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lf - 최고의 스승ㆍ선수는 서로 키운다

미국 최고의 골프 교습가는 자타 공인 부치 하먼(Butch Harmon)이다. 미국 네바다주 핸더슨의 리오세코GC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부치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 두 명을 길러냈고, 그 두 명으로부터 해고됐다.” 한 명은 그렉 노먼, 또 한 명은 타이거 우즈다.
부치 하먼이 미국 최고의 교습가인 것은 동료 교습가들이 그렇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골프다이제스트에서 발표한 ‘미국의 베스트 교습가 랭킹 50’에서 또 다시 최고의 스승으로 꼽혔다. 2000년부터 2년마다 한번씩 발표하는 이 교습가 랭킹은 선발 방식이 독특하다. 티칭 프로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평가한다.
미국 전역의 PGA 티칭프로인 클래스A 1500여명이 자신과 같은 티칭프로 중에서 투표하는 것이다. 인기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이 결과는 권위와 전문성과 객관성을 인정 받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8번 시행된 그 결과를 보면 미국 골프 교습계의 트렌드가 읽힌다.
오바마도 휴가 때 개인 과외 받아부치 하먼은 올해 1240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1등이 됐다. 첫해만 빼고 7번 내리 굳건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43년생이니 칠순의 다소 퉁명스런 노인인 데다 첨단 기기 하나 없이 씰룩대는 사시(斜視)를 가진 그가 왜 그리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일까? 우선, 그는 미국 골프 역사상 최고 엘리트 가문 출신이다. 아버지인 클로드 하먼은 1948년 마스터즈에서 우승했다.
벤 호건과 절친이었고, 그 역시 벤 호건과의 교분이 두터웠다. 두드러진 적은 없지만 부치 역시 투어를 뛰었기에 선수의 심리에 정통하다. 수많은 외설스런 농담과 유명 선수를 가르친 경험담을 적절히 섞어서 레슨하기 때문에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아마추어도 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 여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이용해 플로리다 휴양지로 부치를 불러 개인 레슨 과외를 받았을 정도다.
일반인을 위한 티칭 스쿨도 매년 개최하는데 인기가 상당히 높다. 만약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으려면 시간당 1000달러를 내야 한다. 이는 여느 PGA티칭 프로 레슨비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부치의 우스갯소리처럼 그는 실제로 어중간하던 호주의 그렉 노먼을 세계 랭킹 1위로 만들었다. 또한 아마추어 유망주이던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고, 그 역시 세계 1위에 올려놨다.
물론 2004년 이후 타이거 우즈는 코치를 행크 해니로 갈아치우지만, 부치는 코리 페이빈, 닉 와트니, 아담 스콧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상급의 투어 프로들을 가르쳤다. 2007년부터는 필 미켈슨을 비롯해 더스틴 존슨, 나탈리 걸비스까지 제자로 두고 있다. 부치 하먼에 이어 미국 교습가 순위 2등에는 현재 타이거 우즈의 스승인 션 폴리(Sean Foley)가 선정됐다.
플로리다주 윈터 가든에서 코어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션은 2년 전 처음으로 35위에 오른 뒤 순위가 급상승했다. 과학적인 스윙 이론과 물리학,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레슨이 특징이다. 타이거 외에도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저스틴 로즈, 헌터 매헌, 한 때 세계 1위였던 리 웨스트우드, 션 오헤어, 에두아르도 몰리나리, 한국의 노승열 등의 코치이기도 하다.
2005년 4위에 오른 뒤 2009년 랭킹에서 2위까지 올랐던 행크 해니(Hank Haney)는 올해 11위로 급락했다. 행크는 2004년 봄부터 7년간 타이거 우즈의 코치였다가 결별한 뒤로는 가르치는 유명 선수가 없다. 그는 투어 선수보다는 주니어 아카데미쪽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우승을 쓸어 담던 시절엔 그의 주가가 올랐으나 지금은 투어 선수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듯하다. 한때 국내 남자 선수들도 그에게 배우러 가기도 했으나 효과를 봤다는 소식보다는 스윙이 망가졌다는 얘기가 더 많이 돌았다. 션 폴리와 행크 해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누가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의 스승이냐’에 따라서 교습가의 순위도 많이 좌우된다.
변함없이 3위를 지키는 교습가는 짐 맥린(Jim Mclean)이다. 그는 파워를 내기 위한 상하체 꼬임을 강조한 백스윙의 X, Y펙터 이론을 세우는 등 분석적인 스윙 체계에 밝다. 잭 존슨과 박희영의 스승이던 마이크 벤더(Mike Bender)는 2년 전 4위로 뛰어오른 뒤로는 그 순위를 유지했다. 예전까지 늘 2위를 놓치지 않던 데이비드 레드베터(David Leadbetter)는 이번 평가에서 511표로 5위에 그쳤다.

누구의 스승이냐에 따라 순위 영향

2위는 남부골프연습장에 베이스캠프를 둔 고덕호(고덕호PGA아카데미) 원장이다. 미국 클래스A 출신이자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인기가 높다. 고덕호아카데미가 배출한 선수만도 서희경·배상문·홍란·양제윤 등 국내 투어의 대표급 선수들이다. 현재 국내 남녀 투어를 뛰는 선수만도 12명에 이른다.
3위는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한연희(한연희골프아카데미) 원장이다. 현역 감독으로 8년여를 재직하면서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경태·김효주·유소연·김도훈 등 국가대표 엘리트 출신 선수들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
4위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투어 생활 13년을 경험한 조범수(조범수아카데미) 원장이다. 1990년대에 김미현을 가르쳤고, 지금은 이보미·김인경의 코치다. 위에 언급한 국내의 베스트 교습가 상위 4명은 ‘미국 제외 세계 베스트 교습가 64명’에도 뽑혔다. 전 세계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교습가를 후보로 추천한 결과 영국(6명)·아일랜드(5명)에 이어 아르헨티나·호주·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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