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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한국형 MOOC 가능할까

SPECIAL REPORT - 한국형 MOOC 가능할까

어느 정도 성과 있지만 교육부와 실무진 사이 입장 차이 크고 홍보 미비해
서울권역 대학이러닝지역센터를 운영하는 한양대. 이 권역 재학생 대비 이러닝 수강생비율은 약 11.9%다.



온라인 교육을 활용해 고등교육을 효율화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다. 지역별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설립된 대학 이러닝 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2003년 제주대가 제주권역 대학 이러닝 지원센터로 첫 선정된 이래 서울권, 강원권, 충북권 등 지역별로 전국 10개 권역에 센터가 마련됐고, 총 264개 대학이 협력대학으로 가입했다. 각 권역 협력대학에 소속된 학생들은 대학 이러닝 지원센터를 활용하면 모교는 물론 타 학교에서 마련한 동영상으로 강의를 수강하고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인천경기권역 대학 이러닝 지원센터의 박연원 씨는 “적극적인 교수의 이러닝 수업은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인하대학교의 공업수학 과목을 예로 들었다. 공업수학 교수가 열의가 있어서 매년 부족한 부분을 계속 갱신한다.

한 학기에 시험을 4번이나 치르고 한번이라도 0점이 나오면 F 처리할 정도로 학사관리가 철저하다. 교수뿐 아니라 박사과정 학생들, 조교들이 수업 운영을 돕는다. “지금은 이 수업에 700명이나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박씨는 말했다. “공업수학 과목이 원서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러닝을 좋지 않게 보는 교수들도 적지않다. 수학 수업을 700명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교수도 있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공업수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누구인지 가르쳐달라는 질문에 박 씨는 “그런 방식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만큼 교수 사회 내에서 온라인 수업을 두고 갈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박 씨는 이러닝은 “교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학사관리를 잘하는 교수의 수업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좋은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소규모 이러닝의 경우 학생들을 강의실로 불러모아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인터넷 질의응답 게시판을 통해 문답을 활발히 주고받기도 하고, 게시판을 통해 토론을 벌여 그 내용으로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교수가 열심히 하면 학생들도 따라온다.” 문제는 그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수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서양과 한국의 대학 이러닝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양의 경우 대학이 자발적으로 이러닝 개발에 나서고 기업이 후원하는 방식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면서 대학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닝은 콘텐트만 만든다고 다가 아니고 그걸 운영하는 게 중요한데, 교육부는 콘텐트 개발과 보급에만 신경쓰고 그걸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교육부가 시도 중인 한국형 MOOC 사업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에서 동일한 플랫폼으로 이러닝 학점 교류가 가능하도록 서로 다른 대학 이러닝 플랫폼을 하나로 통일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의 방침대로 진행되면 한국형 MOOC는 일방적인 ‘인강’(인터넷 강의) 사이트로 전락한다고 우려했다.

“대학측에 유명 교수를 섭외해서 콘텐트를 만들라고 요구하는데, 그런 교수의 콘텐트를 각 대학에 보급한다고 해도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지속적으로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다. 운영에 대한 지원 없이 콘텐트 제작에만 열을 올리면 학원온라인 수업과 다를 바 없다.”

첫 센터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학생들이 이런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 역시 문제다. 서울권역 이러닝 지원센터의 경우 학기마다 2만 명 정도의 학생이 수강하는데, 이는 서울권역 이러닝 지원센터 협력대학 전체 재학생 수의 11.9%에 불과하다. 한국외대 영어학과에 재학 중인 정선화 씨는 “대학 이러닝 지원센터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서울권역 대학 이러닝 지원센터에 협력대학으로 등록돼 있다. 올해 4학년인 정 씨는 “1학년 때 학교에서 기초교양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강했는데, 그 과목이 이제는 오프라인으로 전환됐다”며 “학교에 자주 나오기 어려운 학생들은 이러닝 과목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같이 배우고 소통하는 것도 대학생활에서 중요한데 이러닝은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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