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국대(국가대표)’ 출신 10대 루키의 대반란
Golf - ‘국대(국가대표)’ 출신 10대 루키의 대반란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쉽게 꺾이지 않는 10대 국대(국가대표) 출신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정의하는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대 출신 루키(신인)’다. 올해 KLPGA의 투어카드를 가진 선수 중에 각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108명이다. 그중에 22명이 루키다. 전체 시드권자 중 루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4%다.
그런데 22명의 루키 중에서 국가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친 선수가 정확이 11명(국가대표 5명, 국가상비군 6명)이나 된다. 한마디로 무서운 루키 선수들이 득실거린다는 얘기다. 국가대표 출신은 김효주(18·롯데)·전인지(19·하이트진로)·김현수(19·롯데마트)·한정은(20)·고민정(21·이상 LIG) 등이다.
이어 국가상비군 출신은 김정수(18·CJ오쇼핑)·박신영(19)·장수연(19·롯데마트)·이정화(19·에쓰오일)·이은형(21·토니모리)·정한나(22) 등이다. 특히 이들 ‘국대’ 출신들은 지난해 상금왕인 김하늘(25·KT)과 KPGA 대상을 수상한 양제윤(21·LIG), 시즌 3승으로 펄펄 날았던 김자영(22·LG) 등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면서 더욱 주목 받는다. 해마다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신예가 속속 등장하면서 KLPGA 투어는 판이 더욱 커졌다.
김효주는 설명이 필요 없는 특급 신인이다. 아마추어였던 지난해 KLPGA 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과 일본 JLPGA 투어 산토리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아마추어는 우승을 해도 정회원 자격만 받는 규정을 없애고 시드를 받을 수 있도록 ‘김효주법’을 만들며 투어에 데뷔했다. 올 시즌 벌써 1승(현대자동차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을 거뒀다.
전인지는 2011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제12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역전패의 악몽을 떨쳐내고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역전승으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현수와 한정은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들이다.
개인전·단체전 2관왕 김현수는 이후 오른손 손목 인대 부상으로,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한정은은 천식으로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매 대회 우승 후보다. 고민정은 지난해 말 시드전에서 5위에 올라 투어 카드를 얻었다.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쳤고, 지난해 KLPGA 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유망주다.
특급 신인 김효주 꾸준한 활약장수연은 2010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 1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경기 중 플레이 선상의 캐디백이 문제가 돼 2벌타를 받고 연장에서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당시의 악몽을 떨어내고 정규 투어로 입성했다. 이들은 코스 밖에서는 사이가 좋지만 코스에서는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특히 신지애(25·미래에셋)·김하늘(25·KT) 등이 거쳐간 신인왕 계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올해는 실력을 갖춘 신인이 유난히 많다”며 “이들의 활약에 따라 투어의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바로 그 판도가 전인지의 우승으로 달라졌다. 무엇보다 전인지는 한국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 마지막 4개 홀에서 4홀 연속 버디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루키 2강 구도’를 형성했다. 바로 그 상대는 김효주다. IQ(지능지수) 138에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난 전인지의 막판 집중력에 매료된 골프팬이 많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충남도교육청 주관의 영재교육 3차 시험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버지(전종진·54)의 강권으로 골프선수가 됐다는 전인지. 그는 어떤 선수일까.
2011년 10월 열린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앳된 얼굴의 한 소녀가 시선을 끌었다. 주인공은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국가대표 전인지였다.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최종 라운드 10번 홀까지 3타 차 깜짝 선두에 올라 프로 언니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후반 8개 홀에서 6타를 잃고 뒷걸음쳐 아쉬운 3위로 경기를 마치긴 했지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5년 또래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또래인 장수연 등이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을 때 똑딱 볼을 쳤다. 그러나 긴 팔·다리와 큰 키 등 타고난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빨리 성장했다. 2010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됐고 2011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전인지는 “같은 아카데미에서 배운 (김)효주·(장)수연이를 보면서 자극이 돼 열심히 쳤다. 그래서 실력이 빨리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구력이 짧은 만큼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좋겠다”는 주위의 권유에 프로행을 서둘렀다. 프로가 된 전인지는 지난해 KLPGA 2부 투어 14개 대회에서 톱10 여덟 차례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상금랭킹 2위에 올라 올 시즌 정규 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그리고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장하나(21·KT)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패해 준우승 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김)효주를 견제할 또 한 명의 루키가 나왔다”고 반겼다. 전인지는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4개 대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인지의 장점은 1m75cm의 큰 키와 긴 팔, 다리를 이용해 뿜어내는 평균 26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 샷이다. 장타자지만 올 시즌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 2위(77.56%)에 올라 있을 만큼 아이언 샷도 정교하다. 이제 우승 경험까지 더해진 만큼 퍼팅 감각만 보완한다면 더 무서운 루키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인지 다음으로 주목 받는 루키는 장수연이다. 그는 7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22위(5800만원)에 올라있다. 3년 전 충격적인 역전패를 딛고 다시 웃게 된 장수연. 사건은 2010년 9월 열린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 장수연은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곧이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15번 홀(파4) 플레이 도중 앞쪽에 캐디백이 놓인 게 문제가 됐다. 골프규칙 8-2에 따르면 ‘스트로크가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 선상 또는 그 선 가까이, 그리고 그 홀을 지난 연장선 위에 어떤 장비도 세워두지 못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벌타를 받는다.
장수연은 이 조항의 위반으로 연장전에 나가 이정은에게 패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너무 가혹한 룰 적용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그 뒤 장수연의 모습은 한동안 볼 수 없었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만 간간이 들려왔다.
장수연은 “많은 분이 알아봐주고 격려해주셨다. 그러나 그 날의 상황에 대해 계속 질문 받는 게 힘들었다. 백을 멨던 아버지는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그 일 이후 더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겨서인지 오히려 더 잘 안됐다”고 말했다. 장수연은 2011년과 2012년 드라이버 난조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지만 그 난관을 극복하고 KLPGA 투어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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