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Ⅰ - 맥주 라인업 강화해 1위 탈환
Special Report Ⅰ - 맥주 라인업 강화해 1위 탈환
‘양호한 소주, 아쉬운 맥주.’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하이트진로에 대한 증권가의 평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 2분기에 매출 5400억원, 영업이익 450억원가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조현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주 점유율은 48.7%로 탄탄하지만 맥주 점유율은 41.4%로 다소 아쉬운 수준”이라며 “맥주 판매량 감소로 외형 성장이 예상보다 더디다”고 평가했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쉽지 않은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맥주 시장에서 경쟁사인 오비맥주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주면서 고전했다. 연말에 인력 일부를 구조조정하면서 영업망 재편과 비용 절감에 나섰다. 여전히 맥주가 변수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맥주 매출이 감소하면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이익률 개선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수출에서 엔저 영향으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쉽지않다는 전망이지만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은 ‘맥주 정면승부’로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올해 맥주 점유율 45% 돌파 목표이런 각오는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김 대표는 3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오비맥주에 밀린 맥주시장 점유율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하이트맥주는 우리나라 맥주의 대명사였다. 1996년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오비맥주(53.6%)에 뒤진 42.8%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내줬다. 김 대표는 “올해 맥주시장 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맥주·소주 영업을 통합한 만큼 지역별 영업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법은 라인업 강화다. 영업력도 중요하지만 상품 자체 경쟁력이야말로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8주년을 맞은 100% 보리맥주 브랜드 ‘맥스(Max)’를 8년만에 새롭게 고친 ‘올 뉴 맥스(All new Max)’를 출시한다고 7월 23일 밝혔다.
맥스는 세계 3대 주류품평회인 ‘몽드셀렉션’에서 3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은 대표 브랜드다. 국내 최초 100% 보리맥주로 2006년 첫 선을 보인 후 그간 이렇다할 리뉴얼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만큼 소비자의 신뢰가 강한 브랜드이지만 맥주시장 경쟁이 치열한 지금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새로 선보이는 맥스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와 홉의 황금비율을 강조한다. 미국 최대 홉 생산지인 야키마 밸리에서 엄선한 캐스케이드 홉과 최고 품질 맥아를 원료로 고유의 향을 더했다. 맥주의 깊은 맛을 장시간 지켜주는 기능을 하는 거품의 지속력은 대폭 강화했다. 종전보다 30% 증가한 거품으로 부드럽고 풍부한 향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한편 ‘보는 맛’을 강조했다.
또 다른 전략은 마케팅 강화다. 하이트진로는 여름을 맞아 맥주 브랜드 ‘드라이피니시-디(d)’의 대대적 마케팅에 나서며 젊은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맥주를 찾는 휴가철이야말로 홍보의 적기라는 판단이다.
7월 25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머드축제에선 ‘디(d)-록 페스티벌’을 열어 축제에 참여한 내외국인에게 맥주를 제공했다. 노브레인·크라잉넛 같은 록밴드가 공연을 선보이며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축제 기간인 7월 28일까지 ‘디(d)-머드몹씬’ ‘머드난장’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모션을 병행했다. 8월에는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대명 오션월드에서 매주 토요일 ‘디(d)-슈퍼콘서트’를 연다. 씨스타·데프콘·걸스데이 등의 가수들이 출연한다.
같은 기간 ‘디(d)-가든비어 파티’ ‘시원함의 끝 디(d)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워터파크를 찾은 고객들이 맥주를 맛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신은주 상무는 “하이트맥주를 단순히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새롭고 즐거운 문화를 가져다주는 이미지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여름 마케팅은 디(d) 맥주가 젊은 세대에게 특히 인기여서다. 출시 후 대학가에서 축제 지원이나 클럽파티 개최 마케팅을 병행하면서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다. 디(d)는 약자 그대로 드라이(dry) 효모를 써서 맥주의 불필요한 잡맛을 제거하고 깔끔한 끝맛을 강조한 상품이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디(d) 너만 믿는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디(d) 마케팅이 본격화하면서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d)를 통한 하반기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2010년 3분기 디(d) 출시 후 조금씩 하락했다. 막대한 마케팅비와 판촉비를 들여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종전 하이트·맥스와 차별화하지 못한 채 브랜드만 분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점유율 회복의 열쇠 또한 디(d)가 쥐고 있다. 하이트가 노년층에 인기가 있고 맥스는 생맥주 시장에 집중된 터라 젊은 소비자 사이에 활로를 뚫어줄 디(d)의 역할이 필요하다. 실제 하이트진로는 디(d) 마케팅을 강화해 효과를 보고 있다. 인기가수 싸이를 광고모델로 본격 마케팅에 나선 올 4~5월 월 평균 46만 상자(한 상자당 500ml 20병)에 이어 6월에 100만 상자 가까이 판매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2010년 출시 때 월 평균 22만 상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다. 서영화 연구원은 “디(d)의 빠른 시장 확대는 하이트진로의 영업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는 결국 하반기 맥주시장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몽골 수출 탄력해외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를 잇고 있다. 7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하이트맥주에 메이저리그 프로야구단인 LA 다저스 로고를 새긴 일명 ‘다저스 비어’를 한정 판매 중이다. 병맥주와 캔맥주로 만든 이 제품을 올 메이저리그 시즌 동안 다저스타디움을 비롯한 LA 전 지역 소매점과 일반 식당에서 판매한다. 류현진 선수의 활약으로 현지 팬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산 하이트맥주의 맛을 본격 알린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맥주는 미국 외에도 중국과 베트남·몽골 등 세계 30여개국에 전체 판매량의 5%를 수출한다. 최근 반응이 좋은 시장은 맥주 공장이 거의 없는 몽골이다. 수도인 울란바토르 시내에 ‘하이트 거리’란 상권이 생길 만큼 현지인들한테 인기다.
하이트진로는 몽골에 수출하는 캔에 ‘하이트는 몽골을 사랑한다’는 문구를 넣을 만큼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몽골 같은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면서 해외에서 우리 맥주 맛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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