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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Bike - 감탄·탄식 교차하는 한적한 접경지대

Travel with Bike - 감탄·탄식 교차하는 한적한 접경지대

대명포구~전류리포구 40.2㎞, 포구·산성·철책 다양한 볼거리
첫째 길은 좁고 험하다. 철책 너머로는 염하가 도도히 흐른다.



이건 국경(國境)이 아니라 접경(接境)이다. 헌법상 북한은 우리 땅이고, 지금은 반(反)국가단체가 임시 점거한 미수복지구일 뿐이다. 경기도 김포는 서울 외곽의 위성도시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김포반도 북쪽이 북한과 접한 군사지대임을 쉽게, 때로는 애써 망각한다. 별 생각 없이 김포반도 북단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갑자기 민통선 표지판이 길을 막는다. 그리고 바로 눈앞으로, 북한 산야의 헐벗은 몸부림이 문득 시야를 채운다.

경기도와 김포시가 조성한 트레킹 코스인 평화누리길은 강화도 남부와 마주한 대명포구에서 김포반도 북쪽을 휘돌아 한강 최북단의 전류리포구까지 이어진다. 세 코스로 구분되며, 전체 길이는 40.2㎞이다. 걸어서는 사흘을 잡아야겠지만 자전거라면 반나절이면 완주할 수 있다.

강화도와 김포반도 사이를 지나는 해협인 염하(鹽河)의 일부 계단 구간과 문수산을 넘는 산길을 제외하면 대부분 농로여서 라이딩이 어렵지 않다. 노면이 나쁘고 험로가 다소 있어서 산악자전거(MTB)가 적당하고, 둘째와 셋째 길은 시티바이크로도 어렵지 않다.

2. 애기봉전망대에 매달린 소망편지 너머로 북녘의 산하가 가깝다. 3. 대명포구의 김포함상공원에 전시된 퇴역 상륙함 운봉함.


인적 없는 해변 철책선 길김포 첫째 길은 대명포구에서 문수산성 남문까지 16.6㎞이다. 강화도와의 사이를 흐르는 염하를 따라 이어지며 강화도 쪽은 철책선이 없지만 김포 쪽은 내내 철책선이다. 길은 때때로 군인들의 순찰로를 거치기도 하고 좁은 등산로도 지난다. 다만 좁은 계단과 험한 싱글 트랙(자전거 한 대가 지날 만한 좁고 험한 길)에서는 자전거를 둘러맬 각오를 해야 한다.

출발지인 대명포구는 강화초지대교 육지 쪽에 있다. 인천 소래포구와 더불어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전통 포구의 하나다. 서해에서 잡히는 각종 어산물을 취급하는 어판장과 횟집이 즐비하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월남전에 참전한 퇴역 상륙함인 운봉함(길이 99.6m, 4080t)의 내외부를 볼 수 있는 김포함상공원도 이곳에 있다.

대명포구를 출발하면 곧 19세기 말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서양 함대와 싸운 덕포진이 나온다. 덕포진 언덕에 자리한 손돌 묘를 지나면 인적도, 민가도 뚝 끊어진다. 가끔 군 초소와 소규모 군 막사만이 나온다. 초미니 원머루선착장에는 갯벌에 기우뚱 올라 앉은 배와 낡은 닻이 아늑한 풍경을 빚는다. 김포CC를 지나면 길은 내륙으로 들어가 작은 들판을 거쳐 강화대교 입구를 지난다. 구간 종점인 문수산성 남문은 강화대교 바로 옆이다.

둘째 길은 문수산성 남문에서 문수산을 넘어 애기봉전망대 입구로 이어진다. 철책선과는 다소 떨어진 내륙 코스로, 북한땅을 배경으로 펼쳐진 조강리 들판과 북녘의 산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애기봉전망대를 끼고 있다. 문수산(376m)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가팔라 자전거는 우회해야 한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김포대학 방면으로 산을 우회하면 청룡회관에서 코스와 다시 만난다. 장대한 성벽이 주능선을 장식한 문수산은 따로 등산으로 오르기를 권한다.

조강리부터 시작되는 농로는 한가로운 전원풍경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김포 중남부 지역은 무질서하게 들어선 공장으로 어디를 가나 살풍경이지만 접경이 가까운 이곳은 공장이 없고 작은 마을과 전원주택만이 점점이 나타나 아주 먼 시골로 내려온 느낌이다. 틈이 난다면 애기봉전망대도 들러보자.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애기(愛妓)의 슬픈 사랑의 일화가 전해지며, 맑은 날은 개성 송악산과 천마산, 서울 북한산 일대가 한눈에 보여 개성과 서울이 얼마나 가까운지 실감하게 해준다. 한강과 임진강의 거대한 합수부도 볼거리. 애기봉전망대 아래 주차장까지 자전거로 오를 수 있지만 꽤 경사가 심하다.

셋째 길은 애기봉 입구에서 전류리포구까지 14.8㎞다. 산간 마을과 아늑한 들판, 철책선 그리고 장쾌한 평야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일품. 애기봉 입구에서 후평철 새도래지까지는 북한의 산야를 스카이라인으로 보면서 민통선 남단을 따라 한가로운 농촌마을을 들락날락거린다. 후평리에서 전류리까지는 온전히 보존된 김포평야의 진수를 보여준다.

강 건너 저 멀리 파주와 고양의 고층아파트들이 삐죽삐죽 머리를 내밀지만 그밖에는 논과 나지막한 야산 그리고 작은 마을만 점점이 보이는 남도의 들판풍경 그대로다. 들판 사이로 곧게 뻗은 길도 아름답다. 철책선과 함께 달려도 긴장감보다 푸근함이 느껴진다. 맞은편으로는 파주 통일전망대가 보여 이곳이 최북단의 접경지대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코스가 끝나는 전류리포구는 철책선으로 해변이 막혀 있고, 해가 있는 낮에만 조업할 수 있는 초미니 포구다. ‘한강최북단 포구’라는 홍보문구는 틀린 말이 아니다. 가을에는 왕새우와 전어가 많이 나고, 횟집 몇 곳이 문을 열고 있다. 초보자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전류리포구에서 후평철새 도래지까지 왕복 15㎞ 구간만 달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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