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고용을 늘릴 수 있다. 공무원을 더 채용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를 만든다. 공공사업을 확대하면서 사람을 더 쓰는 것이다. 재원은 우리가 낸 세금이다.

경기도는 올해 576억원을 투입해 모두 2만7000여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학교급식 도우미, 거리환경 개선사업, 초등학교 스쿨존 교통지원사업, 문화재 해설사 등 다양하다. 이들은 하루 4시간씩 주 3일 근무해 월 평균 20만원 안팎씩 받았다.

경기도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4000명 늘어난 3만1000명의 노인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을 더 써서 고용을 늘리는 일은 쉽다. 하지만 쉬운 만큼 지속가능성은 작다. 서울시는 늦은 시간 시민의 안전 귀가를 돕는 일도 한다. 귀가 도우미에게 정해진 수당을 준다. 시민들의 이용이 뜸해지면, 그래서 세금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면 슬그머니 없앤다.

고용창출은 역시 기업이 주축이다.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그렇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장을 새로 짓는 등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고용지표는 곧 투자지표다. 어느 나라든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이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기업의 국적은 중요치 않다.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국내 기업은 계속 해외로 나가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최근 8년간 지속되면서 직접투자 순(純)유출액이 1232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투자 감소는 일자리 창출을 막는 동시에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경제의 경우 10억원의 투자가 보통 12∼15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한다. 1200억 달러라면 약 18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돈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외국 기업은 안 들어오고, 국내 기업은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현대자동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38%로 떨어졌다. 지난해 동기는 45%였다. 중국·러시아·브라질·미국·체코 등 해외 공장에서 62%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西安)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비메모리 공장과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도 확장하고 있다. 삼성이 지금 건설 중인 경기도 화성 반도체공장 17라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큰 투자다.

정부는 대기업이 여유자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곤 한다. 그러면 회장들이 나서 시늉을 낸다. 기존 계획을 재탕하거나 이것저것 합쳐 새로운 것인 양 발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양만 낸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별로 없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한마디로 국내 투자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땅값·인건비·세금·물류비, 그리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정부 간섭도 적다. 만 60세까지 정년을 늘리라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압력도 없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규제완화를 많이 했다고 자랑해도 국내 투자가 늘어나지 않거나 유입되는 해외 투자가 적으면 공치사에 불과하다. 반기업 정서는 여전하고, 노동조합의 목소리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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