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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현지 기업가 통해 본 메콩강 4국 경제탐험 3

business - 현지 기업가 통해 본 메콩강 4국 경제탐험 3

이태환 LAA 대표가 메콩지역 국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덕분이다. 그는 캄보디아에 신공항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태환 LAA 대표가 인도차이나반도와 인연을 맺게 된 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메콩 유역의 미래가치를 진작 꿰뚫고 있었어요. 1990년 대 초 그는 미얀마에 항만을 짓고 이걸 태국과 연결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었죠.

또 태국과 미얀마를 관통하는 철로 건설도 추진했어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깔아 놓은 일명 ‘죽음의 철로’를 확대 연결하는 대역사입니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은 산악으로 가로막힌 태국과 미안마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 ‘쓰리 파고다 패스’를 관통해 철길을 열었어요. 이걸 현대판 인프라로 확대·복원한다는 게 김 회장의 야심이었죠. 그는 베트남의 쌀을 도정·집하·유통·수출하는 일관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었습니다.”

이런 꿈을 좇아 이태환 대표가 메콩과 인연을 맺은 게 1995년. 그때부터 미얀마·태국·베트남을 내 집 드나들듯 했다. 당시 그는 대우건설 엔지니어링본부 인프라스트럭처 담당 부장. 미얀마의 험준한 산림 지역을 사흘씩 달구지를 타고 통과하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키우던 꿈은 98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중단됐다. 그 후 그는 잠시 메콩을 잊고 있었다. 다시 메콩과 연을 맺은 건 24년 정든 대우를 떠나 극동건설 부사장이 된 2004년이다.

“2004년 극동건설이 5년 간의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첫 해외수주를 했습니다. 캄보디아 도로 공사였어요. 그 바람에 프놈펜에 몇 번 들렀습니다. 그리곤 극동건설 베트남 호치민 지사를 폐쇄하고 캄보디아 프놈펜에 지사를 세웠죠.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서 인도차이나반도 전체를 공략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캄보디아가 베트남보다 나은 이유 4가지를 꼽았다. “캄보디아는 땅의 사유화를 허용하는 나라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 외환 리스크가 작습니다. 인도차이나의 여러 나라는 현지 화폐-달러, 달러-원의 두가지 외환 리스크가 있어요. 하지만 캄보디아는 달러를 씁니다. 외환리스크가 하나 준다는 얘기죠. 게다가 캄보디아는 외국업체에 친화적이고 과실송금 제한도 없습니다. 캄보디아 사람은 영어를 쉽게 배웁니다. 조금만 교육 시키면 좋은 인력이 될 수 있죠.”

공사가 진척되면서 캄보디아와의 신뢰도 쌓여갔다. 캄보디아 공무원들을 한국에 불러 국가 프로젝트를 논의하기도 했다. 속안 부총리와 인연을 튼 것도 그 즈음이다. 2005년 한국을 찾은 그는 캄보디아 인프라 개발, 특히 관광산업을 일으킬 공항 등의 인프라에 관심이 컸다. 그는 캄보디아 씨엡립 신공항 건설을 극동건설에 주문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적극적이었지만 당시 극동건설의 대주주였던 론스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 사업에 대해 시쿤둥했다. 얼른 극동건설을 재매각해 차익을 거두는 쪽에 관심이 컸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공항과 신도시 같은 주요 국가 인프라를 통째로 짓고 운용하는 노하우, 우리나라만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도로공사·수자원 공사·LH 같은 공기업이 가진 가장 큰 노하우가 그것입니다. 공항·플랜트·도시·발전소를 짓고 운용하는 것까지 일괄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이런 공기업이 즐비한 나라는 없습니다. 이 노하우를 세계에 파는 것, 이걸로 세계의 수도와 공항과 발전소와 신도시를 짓는 것, 이게 바로 요즘 말로 창조경제 아닙니까.”

그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2005년 LAA란 회사를 차렸다. 이를 모체로 2006년 NSRIA(뉴씨엡립인터내셔날에어포트)사를 프놈펜에 세웠다.

약 4년에 걸쳐 극비리에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땅을 사들였다. 공항 부지 150만평, 공항 신도시 510만 평, 모두 660만평을 사들였다.

800억원이 들었다. 문제의 부산저축은행에서 약 800억 원의 투자를 받은 것도 이 때다. 파트너로 영입한 인천공항공사 임원 출신 L씨가 평소 친분있던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를 소개한 게 인연이 됐다.

그때까지는 척척 일이 풀렸다.조건은 파격적이었다. 65년 간의 양허 기간 보장이 골자다. 그 기간 독점적 국제공항 지위를 보장하며 일체의 공항 수익을 가져가고, 공항 전면 경제특구의 독점개발 사업권, 65년간 배당·이자 원천세 면제, 이익 발생후 9년간 법인세 면제까지. 예상 연 평균 수익률은 17%, 이 기간 현금흐름만 약 34조 원에 달한다. 제대로 진행만 되면 재벌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너무 잘 풀리는 게 화근이었을까. 부산저축은행에서 받은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2010년 캠코씨티 사태가 불거졌다. 캄보디아 캠코씨티에 투자했다며 돈을 빼돌린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횡령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부산 민심이 흉흉해졌다.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횡령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정에 서야 했다.

“인생에서 가장 황당하고 억울한 순간이었습니다. 손에 다 잡은 꿈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은행이라니까 믿고 돈 빌리고, 투자금을 받은 것 뿐인데, 그게 횡령이요, 공모라니. 정말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1년여 지리한 법정 투쟁이 이어졌다. 대법원까지 가 무죄판결이 났다. 하지만 이미 부산저축은행은 망해 예금보험공사의 관리에 들어가 있었다. 부산저축은행 지분과 투자금은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예보는 채권 회수에만 관심을 보였다.다시 투자자를 모집해야 했다. 처음보다 훨씬 힘들었다.

다행히 캄보디아 정부는 이 대표를 믿고 기다려줬다. 미국으로 갔다. 투자펀드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예보 지분·채권뿐 아니라 NSRIA 지분 전량을 사들이겠다고 했다.캄보디아 주재 미국 대사가 직접 투자설명회장에 나타날 정도였다. 미국 정부 역시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긴요한 때였다. 마침 민간이 나서니 적극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이제 이 대표의 꿈은 다시 영글고 있다. 예보와의 협상도 마무리 단계다. 2년 정도 늦었지만 캄보디아 최대 프로젝트 신공항 건설은 연말 첫 삽을 뜰 전망이다. 그는 미국 투자자에 모든 걸 넘기면서 한가지는 조건을 달았다. “공사는 한국 건설사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도 동의했어요. 일감없어 고전 중인 한국 건설사에도 좋고, 경험 많은 한국 건설사가 든든해서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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