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 골드미스 배우 예지원의 ‘새댁 일기’
Media - 골드미스 배우 예지원의 ‘새댁 일기’
엉뚱하고 재치 있는 매력으로 ‘4차원’, ‘8차원’ 캐릭터로 자리잡은 예지원(40)이 고된 시집살이에 나섰다. JTBC ‘대단한 시집’에서 꽃게잡이 집안으로 시집간 예지원은 새벽부터 꽃게잡이 배를 타며 맏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노처녀’, ‘올드미스’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월드’를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새댁’ 예지원을 만났다.
‘대단한 시집’이 요새 방송가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님을 믿고 ‘무조건 한다’고 했죠.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 역할을 할 때 제 나이가 서른한 살이었어요. 지금은 그보다 훨씬 나이를 먹었는데 아직 결혼을 안 했잖아요.
앞으로 주부, 아이엄마 역할도 해야 하는데 결혼을 안 했으니 ‘연기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도 했어요. 그런 마당에 이번 시집살이를 통해 연기자로서, 여자로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됐으니 얼마나 좋아요(웃음).”
시집살이를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던가요.
“제가 꽃게잡이 집안으로 시집을 갔잖아요? 그런데 출항 시간에 맞춰 새벽 2시에 가족들이 일어났는데, 그 꼭두새벽에 일하러 나간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어요. 새벽에 꽃게잡이를 하고 낮에는 밭일과 집안일을 하는데 정말 하루가 후딱 가더라고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오신 시어머니가 대단해 보였어요. 남자만 하는 줄 알았던 꽃게잡이 일부터 집안일까지, 여자인데 정말 대단하죠?”
실제 올드미스로 살면서 느끼는 장단점이 있을 듯 한데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은 사람이에요. 이 일 저 일에 관심을 갖다 보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여유가 없었어요. 하루 종일 온통 일 생각만 하고 지내니까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무엇이 알찬 삶인가’에 대해 조금의문이 들긴 해요. 그런데 일과 생활을 분리하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저처럼 단순한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하나에만 집중하거든요. 어쩌면 저와 인연이 있었는데 제가 못 봤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4차원’, ‘8차원’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데 그것은 본래의 성향인가요?
“제가 원래 내성적·외향적인 성향을 왔다 갔다 해요. 남들이 ‘4차원’이라고 부를 때는 그냥 웃었어요. 한때 ‘4차원’이라는 표현이 붐이었잖아요. 비슷한 시기에 4차원으로 불리던 분들을 보면 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오히려 같이 거론되어서 영광이었죠. 팬들에게 사랑받는 거라고 느꼈죠. 그런데 아직까지도 4차원, 8차원으로 불리는 걸 보면 제가 오히려 궁금해요.”(웃음)
그녀는 춤과 인연이 많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는 무용가로 출연해 한국무용·현대무용·살사를 추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는 자이브, 룸바, 차차차 등의 춤을 추며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영화 ‘더 킥’에서는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는 등 유독 춤추고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춤과 관련되거나 체력을 요하는 역을 자주 맡은 이유가 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무용을 배웠고,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한국무용을 전공했어요. 연기하면서 무용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감독님들이 계속 그런 역할로 저를 찾아 주시니까요. 무용을 하지 않더라도 제가 몸을 쓰는 역할이 많아요.
영화 ‘더 킥’에서는 태권도를 했고, 앞으로 출연할 ‘정글의 법칙’을 통해 이제 야생에서 살게 될 거고요. JTBC ‘대단한 시집’에서도 가장 힘든 데를 갔잖아요(서인영은 경북 영양군 고추밭으로, 김현숙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 소금밭으로 시집을 갔다). 제작진이 제 체력을 아니까 보낸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예지원은 튀는 역할로 다작을 한 배우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유흥가 여성부터(대한민국 헌법 제1조), “키스할래요?”라며 남자를 유혹하는 무용가(생활의 발견), “모든 남자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귀여운 뻥튀기 장수(귀여워) 등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했다. 그럼에도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에서의 ‘최미자’가 강하다.
여러 작품에 출연해 천의 얼굴을 선보였는데도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의 ‘미자’ 역할로 많이 기억되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저야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한 가지 역할로 대중들에게 꾸준히 기억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가 오래오래 기억된다는 것은 배우로서 굉장히 큰 행운이라고 봐요. 특히 미자는 30대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였다는 점에서 더 애착이 갑니다. 어떤 분들은 미자를 ‘푼수’, ‘노처녀’ 등으로 보시는데 제가 보는 미자는 꿈도 많고 고민도 많은 평범한 보통의 여성이에요.”
자신을 표현한다면 어떤 색깔의 배우라고 보세요?
“애틀랜타 영화제 때 근처 대학을 방문해서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어떤 학생이 ‘예지원 씨는 자신을 어떤 색깔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묻는 거예요. 순간 멍해졌죠. 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 물어본다면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어지는 역할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저는 특별히 좋아하는 색깔도 없어요. 향수도 잘 안 뿌리고요. 나이에 맞게, 그때그때 변화해 나가고 싶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서도 사연 있는 캐릭터에 애착을 보이는 것 같은데요.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을 택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학생 때부터 특이한 예술작품을 좋아했어요. 난해한 작품들을 많이 찾아다녔죠.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취향의 작품을 봐야만 배우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그렇게 해야만 ‘있어 보인다’고 느낀 거죠. 한마디로 지적인 사치에 빠졌다고 할까.(웃음) 그 시절에 받은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 같아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많죠, 정말 많아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좋은 작품의 좋은 캐릭터가 다 탐이 나요. 남자 역할도 해보고 싶은 걸요. 작품과 배역은 하늘이 맺어주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죠. 바람이 있다면 정말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섬기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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