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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GLOBAL 2000 - 반도체시장의 또 다른 ‘코리안 파워’

2013 GLOBAL 2000 - 반도체시장의 또 다른 ‘코리안 파워’

하이닉스, SK 날개 달고 강자로 재도약…D램 시장 점유율에서 사상 최대 기록 세워



지난해 2000억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만 31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순항을 예고한다.

SK하이닉스는 2011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당시 적자 규모는 26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12% 증가한 2조71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도 550억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매출 2조7810억원, 영업이익 3170억원의 1분기 성적표는 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실적 상승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 제고로 이어졌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호실적으로 미국 마이크론을 밀어내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매출 기준 7위에 올랐다. 하이닉스가 7위에 오른 것은 2010년 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사상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크게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D램 시장에서 18억1900만 달러의 매출을 시장점유율에서도 역대 최고수준인 26.5%를 기록했다. PC용 D램 가격 상승과 함께 중국 모바일 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매출액이 급속도로 늘어난 때문이다.

반면 1위 업체 삼성전자 매출액은 25억94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0.1% 감소했다. 매분기 40% 이상을 유지했던 시장점유율도 37.8%로 떨어져 양사 격차는 11.3%P 격차로 줄었다.

2011년 3분기만 해도 양사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44.8%)가 SK하이닉스(21.6%)에 2배 이상 앞서며 독주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점유율 42%로 25.1% 점유율을 기록한 SK하이닉스와 큰 차이를 보였다.

D램 시장에서 양사의 엇갈린 실적행보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PC용 D램 가격 상승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비중을 급속히 확대한 반면, PC용 D램 제품 비중은 20% 이하로 줄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PC용 D램 제품 비중을 여전히 30% 수준을 유지하면서 모바일 D램 비중을 서서히 늘리고 있어 PC용 D램 가격이 강세를 보인 1분기에 시장점유율을 확대됐다.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4의 출시와 자사 스마트폰의 지속적인 판매 호조로 수요를 맞추기 힘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필요량의 일부를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도 올랐다. 신용평가기관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달 SK하이닉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안정적’에 해당하는 ‘A+’로 상향 조정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 역시 ‘A2’에서 ‘A2+’로 올려잡았다. 세계 D램 메모리 시장에서 약진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 재무안정성 개선 전망 등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 2월 권오철 사장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 대표에 취임한 박성욱 사장은 4월의 1분기 경영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은 지난해 최태원 회장이 과감한 투자가 효과가 가시화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월 회사 출범식에서 “SK하이닉스를 키우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밝힌 최 회장은 이후 경기침체 속에서도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탈리아의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유럽기술센터’로 전환하며 유럽시장의 연구개발(R&D) 거점을 확보했다. 같은 달 컨트롤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미국의 LAMD사를 인수하는 등 9개월 사이의 3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최 회장은 자신의 재판으로 경황이 없던 1월에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과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등 글로벌 전자통신업체 CEO들과 만나 협력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B/B(베이스 벤드) 분야에 강점이 있는 퀄컴은 메모리 솔루션 부문에 경쟁력이 높은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욱 사장은 “취임 이후 SK의 경영철학을 하이닉스 고유 문화와 접목하느라 바빴다”며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 SK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최 회장이 인수 이후 현장을 돌며 보여준 ‘강력한 스킨십’과도 맥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12월 SK하이닉스 생산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몇 달 사이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공장을 모두 6차례, 중국 우시공장을 2차례 방문하며 현장 밀착경영을 했다. 현장을 찾은 최 회장은 “SK그룹은 ‘한솥밥 문화’에 바탕을 두고 성장해 왔다. SK와 하이닉스가 서로 힘을 합쳐 회사를 더욱 굳건한 토대 위에 올려 놓자”며 ‘한 가족’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변화추진팀’을 신설해 하이닉스의 기존 기업문화와 SK 문화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최 회장은 “하이닉스가 SK에 인수된 것이 아니라 SK가 하이닉스 열정에 편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하이닉스 고유의 문화를 높이 평가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이 회사가 지난해 임직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SK가족이 된 이후 가장 기대되는 분야’를 묻자 30%가 적극적 투자(30%)를 꼽았고 브랜드 경쟁력(25%)과 글로벌 경쟁력(17%)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76%는 SK의 가장 큰 강점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꼽아 SK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SK와 SK하이닉스의 공통적인 문화로는 최고를 지향하는 정신(50%)과 행복을 추구하는 경영철학(28%) 등을 꼽아 향후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궁합이 맞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정수 SK하이닉스 홍보담당 상무는 “최 회장의 하이닉스 사랑과 임직원의 열정이 결합돼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SK의 진정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은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전망에 대해 “앞으로도 수급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낸드플래시 사업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고, 마이크론이 싱가포르 D램 팹을 낸드로 전환하고 있어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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