자안내서를 보냈다. 투자은행(IB) 업계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검증된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라고 평가하면서 많은 업체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법원은 2월에 웅진그룹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웅진홀딩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웅진식품은 삼성증권과 논의해 늦어도 상반기 안에 인수의향서를 받고 구체적인 매각 방식·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2010년 해태음료 매각 때처럼 식음료 업종에서 흥행에 성공한 거래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웅진식품은 매력적인 매물일까? 일단 가격 면에선 관심을 모을 만하다. 식품 업계는 웅진식품 매각 가격이 500억~600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웅진홀딩스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보유한 지분 57.8%(2520여만주)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계산한 수치다. 입찰 과정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저렴한 매물이라는 평이다. 채권단 일각에선 “수익성이 검증된 기업인데도 예상 매각 가격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며 불만을 내비친다.
7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웅진식품은 그간 웅진그룹의 캐시카우(돈 잘 버는 사업)였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낸 식음료 업계 3위 회사다.
웅진식품은 윤석금 회장이 1987년 인수한 동일삼업이 모태다. 웅진그룹에서 출판업이 아닌 분야에 뛰어든 첫 사업이었다.
2011년 매출 2195억원에 영업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경영 환경이 나빠진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줄긴 했지만 흑자를 유지했다. 주스 ‘자연은’과 쌀 음료 ‘아침햇살’, 보리차 ‘하늘보리’ 등은 꾸준히 인기를 끈다. 최근에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에 수출된다.
웅진식품의 주력 사업인 식음료는 불황을 덜 타는 아이템이다. 식품 제조·유통관련 기업에서 웅진식품을 인수하면 무리없이 덩치를 키울 수 있다. 해당 업종에 발을 담근 적이 없던 기업이라도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주스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사업을 강화하려는 기업이 꽤 있다”며 “내부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것보다 인수합병(M&A)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투자은행 업계에서 웅진식품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의 면면은 화려하다. 빙그레·농심·SPC그룹·CJ제일제당·동원F&B·풀무원 외에도 롯데칠성음료·LG생활건강·동아오츠카·신세계그룹·광동제약까지 거론됐다. 이들은 500억~600억원대 매물을 인수할 만한 자금력을 갖췄다. 또 식음료 제조·유통을 하고 있거나 새로 하는 데 관심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인수전에 적극적이지 않다.
빙그레는 얼마 전 최고경영진이 웅진식품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자문사를 선정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있다. 최근 음료 시장에 관심을 보인 게 웅진식품 인수 전망에 불을 붙였다. 빙그레는 2008년에 커피 음료 ‘아카페라’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냉장 프리미엄 주스 ‘따옴’을 출시하면서 식음료 사업을 강화했다. 주력 사업인 빙과류·유가공제품과 스낵에 이어 식음료를 키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투자은행 업계의 기대와 달리 빙그레는 미온적인 분위기다.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며(인수 여부를) 결정한 게 없다”며 “식음료 사업을 확장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은 시장 탐색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웅진식품이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실적이 둔화된 것도 조심스런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실장은 “웅진식품이 보유한 식음료 라인업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에 속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빙그레는 당분간 프리미엄 주스로 시장 반응을 살핀다는 계획이라 웅진식품 인수 여부는 미정이다. 빙그레가 지난해 ‘따옴’으로 올린 매출은 100억원 내외로 많지 않지만 프리미엄 주스가 블루오션이라고 본다.
농심 측은 “전혀 검토한 게 없다”며 부인했다. 장재구 농심 차장은 “식음료 업종에서 M&A 매물이 나오면 농심이나 빙그레처럼 현금 유동성이 좋은 회사가 매번 후보로 거론된다”면서 “지난해 식음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꼭 M&A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웰치’ ‘카프리썬’ 등 음료 4종을 판매 중이다. 그간 업계는 농심이 지난해 생수 시장에서 연 매출 2000억원 규모의 ‘제주 삼다수’ 유통권을 잃어 식음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태음료보다 매력 떨어질 수도‘빠리바게뜨’를 비롯한 제빵·제과가 주력 사업인 SPC그룹도 인수전 후보다. 정부가 프랜차이즈 빵집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면서 돌파구가 필요하다. 특히 생수나 우유·두유·에너지음료 등을 갖춘 상황에서 강점인 유통망을 살려 식음료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SPC그룹도 인수를 검토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식음료보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제빵·제과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두 강자 롯데와 신세계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모두 이를 부인했다. 롯데는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유통시장 독과점 견제 움직임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백화점 부지 인수 등 본업인 유통업 강화에 나섰지만 식음료는 일부 해외 상품만 수입해 유통하는 선에 머문다. 이밖에 L G생활건강·동아오츠카·CJ제일제당·동원F&B·풀무원·광동제약 등도 물망에 올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웅진식품이 해태음료만큼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업체 수가 적은 것”으로 본다. 2010년 해태음료가 매물로 나왔을 땐 식음료 사업을 키우던 LG생활건강이 동원F&B 등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2007년)에 이어 해태음료까지 품으면서 식음료 시장에서 롯데칠성음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M&A 귀재로 꼽히는 차석용 부회장이 이번 인수전에도 뛰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웅진식품은 지난해 웅진그룹의 위기로 영업에 타격을 입어 당기순손실 172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업 가치가 떨어졌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500억~600억원의 예상 매각 대금은 지난해 실적을 감안할 때 과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입장에서 ‘저렴한 매물’이라 말하는 게 업계엔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풍부한 현금과 대규모 유통망을 갖춘 기업마저 아직 일부 상품만 출시하면서 시장을 탐색하는 단계에 그치는 등 식음료 업계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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