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도로시의 은(銀) 구두 마법 은본위제 향한 희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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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는 이른바 ‘빨간책’이었다. 소녀 도로시, 뇌 없는 허수아비, 심장 없는 양철나무꾼, 용기 없는 사자가 등장하는 동화가 금서라니? 바움은 책 서문에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소설이 “정형화된 요정이나 난쟁이가 사라진 새로운 놀라운 이야기”라며 현대동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옛날 전설, 신화와 동화에 기대 왕과 왕비가 나오는 안데르센의 전통동화와 다른 형식의 동화를 써봤단 얘기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의 뜻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소녀와 허수아비, 양철나무꾼은 각각 여성해방ㆍ농민해방ㆍ노동해방으로 해석됐다. 19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 광풍이 불 때는 공공도서관에서 금서 목록에 올랐다.
여성·농민·노동자 해방 은유로 한 때 금서이 작품은 바움이 42세 때부터 쓴 소설이다. 1900년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00년도 훌쩍 더 된 고전이다. 독자들은 후속편을 원했고 모두 14편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1편인 『오즈의 마법사』가 주로 읽힌다. 이 작품은 출간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출간된 지 3년 만에 연극으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다. 1939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오‘ 버 더 레인보우’는 지금도 영화 최고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중 하나로 기억된다. 1950년대에는 TV 드라마가 나왔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이른바 ‘원 소스-멀티 유즈’가 적용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미국 캔자스에 사는 도로시는 어느 날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즈’라는 이름의 나라로 날아간다. 하필이면 자신의 집이 사악한 동쪽 마녀를 깔아 뭉개 죽이면서 일이 꼬인다. 그녀는 다시 캔자스로 돌아가는 것을 부탁하기 위해 오즈의 에메랄드성에 산다는 마법사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동쪽 마녀의 은 구두를 신고 노란 벽돌길을 따라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옥수수 밭 장대에 걸려있는 허수아비, 녹슨 채 숲에 방치된 양철나무꾼, 도로시에게 코를 한대 맞고 우는 사자가 도로시의 여정에 합류한다. 계곡과 강을 건너고 양귀비밭을 지나 에메랄드성에 도달하니 마법사 오즈가 말한다. “서쪽의 사악한 마녀를 죽이고 오라.”
하지만 알고 봤더니 오즈의 마법사는 오마하에서 날아온 서커스 단원에 불과했다. 각종 발명품으로 마법사 흉내를 냈을 뿐 결코 마법사가 아니었다. 남쪽 마녀 글린다는 도로시에게 캔자스로 돌아갈 방법을 가르쳐준다. 도로시가 두 은 구두의 뒤꿈치를 서로 세 번 부딪혔더니 순식간에 캔자스로 돌아갔다. 은 구두는 공간이동을 시킬 수 있는 마법이 있었다.
이 소설은 정치적 논쟁과 함께 경제적 논쟁도 남겼다. 1964년 고등학교 교사인 헨리 리틀필드는 ‘바움의 책에 깔린 우화에 대한 대략적인 언급’이라는 칼럼을 썼다. 그는 이 작품이 미국의 1900년대 초 통화제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본위제를 채택했다. 이 작품에서는 서민을 위해 은본위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금본위제란 금을 갖고 있는 만큼 화폐를 찍어내는 금 중심의 화폐제도다. 미국은 1873년 금본위제를 확정했다. 하지만 금본위제는 시장이 아무리 돈을 필요로 해도 갖고 있는 금 이상을 찍어 낼 수 없었다. 성장하는 미국사회에서 화폐 부족은 심각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유발시켰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가는 디플레이션을 지지했다. 물가가 하락하면 빌려준 돈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 1개에 1000원이다. 그런데 물가가 떨어져 500원이 됐다고 치자. 이제 1000원으로 사과 2개를 살 수 있다.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은 신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린 농민·노동자는 죽을 맛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본위제가 필요했다.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인, 캔자스는 미국인이 살고 싶은 세계다. ‘은 구두’가 마법을 발휘해 도로시를 캔자스로 데려간다는 구상은 은본위제가 미국 국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본위제ㆍ금본위제 동시 도입 주장그로부터 30년 뒤에는 아예 논문이 발표됐다. 1990년 경제학자인 휴 로코는 ‘통화 우화로서의 오즈의 마법사’라는 논문을 발표해 이런 해석을 더 논리적으로 만들었다. 도로시는 미국의 전형적인 서민이다. 오즈(Oz)는 금의 단위인 온스(Ounce)의 약자로 금본위제를 뜻한다.
도로시가 걷는 노란 벽돌길도 금본위제를 의미한다. 도로시는 험난한 여정을 거치는데, 금본위제로 인해 혼란을 겪은 미국 사회라고 한다. 에메랄드성은 수도 워싱턴 DC을 묘사했다. 녹색 에메랄드성은 화폐, 즉 달러를 의미한다. 달러는 녹색잉크로 프린트됐다. 에메랄드성에 사는 마법사는 당시 대통령들이다.
특히 혼란을 잡지 못했던 클리블랜드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뇌 없는 허수아비는 순진한 농민을, 심장 없는 양철 나무꾼은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산업노동자다. 용기 없는 사자는 결단 내리기를 주저한 대선후보인 윌리엄 브라이언 제닝스다. 남쪽과 북쪽의 착한 마녀는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지역이다. 동쪽과 서쪽의 나쁜 마녀는 금본위제만을 지지했던 지역이다.
이 작품을 번역한 손인혜씨는 OZ라는 명칭에 대해 “여러 유래가 있다”며 특히 다음과 같은 설을 제기했다. 바움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얘기를 해주다 아이들이 “나라의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때마침 방에 있는 서랍장의 세 번째 칸이 ‘O’에서 시작해 ‘Z’로 끝나는 것을 보고 OZ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맞든 틀리던 현대동화 한편에 다양한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오즈의 마법사는 꼭 도로시의 시각뿐 아니다. 뮤지컬 ‘위키드’는 마녀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도로시가 물을 끼 얹어 죽인 서쪽나라 마녀와 남쪽나라 마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괴상한 서쪽마녀의 삶과 시간』이 원작이다.
올해 개봉된 샘 레이미 감독의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마법사 오즈(오스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오즈가 어떻게 오즈로 가게 됐고, 왕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의 이야기를 해주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이다. 오즈가 왔다는 오마하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고향이다.
워런 버핏은 26세 때부터 고향 오마하에 머무르며 성공적인 투자활동을 해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린다. 바움은 오마하에 워런 버핏이라는 세계적인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고 그때 당시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오즈의 마법사, 오스카도 오즈에서는 오‘ 마하의 현인’으로 불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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