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대박 평가로 바뀌어 … “류현진 헐값에 얻었다” 지적도 5월 29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이 팬들에게 손들어 화답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LA 다저스 최고의 영입 선수로 평가 받는다.
‘2573만7737달러(약 280억원), 입찰 팀은 LA 다저스’. 많은 야구팬의 관심을 모은 류현진 선수의 포스팅 결과가 지난해 11월 10일 발표됐다. 결과를 접한 팬들은 두 번이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가격에 놀랐고, 입찰권을 따낸 팀이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라는 사실에 더 놀랐다.
우여곡절 끝에 류현진은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6년간 연봉 3600만 달러에 류현진의 원 소속팀 한화 이글스가 가져갈 포스팅 금액 2570만 달러를 합하면 6000만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이었다.
계약을 지켜본 미국 현지 언론의 평가는 냉정했다. ‘다저스가 검증이 되지 않은 야구 변방 리그의 선수에 무모한 도박을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류현진이 러닝 훈련에서 체력 문제를 드러냈을 때, 흡연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냉소적 기사까지 등장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비판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연습 투구를(선발 투수는 다음 등판 이틀 전에 약 50개 정도를 던지는 훈련을 한다) 거르는 류 선수의 사소한 습관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도박이 대박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자 류현진은 거짓말처럼 딴 사람이 됐다. 6월 6일까지 총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승 2패, 방어율 2.89의 성적을 올렸다. 총 71과 3분의 2 이닝을 던졌고, 탈삼진 67개를 잡아냈다. 모든 기록이 상위권이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한 경기를 제외하고 10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다. 팀의 연패를 끊거나, 연승을 이어가는 활약은 팀의 에이스급 투수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5월 29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도 기록했다. 지금까지 성적만 꾸준히 유지해도 다저스는 투자 금액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무모한 도박으로 평가 받은 선수 영입이 위기의 팀을 구하는 묘수가 됐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쏟아 부은 돈은 650억원이 넘는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선수를 영입할 때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한다. 류현진에게도 그에 걸맞은 검증 절차를 거쳐 투자했다. 미국 LA타임즈는 시즌 초 류현진의 영입 과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기사에는 본 릭 라가조 스카우팅 부사장, 밥 엥글 해외스카우트 부사장, 로건 화이트 스카우팅 디렉터, 팻 캘리 아시아 태평양 스카우팅 디렛터, 제이미 스토빅 스카우트 그리고 안병환 다저스 한국 담당 스카우트가 소개됐다.
한 선수를 영입하는데 투입된 전문가만 6명이나 된다. 이들은 선수의 실력·성장 잠재력·상품성·성격·가족관계·건강·사소한 습관과 스캔들까지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다저스는 2년 전부터 류현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리포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리그(KBO)에 관심이 적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미국 언론에 류현진은 검증되지 않은 갑자기 튀어나온 투수였다. 그러나 다저스 입장에서는 이미 투자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
철저히 데이터 분석 후 영입물론 좋은 선수라고 무조건 영입하진 않는다. 팀의 사정과 적정한 가격을 따져서 투자를 진행한다. 류현진의 포스팅이 한창 화제가 된 지난해 10월까지도 다저스는 류현진 영입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저스에는 이미 5~6명의 선발 투수를 보유했다.
거기다 FA 투수 최대어라 불리는 잭 그레인키의 영입을 노리던 터라 상대적으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이 작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바뀐 구단주가 적극 나서면서 다저스도 뒤늦게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이미 선수를 충분히 분석한 상태였다. 최종 결정만 다른 구단에 비해 조금 늦게 한 것이다.
다저스의 늦은 결정이 오히려 류현진 영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민 해설위원은 “스카우터 사이에서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류현진을 영입하려는 구단’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며 “당시 국내에서는 1000만 달러, 어떤 사람은 500만 달러를 거론했지만, 스카우트들은 2000만 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이 모든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민해설의원의 말 대로라면 컵스와 레인저스는 입찰금액을 놓고 치열하게 눈치 작전을 펼쳤다. 그 틈에 다저스는 두 구단이 적어낼 입찰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류현진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따냈다.
선발투수가 넘치는 다저스는 왜 류현진이라는 선발 자원을 영입했을까. “다저스는 우승이 목표인 팀이다. 6~7명의 선발투수가 있어도 더 완벽한 투수라는 확신이 있으면 영입하는 게 맞다. 남는 투수는 예비전력으로 둬도 되고 여차하면 트레이드 카드로 쓰거나 다른 구단에 팔면 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다저스는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선발 투수 후보인 애런 하랑을 콜로라도 로키스로 보내면서 라몬 에르난데스라는 베테랑 포수를 받아 팀 전력을 강화했다.
이후 다저스 선발진은 부상으로 잇따라 무너졌다. 노장 테드 릴리와 채드 빌링슬리가 부상으로 시즌 시작 때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는 경기 도중 상대편 타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3선발인 조쉬 베켓마저 지금은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른다. ‘류현진이 없었다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케팅 요소도 고려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해외의 많은 프로 야구·축구팀이 마케팅 측면에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한다. 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프로축구 퀸스파크레인저스가 박지성과 윤석영을, 아스널이 박주영을 영입했지만 돈만 탐낸다는 모습을 보여 국내 팬들의 인심을 잃었다.
이에 비해 다저스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1990년대 일본 투수 노모 히데오와 한국 박찬호를 통해 아시아 마케팅의 효과를 절감했다. 이후 구로다(투수)·사이토(투수) 등 일본선수가 다저스 소속으로 있었다. 현재 기아 타이거즈에서 뛰는 서재응(투수)·최희섭(내야수)도 한 때 다저스에 몸을 담았다. 그만큼 수익을 올리고, 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류현진 마케팅에서 그 진가가 발휘됐다.
인기가수 싸이와 아이돌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티파니가 다저스타디움에 초청을 받았다. 한국인의 날을 만들어 다양한 이벤트도 펼친다. 이는 국내 기업의 광고가 몰리는 성과로 나타났다. LG전자·현대자동차·넥센타이어·화이트진로·오리온 등의 기업이 다저스타디움에 광고를 한다.
마케팅 효과는 짭짤한 덤“많은 사람들이 류현진이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에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성적을 보면 오히려 LA다저스가 류현진을 헐값에 얻었다. 한 시즌 10승에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는 투수를 6년간 보유하면서 6000만 달러를 내라고 하면 모든 구단이 서로 뛰어들 것이다. 류현진은 성공한 투자다.” 허구연 해설위원이 내린 결론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디올백' 영상 나오자...통일교 간부 건진법사에 "목걸이 돌려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
'1인 2역' 박보영 '깜짝' 출연 계기 눈길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막내린 용산 시대…대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 어디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롯데카드부터 애경산업까지…내달 M&A 큰장 선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유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률 42.7%’, 백신기업 1위...고수익 유지 가능할까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